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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창 낭만고양이 Jan 18. 2024

왜 산려소요는 평탄하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죠?

부지를 평탄화하지 않은 변명

산려소요에는 크지는 않지만 건물을 총 4채  준비하고 있고, 키가 제법 큰 나무가 10그루 정도 있습니다.


넓다면 넓고, 아담하다면 아담한 부지인데 4채의 건물은 저마다 높이가 달라서 건물과 건물을 오가려면,

산려소요 내에서 거닐려면, 오르락 내리략을 계속 해야 하지요.

왜 쭉 평탄화하지 않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아 미리 변명을 적자면,

높낮이들이 이어지는 건물의 위치와 높이는 그 자리에 있던 나무들을 기준으로 라인을 잡아서입니다.
 
이 땅에서 싹을 틔워서 30년일지, 40년일지 아무튼 산려소요보다  더 오래 살아온 나무들을 그대로 두고

건물을 세우는 것이 산려소요 건축의 제1원칙이었으니, 당연히 나무의 자리가 기준 레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나무를 옮겨 심고 싶지 않았고, 사람이 편리한 땅을 만들려고 나무가 살아감에 문제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살다가 땅을 떠나도 나무가 더 오래 살 것이니까요. 그러다보니 건물도 한 채가 아니라 작은 건물들로 4채가 되었어요

처음 이 부지에 장박 텐트 치고 주말 휴식을 하던 때에, 마침 가까운 곳에서 좋은 마사토가 나온다고 해서 몇 트럭의 마사토를 받아 펼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완만한 줄 알았던 땅이 상단부터 하단까지의 높이가 생각보다 차이가 있었고, 나무들은 그 경사지를 따라 부지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웃 어른이 쓰윽 지나가듯 말씀하셨어요. "나무는 제 밑둥을 묻어버리면 죽어요."


그렇게 나무 밑둥을 기준 라인으로 삼고 건물의 기초베이스를 잡다보니 사람이 이 건물 저 건물 오갈때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되고보니 또 다른 변명꺼리도 떠올랐습니다.
시름을 내려놓고 자연속에서 노닐다 가기를 원하는 곳인데, 도시의 길처럼 평평하면 걸음도 빨라지고 재미도 덜하잖아요. 높낮이에 맞추어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면 자연스레 속도도 더 늦추어지고, 리듬이 있어서 이곳 저곳을 거니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구요...^^



산려소요 부지에  이곳 저곳 자리잡아 살아온 나무들


나무들 사이사이로, 나무 밑둥을 기준삼아 높낮이가 다르게 자리잡은 건물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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