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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뷰어P Jul 06. 2023

관우 그림은 관우 같아서

관우 그림은 왜 이렇게 행복하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났던 관우는 어느새 나보다 키가 훌쩍 커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관우는 늘 행복한 표정이다. 어쩜 그리도 밝고 명랑한지! 관우를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 이쯤 되면 관우는 행복 마법사가 아닌가 싶다.      


관우의 그림 역시 따듯하고 행복하다. 청소년 예술가 관우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관우는 참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림을 감상하는 내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즐겁고 행복해하며 그림을 그렸을 모습이 상상된다. 그림은 작가의 세계에 들어가게 하고, 그 세계에 머무르게 한다.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 함께 한다는 것은 의미 있고 가치 있으며 설레는 일이다.      


관우의 그림은 참 관우 같고관우는 참 관우의 그림 같다

관우와 그림이 꼭 하나처럼


박관우, <행복하고 아름다운 무지개 환경 마을>, 2022, 종이에 마커, 사인펜


생각만큼 즐거웠던 관우와의 인터뷰    

인터뷰 당일 역시나 관우는 즐거운 얼굴로 나와 마주했다. 생각보다 날이 많이 더웠고, 최근 아토피가 심해져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보였다. 나와 관우는 그림을 함께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인터뷰는 생각만큼 즐거웠다.    

  

관우에게 그림은 행복한 세계’ 

(좌) 박관우, <행복한 작은 나라 세상>, 2023, 종이에 마커, 사인펜 / (우) 박관우, <행복한 곤충 세상>, 2023, 종이에 마커, 사인펜

“행복의 꽃입니다”

“아름답고 예뻐요”

“신기한 마음도 있고 예쁜 마음도 있고 즐거운 마음도 있어요”       

   

관우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행복, 아름다움, 즐거움, 예쁨’이라는 단어를 자주 섰다. 관우의 작품 제목에도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관우는 길가에 핀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곤충을 보고, 하늘을 보고, 사람을 보고 대상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린다. 평범한 사인펜, 마커로 그림을 그리지만, 관우의 그림은 주제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힘과 소소한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행복이라는 단어를 시각화한다면 바로 관우의 작품이 아닐까? “예쁜 곤충도 귀엽고 그리고 사람들과 동물, 꽃이 멋있고 고양이도 예쁩니다”라는 관우의 이야기처럼 과연 나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고 바라보고 있을까? 



관우에게 그림은 순수한 마음

(좌) 박관우, <결혼기념일>, 2023, 종이에 연필, 사인펜 / (우) 박관우, <박성수 아빠 생일>, 2023, 종이에 연필, 사인펜


“엄마 아빠의 결혼이라 카드로 만들었어요. 엄마 아빠 너무 좋지요.”

“박성수 아빠 생일이니까 축하하는 마음이에요.”     


(좌) 박관우, <인생은 이만큼 남았다>, 2023, 종이에 사인펜 / 박관우, <기쁨>, 2023, 디지털


“관우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거예요”

“기뻐요, 기쁜 박관우입니다”     


관우의 그림은 복잡하고 분주하지 않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해진다. 이러한 관우의 그림은 순수함을 경험하게 한다. 관우의 그림은 정답을 찾아내듯이 장면에 담긴 것을 해석하고 분석하지 않게 된다. 어렵지 않아도 되고, 화려하지 않아도 되고, 이기지 않아도 되고, 차별하지 않아도 된다. 관우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고귀하고 엄숙한 때로는 난해하고 친절하지 않은 예술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아름다움과 순수함이야말로 예술이 가지는 본질이 아닐까?     



# 관우에게 그림은 ‘일상의 좋음을 담아내는 것’ 

(좌) 박관우, <로봇 나라>, 2022, 종이에 사인펜, 색연필 / (우) 박관우,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배달하는 로봇산타>, 2022, 종이에 사인펜, 아크릴


“로봇을 좋아합니다. 우주에 있는 로봇이고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여기는 변기 로봇입니다. 물이 내려가는 변기이고 물도 나오고 머리에는 전구가 있지요. 이 로봇은 히어로입니다. 이건 로봇 사람입니다.”

“그때그때 그리고 싶은 거 그립니다.”     


관우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곤충, 나비, 꽃, 나무, 고양이, 로봇, 기차 등이다. 관우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하루에 3시간씩 부모님과 함께 청계천을 산책한다. 산책하면서 부모님과 대화도 하고 청계천 주변의 식물, 곤충, 고양이를 관찰한다. 그리고 관우는 로봇과 기차를 좋아한다. 책이나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의 이름을 외우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기차를 한참 쳐다보기도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에 관우의 독특한 시선과 상상을 더 해 변환되며 유쾌하고 재밌는 그림을 표현된다. 미술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나름의 방식으로, 상상력을 탐구하고, 실험하게 하며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관우에게 그림은 관우가 좋아하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다. 



# 관우에게 그림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      


매일매일 그려요.”

바로바로 그려요실수해도 괜찮습니다

부서지지 않게 잘 소중하게 간직해야 합니다.”

패드에 그리는 거 재밌어요

엄마 걱정 마세요이렇게 하면 돼요    

      

그림을 보면 작가가 그려진다. 그림을 그리는 관우를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누구도 관우에게 그림을 그리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관우는 거의 매일 혼자 그림을 그린다. 하루에 2~3시간씩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30분씩 작업을 하기도 한다. “힘들어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던 적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키득키득 자주 웃는 관우에게 그림은 마치 어렸을 적 신나고 재밌는 놀이인 것 같다. 아마도 관우는 스케치북에 펼쳐 상상의 세계에 등장한 대상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매일매일 그려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을 수밖에! 조금 실수해도 괜찮을 수밖에! 


(좌) 박관우, <아이스크림>, 2023, 디지털 / (우) 박관우, <나의 마을>, 2021, 혼합매체


관우는 입체 작품도 해보고 디지털 작업도 시도하며 새로운 미술 매체에 도전하고 있다. 종이가 공룡이 되고, 로봇이 되기도 하고, 내가 그린 그림을 패드에서 색을 입히기도 한다. 어머님께서는 평소 익숙하지 않은 재료로 작업을 하는 과정을 보며 ‘과연 관우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니,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염려와 걱정이었다.) 오히려 관우는 어머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려우면 어려운 데로, 힘들면 힘든 데로, 나름의 방법으로 그것도 매우 즐겁게!! 해결=창작해 갔다. 미술은 관우에게 스스로 다채롭고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지만, 뭐 어떤가? 다시 또 해보면 되지!! 실패를 미리 걱정하고 배제할 이유가 없다. 관우는 그렇게 끊임없이 자기 결정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알아서 성장해가고 있다. 행복하게 말이다. 


나는 관우와 관우의 그림을 통해 예술과 행복을 퍼즐을 맞춰보고 싶었다

예술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관우의 그림은 나에게 잠시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행복한 삶이란 저기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너 역시도 순수하게, 아름답게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목적 없이 완성되는 행복의 결과물인 관우의 그림을 통해 나는 예술이 가지는 아름다움과 순수함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다시금 되뇌어 본다. ‘미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관우는 ‘행복’이라고 답해주고 있다.   

   


p.s.

관우는 미술 관련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청소년 미술교육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전부이다. 주로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관우는 발달장애 예술가이다. 


※ 박관우 청소년 예술의 그림과 사진, 인터뷰 내용은 창작자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재미있고 신나는 그림을 그리는 박관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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