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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l 04. 2024

무무와 함께 - 행복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무무: 오늘은 표정이 안 좋네. 무슨 일 있니?

나: 나 오늘 좀 슬퍼.

무무:?...

나: 나 수학 점수가 92점이 나왔거든.

무무: 어? 92점이면 잘한 거 아냐?

나: 나도 잘 한 줄 알고 처음에는 신났는데 글쎄 알고 보니까 내 짝꿍은 97점을 받았더라고.

무무: 그래? 그럼 네 친구도 잘한 거고 너도 잘한 거지.

나: 아냐, 내 친구랑 비교해 보면 내 점수가 너무 낮아.

무무: 그건 네가 잘하는 친구랑 비교해서 그렇지.

나: 사실인 걸 어떻게?

무무: 남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멀어져.

나: 그래도 난 잘하고 싶다고. 또 열심히 했으니까 좋은 성적을 받고 싶고.

무무: 너 저번에 시험본 것은 몇 점이었지?

나: 응, 그땐 내가 공부를 좀 덜 해서 86점이 나왔었지.

무무: 거봐. 넌 저번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저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 잘한 거야.

나: 아, 그런가?

무무: 그럼. 굳이 비교를 하려면 본인의 과거 모습과 비교를 하고 개선시킨 점이 향상되었을 때는 자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도 돼.

나: 흠.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모습과 비교한다고?

무무: 그래. 그런 면에서 난 네가 자랑스러워.

나: 아, 무무 네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걸? 갑자기 행복해졌어!


남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저 멀리 날아간다는 무무의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그래. 앞으로 남과 절대 비교하지 않겠어. 무무를 보니까 남과 전혀 비교하지 않고 사니까 행복한 것 같아. 그런데 무무는 수학시험 점수가 얼마나 나오려나? 시험지 가져다주고 풀어보라고 할까? 무무가 내 점수보다 높으려나?

이런! 내가 또 비교를 하려고 하고 있는 건가? 행복에서 멀어지는 그 비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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