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팀에게, 감사의 답신을 보냅니다.
띠링, 오랜만에 브런치팀에서 알림이 왔다. 브런치에서 내 글을 언급했다는 거였다. 그동안 글을 쓰라는 독촉 알림만 받다가, 내 글을 언급했다는 낯선 알림을 받자, 그 짧은 문구에 심장이 두근세근 콩닥쿵덕 뛰었다. 구독자 268만 명의 파워 스피커 브런치팀이 '내 글을 왜 언급했을까?' 하는 기대감에 냉큼 초대 알림을 눌렀다.
그러자 지난달 열린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팝업이 성황리에 끝난 것에 대한 감사 인사 글이 열렸다. 그 게시글엔 팝업에 전시된 100편의 글들이 링크되어 있었고, 그 안에 내 글도 있었다.
브런치에서 보낸 감사 편지를 받자, 그때의 감격스러운 순간이 떠올랐다. 당시 이런저런 바쁜 일들로 후기를 남기진 못 했지만, 나도 초대장을 받고 전시를 보러 갔었기 때문이다. 이제와 후기를 올리기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편지도 받았으니, 당시의 후일담과 함께 감사의 답신을 전해보려 한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2년여의 기간 동안, '브런치에는 누가 일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누가 우리의 글을 읽고 작가로 승인해 줬으며, 누가 크리에이터 승인 배지를 줬는지, 브런치 홈에 있는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과 '에디터픽 최신글'에서 에디터는 과연 누구인지, 난 늘 그 구체적인 실체가 궁금했다.
원래 난 한 분야에 빠지면,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을 궁금해하고 동경하곤 했다. 예전에 책에 푹 빠져 있을 땐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동경해 그곳에 일하는 방법을 찾아보기까지 했었으니 말이다. 이것도 그와 비슷한 맥락의 호기심이었다. 브런치에 푹 빠지니, 이번엔 브런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어떻게 생겼을지, 매일 어떻게 일을 할지, 브런치에는 1분에 한 편씩 글이 쏟아진다던데, 그럼 그분들은 그 글들을 다 읽을지, 에디터픽 글들은 어떻게 뽑히는 건지, 글을 좋아하면 똑똑하고, 경우 있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분들도 그러한지, 등등. 브런치에 빠져들수록, 하나의 궁금증은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어나갔다.
그러다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회장에서 그동안 그렇게 궁금해하던, '브런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2층 전시실로 올라오니, 브런치가 적힌 검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분이 "작가님?"하고 내게 알은체를 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나눠준 VIP 목걸이 이름표를 보고 인사를 한 듯했다.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그렇게 말을 못 하고 숫기 없는 편이 아닌데, 예상치 못했던 브런치 직원분을 만나니, 순간 당황해서 입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곱슬머리를 한 브런치 직원분은 내 상상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딱 봐도 똑똑하고, 세련돼 보이는 게 카카오가 좋아할 상이셨다. 그분은 내게 전시장 곳곳을 소개해 줬다. 그러곤 펜 하나를 주시며, 전시된 내 글에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좀 전까진 부끄러워 어버버 했으면서, 갑자기 무슨 용기가 났는지, 난 싸인을 마치고 그분께 전시된 글과 함께 나오도록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직원 분도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다. 아까까진 얼굴이 빨개져 수줍어하던 사람이, 글에 사인을 하고 나더니 갑자기 대담하게, '이글이 내 글이오'하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부탁하니 말이다.
똑똑해 보이던 직원분은 친절하기까지 했다. 당황스러운 요구에도 "저희가 이거 하려고 여기 있는 겁니다"며 호탕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받아 사진을 찍어주셨다.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무릎도 살짝 굽히고, 허리까지 뒤로 젖히는 열의까지 보이며 말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누가 봐도 '에헴, 나 작가요'하며 광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마음에 사진만 찍고 3층으로 후다닥 올라가려 했는데,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의 젊은 여직원분이 내게 와 "작가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어머나, 눈에 띄는 과한 퍼포먼스 덕분에, 난 브런치에서 일하는 분과 또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
그분은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밝고 귀여운 분이셨다. 그분은 내게, <작가의 꿈> 공모전에 들어온 작품을 일일이 다 읽어보았다며,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오히려 내가 할 인사인데, 선수를 뺏겼다. 나도 이에 질세라, "그렇게 많은 글 중 제 글을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드렸다. 우린 서로 자신이 더 많이 감사하다며 인사를 되풀이했다.
3층까지 꾸며진 브런치 팝업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니, 먼 길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전시된 글도 보고, 그동안 궁금해하던 브런치 직원분들도 뵙고, 기획노트를 통해 브런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게 되고, 진열된 책들과 전시된 작가의 소장품들을 통해 앞으로도 글을 써 내려갈 원동력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진지진지 열매를 삼키고 세상을 향해 나만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작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두 손가락보다는 열 손가락으로, 열과 성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우리의 메인 타깃이다.'
- 브런치 오픈 회고 글 중-
브런치 팝업장에 와서 보니, 브런치는 멋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곳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기획하여 만든 사람도 멋지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못 난 모습까지 진정성 있게 글로 풀어쓰는 사람들도 멋지고, 그리고 숏폼이 아닌 긴 글의 진가를 알고 모여 읽는 사람들도 멋졌다. 그래서 어릴 적에도 연예인 덕질 한 번 한 적 없는 내가, 서른 중반을 넘겨서 브런치 덕질을 하고 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