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아주 오랜 기간 무기력했고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남을 괴롭게 했다. 지금이라고 다르게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의 예시는 다름 아닌 나였다. 나는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이다. 변하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었으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이 나의 전부는 아닐 테다. 사람은 생각보다 양면적인 존재고 나 또한 그렇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 가령 커리어적 측면에서. 나는 1년 조금 넘게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직업은 가지게 되었지만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월급은 나오는 상황에 안이하게 안주하고 있었다. 나는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이다. 어쩐지 전과 똑같은 소개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결국은 같은 사람 이야기이니까.
그럼 이건 어떨까.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명사들이 아직 남아있다. 가령 '우울 장애 환자'와 같은 말들. 내가 겪는 무기력감과 우울 등의 심리적 괴로움을 이야기하기에 꽤나 효과적이다. '환자'라는 틀 안에서 타인에게 나의 부정적인 면을 이해시킬 수 있다. 나는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이지만, 그것은 병증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하지만 그렇다. 병과 상처가 나를 정의하게 하고 싶지 않다. 우울과 무기력은 그저 상태일 뿐 나 자체가 될 수 없다. 분명 오래 앓다 보면 병이 나인지 내가 병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병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것도 맞다. 나는 게으른 사람일 수도, 아파서 무기력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무관하게 삶은 계속된다. 원만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병과 함께 공존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바꿔야만 한다. 사람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지만,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 '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하여 '나 고쳐쓰기'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 변하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가라앉고, 뒷걸음질도 치고, 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시도 끝에 조금 앞으로 전진도 해봤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자신을 위해 손 닿기 쉬운 곳에 약을 비치해 두고, 루틴을 만들어 운동을 하고, 우울이 찾아오면 이것이 지나갈 감정이라고 되새겼다. 스스로 노력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학원 강의도 끊어주었다. 나는 게으르고 불성실한 면도 있지만, 가라앉아도 나아가는 사람이다.
변하려는 노력은 종종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것은 온전한 실패가 아니었다. 좌절했다가도 다시 도전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나는 언젠가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답은 고쳐가고 정답은 되새기며 오늘도 나아갈 것이다. 나를 고쳐 쓰는 여정은 다시 시작이다. 중간에 멈추게 되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그 과정을 담은 나의 시도들이다. 함께 응원해 주면 고마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