글 쓰는 근육 만들기
주문한 지 이틀 만에 책이 도착했다.
대학시절 이후 수험서 외에는 처음으로 중국어 원서를 읽어본다. 목차부터 훑어보고 가장 자신 있는 챕터부터 읽어나갔다. 인용할 부분을 정리하고, 알고 있는 지식과 연계해서 글쓰기를 이어나가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분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에 2천 단어(A4 10장 분량)를 작성하려면, 지금 만들어진 저녁 7시 글쓰기 루틴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한다.‘
생각해 보니 아침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 일어나 음악 듣고 TV 보면서 출근 준비하는 시간을 줄였다. 출근 시간을 앞당기고 시업시간 전까지 글쓰기를 이어 갔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천 단어를 작성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새롭게 공부해야 할 챕터가 나오면 한 장에 작성에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새벽 2시는 ‘데드라인’으로 정해 놓은 수면시간이었지만, 넘기기 일쑤였다. 결과적으로 매일 2천 단어 글쓰기는 실패했다.
하지만 루틴이 바뀌었다. 강도 높은 목표량은 글 쓰는 근육을 만들어 주었다. 쉬는 시간에 글쓰기 소재와 핵심 키워드를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고, 매일 평균 천 단어 정도는 가볍게 작성할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작가들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며칠이 지나 작성해 놓은 글들을 보니 문맥과 조사가 엉망이다. 저녁에 쓴 글은 이 책이 전문서적인지 수필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내용이 참담했다. 자서전을 써놓은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고치기로 하고 우선은 분량을 늘려야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세세한 수정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두 권의 원서는 이미 다 정독했다. 다시 조금 더 두꺼운 원서 두 권을 주문했다.
‘한 달만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 생활과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의 병행은 체력과 정신적인 고통이 대단했다.
2천 단어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3만 단어 (166페이지) 분량이 완성되었다. 목표는 7만 단어로 바뀌었고, 이날 나는 스스로에게 인센티브를 줬다.
창 밖에 눈이 내리던 어느 토요일 낯 생선회와 술을 배달시켰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휴식을 즐겼다. 저녁 글쓰기 전까지 낮잠을 즐기고 오랜만에 술기운에 나의 글쓰기 멘토인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 잘 지내고 계세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팀장님은 일하느라 글 쓰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근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파견기간에 정리 안 하면 다 잊어버려서, 귀국 후에는 못쓰세요. 지금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힘들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는데, 정말 힘드네요.”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의한 주재원들한테 경험을 낭비하지 말고 글쓰기를 하라고 매번 말하지만, 실천에 옮긴 사람은 김 팀장님이 처음이세요.”
사실 그랬다. 뜻하지 않게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 순간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흔히들 ‘성장통’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힘들고 아파야 성장할 수 있는데, 어른이 된 우리는 성장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육체의 성장은 유한하지만, 지식의 성장은 무한하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명한 자기계발 강사님이 이런 말을 했다.
“어른이 된 후에는 2시간씩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어른들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어른에게 더 많은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 “
생각했다. ‘내가 그 블루오션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