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하루가 다르게 원고가 쌓여간다. 써놓은 글을 보면 통장에 비상금이 쌓인 것처럼 배가 부르다.
이제는 스노볼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주먹 만한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 눈사람의 몸통이 되었다.
원고량은 45,000 단어를 향해가고 있고, 처음으로 출간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불안했다.
‘나보다 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 내가 이 책을 내도 될까?‘
‘비웃음 당하면 어떻게 하지?’
내 원고는 다른 글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수필, 소설, 평론이 아닌 전문서적이다.
중국의 <노동법>, <노동계약법>, <계약법>, <민법> 등을 해석해서 HR운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책이다. 해석을 잘 못하거나 오류가 있을 경우 전문성에 의심을 받고, 차라리 출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내 책을 읽고 기업경영을 하다가 근로자에게 중재,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점점 더 ‘두려워졌다.’
생각이 잠식되어 더 이상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글쓰기 루틴은 깨졌고, 써놓은 글의 오탈자 수정 정도만 하고 있었다. 그 당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쉬는 날 멍하니 티브이를 보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낮잠을 잤다. 그야말로 몇 달 전의 치열했던 내 모습은 오간 데가 없다. 낮술도 잦아졌다.
리모컨을 돌리다가 올림픽 시상식을 보게 되었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너무나 감격스럽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그 선수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다.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 선수의 숨은 노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얻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사명을 다한 것이 아닐까? “ 몇 주간 슬럼프의 시간이 아까워 억울했다.
나에게 말했다.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너도 태어나서 작가는 처음이잖아.’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는 일은 상당한 책임감이 수반된다. 시간을 할애해서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소기의 기대 수준을 부합해야 하는 몫은 일종의 작가의 부채감이다.
초보 작가가 창작의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고통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이런 부담이 독자들의 지지로 되돌아올 때 힘을 얻기도 한다.
글쓰기를 하면 할수록 부담이 커져만 간다. 독자에 대한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용기를 얻기 바란다.
글을 읽는 사람들은 선한 영향력이 강하고, 분명 당신을 응원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