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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행성식집사 Jun 23. 2023

[식집사 이야기] 단체사진

우리 집 초록이들의 첫 단체사진 찰칵!

이상하게 주말이 되면 출근할 때와는 다르게 이른 아침이어도 절로 눈이 떠진다. 늦잠을 자보려 눈을 다시 감아도 커튼 사이로 살며시 들어오는 햇살이 눈꺼풀 위로 내려오는 게 느껴지면 잠기운이 싹 달아나버린다.

남편의 단잠이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이불 밖으로 나와 우리 집 초록이들이 아침 햇살을 느낄 수 있게 베란다 블라인드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6월이 되니 밖에는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지만 집 안에선 딱 좋은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은은한 햇살을 맞으며 나보다 먼저 깨어 있었을 우리 집 초록이들에게 눈을 맞춘다. 지난밤 춥지는 않았는지, 목이 마르진 않는지 잎과 흙을 살핀다.

여름이 되어 햇살이 강해지니 흙이 금방 건조해지고 잎이 축 처져갈 땐 잎샤워가 최고지! 번거롭긴 하지만 집안 곳곳에 있는 초록이들을 하나둘 베란다로 데려와 줄을 맞춰 세워 놓는다. 3년 전 결혼할 때 처음 들인 아이, 엄마집에서 분갈이하며 나눔 받은 아이,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아이, 우리 집에 오게 된 이유도 생김새도 다 다른 녀석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집 초록이들을 한 번도 다 모아본 적이 없었다. 이사 오고 1년 반이 지나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초록이들을 세어보니 총 25개. 우리 반 아이들도 25명인데 집에서도 한 반만큼의 초록이들을 가꾸고 있었구나. 새삼 신기하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이래서 집에서도 쉬질 못하나 싶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초록이들에게 시원한 물줄기로 샤워를 시켜주며 바쁘단 핑계로 자세히 돌보지 못했던 아픈 녀석들을 살펴본다. 건강한 초록이들 사이에 있으니 아픔이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보여도 잘 자라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니 신경을 못 써줬던 지난날들이 미안하기만 하다.

문득 우리 반에도 이런 아이들이 있겠지 돌아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린다. 무난한 아이들 틈에 섞여 보이지 않았던 힘든 아이들. 눈여겨보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쳤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이번 한 번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알면서도 넘겼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도와달라 말하진 않았어도 분명 눈빛을 보냈을 텐데. 내가 조금 더 빨리 그 아이들을 살펴줬더라면 덜 아프지 않았을까, 그 순간 더 힘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일은 교실에 도착하면 25명의 아이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리라 다짐한다. 어디선가 지쳐가는 아이들의 이파리에 시원한 물줄기를 뿌려주며 힘을 전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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