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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뷰어P Jun 23. 2023

프롤로그 : 나는 ‘인터뷰어 P’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이 궁금하지 않나요?’

J군으로부터 시작된  엉뚱한 프로젝트


J군은 그림을 그리는 1주 동안 진지했다. (잠깐 부연 설명을 하자면, 1주 동안 하나의 작품을 그렸다.) 그림에는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결과로만 본다면 ‘화가 잔뜩 난’ 사람과 ‘슬픈’ 토끼이다. 하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처음부터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사람과 토끼 그림을 그린 첫날, J군은 이 그림을 거실 벽면에 붙였다. (나는 J군의 그림이 완성되어 벽에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J군 다음 날 놀이를 하다 거실에 붙인 그림을 보더니 색연필을 가져와 그림에 색을 입혔다. 그리고 다음 날은 다른 종이에 그린 꽃을 오려 벽면에 붙인 그림에 붙이고, 다음 날은 토끼의 얼굴에 눈물을, 사람의 얼굴에는 불기둥을 그렸다. 그렇게 그림은 1주 동안 그저 J군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져 갔다. 그리고 그림이 마무리되던 어느 날 J군은 그림 한쪽에 ‘그린 작가’라고 쓰더니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자신의 그림이 소중한지 하트를 그렸다.  

    

나는 J군의 ‘그림’이 궁금해졌다. 대충 짐작하기보다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J군과 ‘그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J군은 나의 첫 인터뷰이가 되었다. 


'토끼와 토끼 주인의 여행'


나는 다양한 현장에서 많은 아동과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때로는 실수와 실패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날 것’에 담긴 그들의 그림을 보다 보면 엉뚱하고 기발한, 재밌고 유쾌한, 진지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예술가 중심의 예술 현장에서 아동과 청소년 예술가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잘 그리는’ 또는 ‘입시를 위한 미술’, 성인에게 평가받는 결과물로써 작품의 표현력과 테크닉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면 미술은 그저 잘~ 그리는 사람들만의 것일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이 말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끄적거리는 낙서도, 흥얼거리는 노래도, 지하철 플랫폼에 적힌 누군가의 시 구절도, 오늘 아침에 찍은 구름 사진도 예술이다. 그렇다면 예술이 부재한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상상할 수 없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그림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그림은 그들에게 자신의 삶을 감각적으로 지각하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자신의 내면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외부화하며 상상력을 탐구하고, 실험하게 한다. 그림은 그들에게 자신의 삶을 감각적으로 지각하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예술 현장에서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바로 그들이다. 나는 아동과 청소년 예술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그래서 나는  ‘보이는 예술 세계’ 너머 ‘보이지 않았던 예술 세계’를 마주하기 위해 성인 창작자 중심의 예술 현장에서 벗어나 아동과 청소년 예술가의 '솔직'하고 '진지'한 이야기 꺼내보고자 한다.  그렇게 나는 아동과 청소년 예술가 인터뷰이를 만나는 인터뷰어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이 궁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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