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오래된 테이프

연인과 이별하고 남은 한 남자의 독백

by 규린











따스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을 맞이한 한 남자.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늘 하던 루틴대로 레코드 판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이름 없는 파일 하나를 발견하곤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조심스레 꺼내본 먼지 쌓인 테이프. 그 카세트 테이프에는 하트 하나만 그려져 있었다. 그는 먼지를 털어내고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한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반주. 자신이 피아노를 배우고 작곡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만든 노래였기에 리듬도 지금과 많이 다르게 서툴렀고, 가사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 그 기억만큼은 잊을 수 없다.



가끔 흥얼거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 그 오래된 테이프.

자신이 처음 사랑이란 걸 알게 되고 빠져들며 한 사람에게 잘해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날들. 그렇기에 더더욱 그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했기에 떠나보내주기 쉽지 않았다.





이별했던 순간만큼은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모질게 내뱉던 자신의 말에 애인이 상처받은 얼굴로 서있던걸 아직 잊을 수 없으니까.





애처럼 굴지 말라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상처였을까. 노래를 들려줬을 때 아이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데..



연애기간 자그마치 6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년.

서로를 잘았고 그랬기에 그는 이런 이별은 안 겪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연애와 사랑에 지쳐간 그는

끝내 상대에게 이별을 고했던 것이었다.





잔잔히 들려오는 선율에 그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린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기에.



테이프상자를 뒤적거리다가 편지하나를 발견한다.







이 노래가 너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으면 해

나 같은 남자 사랑해 줘서 고마워

생일축하해





-예준이가-



떠나보내기 싫었는데 보내고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나머지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서, 혹은 더 아프게 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거쳐간다. 그럼에도 놓아줘야 하는 걸 그는 안다.





예준은 노래를 끝까지 다 들은 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꺼낸 테이프를 찾아내서

보이는 장식장에 두었다. 그때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순간들이 담긴 세상에 하나뿐인 테이프였으니까.

그리고 그때 그 순간에 있던 자신이 부럽기도 했다.

아픈 사랑을 몰랐을 때였으니



사랑했고, 미안했다고 마음속에 묻어두면서 장식장 문을 닫았다.



그리고 들리지도 전해지지도 않는 그 사람에게 전했다.





" 사랑했어, 정말 사랑했고 널 사랑한 순간들은 후회 안 해, 미안하고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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