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애교가 많은 고양이를 흔히들 개냥이라고 합니다. 개냥이를 키울 거면 아예 개를 키우지 왜 고양이를 키우냐는 말도 있지만,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가 개냥이라면 집사로서는 축복받은 일임에 분명하지요.
제 이름은 송이예요
우리 집 고양이는 개냥이입니다. 하하. 부러우신가요? 그런데 그냥 개냥이가 아닙니다. 앞에 두 글자를 더 붙여야 할 것 같거든요.
사냥개냥이
우리 집 고양이는 사냥개냥이입니다. 애교 많고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라 사냥감을 물고 놓지 않는 집요한 사냥개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세요. 우리 집 고양이가 딱 그 느낌이거든요.
입질하는 고양이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 그건 다음에 하고요, 오늘은 사냥개냥이의 스피드에 대해서 말해볼까 해요.
우리 송이는 사냥개처럼 엄청 빨라요. 스피드를 말로 표현하자면 ' 눈 깜짝할 사이 '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냐면요. 분명 송이가 거실 한가운데 있는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닫았는데요. 닫고 보니 송이가 베란다에 있더라고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게 걱정이 하나 생겼는데요. 식구들이 현관문을 열 때 송이가 집밖으로 나가면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에는 중문이 있지만 여름에는 늘 열어놓고 살아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특히 여든이 되신 옆집 사는 친정 엄마가 자주 오고 가는데 그럴 때마다 현관문만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렇게 매일을 맘 졸이다 결심했어요. 방묘문을 만들기로요.
방묘문을 만드는 건 제게는 쉬운 일이에요. 왜냐면 남편에게 '이렇게 해달라' 말만 하면 되거든요. 수치 계산해서 측정하고, 나무 주문하고, 만드는 것은 모두 남편 몫이죠. 하하.
저희는 중문 바로 앞에 방묘문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어요.
주문한 나무가 도착했어요.
궁금한 건 저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송이도 기웃기웃 거리네요.
집사, 줄 간격이 틀리잖아
만드는 과정은 생략할게요. 그냥 딱 보면 아시겠죠? 나무들 줄 세워서 놓고 나사만 박으면 되지요. 저는 이렇게 쉽게 말합니다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간격 맞추기가 좀 까다로울 듯도 합니다. 송이도 뭔가 참견하는 듯하네요.
저 창살은 뭐지?혹시 가..감옥!
완성되었습니다. 역시 심플한 게 최고라니까요.
방묘문을 만들어 놓고 보니 '송이 가출 방지' 외에도 유용한 면이 참 많아요. 요즘 같은 장마철엔 젖은 우산이며 신발이며 현관이 질척한데 문을 닫아놓으니 송이가 근처에 갈 일이 없어서 좋고요. 무엇보다도 울타리가 주는 효과 같은 게 있더라고요. 든든하니 마음의 안정이 되네요. 그리고 살짝 인테리어 효과도 있지 않나요? 집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듯 제 눈엔 꽤 괜찮아 보여요.
평상시는 이렇게 옆으로 밀쳐두고요
밖에 나갈 땐 문을 닫습니다
끝은 자석으로 고정시켰어요. 닫을 때 탁 하는 자석소리가 나네요
문 닫고 거실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이죠
옆집 사는 울 엄마는 가끔 밖에서 송이랑 이렇게 놀기도 합니다. 이렇게 놀면 송이가 손을 물지 못한다고 좋아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