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나 오늘 상담쌤 만나고 왔어.
무무: 그래? 고민이 있었나 보구나.
나: 뭐, 고민이라기보다는 동생만 보면 자꾸 짜증이 나서 학교상담실에 들렀지.
무무: 그래, 잘했네.
나: 그런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상담이 길어지면서 쌤이 내가 왜 자꾸 동생에게 화를 내는지 깨닫게 해 주셨어.
무무:...
나: 사실 상담을 받아보니까 내가 동생에게 자꾸 화를 내는 이유가 동생에게 부모님을 빼앗겼기 때문이더라고. 나 혼자였을 때는 내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다 받았는데 동생이 태어나고부터는 엄마, 아빠의 관심이 죄다 동생에게만 가게 된 것 같아서 내가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나 봐. 그래서 조그마한 일에도 짜증이 난 거고...
무무: 그랬구나.
나: 늦둥이로 태어난 동생이 모든 관심을 다 가져가는까 내가 화를 내는 게 당연한 거였어.
무무: 음... 빅터 프랭클이란 의사가 말한 게 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나: 무슨 말?
무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반응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야. 바로 그 반응에 자신의 발전과 자유가 달려 있다는 거지.
나: 에? 좀, 어... 무슨 말인지... 많이 어려운데?
무무: 쉽게 말하자면, 네 동생이 너를 짜증 나게 할 때 네가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지. 예를 들어 네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네 게임을 방해한다면 넌, 곧바로 짜증을 낼 수도 있고 아니면 너랑 놀고 싶어 하는 동생의 마음을 헤아려서 동생이랑 같이 게임을 할 수도 있는 거지. 설령 너 혼자 계속 게임을 하고 싶더라도, 적어도 동생에게 네가 하고 있던 게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거나... 결론은 꼭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거지.
나: 아...
무무: 어떤 환경에 처해있다고 해서 그것을 합리화시키고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가질 때 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는 거고 이렇게 해서는 자기 발전이 없겠지.
나: 선택이라고? 감정도 선택이란 말이야?
무무: 감정이 선택이라기보다 어떤 감정이 들었을 때 너의 반응이 선택이지.
나: 아, 어려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동생에게 화내지 말란 이야기야? 그리고 화를 내지 않는 게 가능한 거고? 난, 화내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인 거야?
무무: 응.
아휴~ 정말 그게 가능할까? 여태까지는 그렇게 생각 안 해봤는데. 그냥 동생이 까불면 짜증 나고 화나니 아무 생각 없이 화를 냈는데. 이걸 내가 선택해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정말 이게 가능할까?
흠... 오늘 집에 가서 당장 실험해 봐야겠다. 동생 녀석, 보나 마나 내가 집에 가자마자 나에게 착 달라붙어서 짜증 나게 할 테니. 반응의 선택이라... 과연 내가 화내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