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원씽_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성공이라는 거대한 키워드를 이토록 단순하게 풀어낸 책이 또 있을까. 제목처럼 성공의 비결을 단 하나로만 설명하는 이 책 <원씽>은, 아마존 자기계발 분야에서 260주 연속 스테디셀러를 달성하며 종합 베스트셀러에 도달한 책이다.
저자 게리 켈러는 텍사스 오스틴의 작은 방에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개발 회사 Keller Williams Realty, Inc. 를 일군 기업가인데, 그가 전미 투어를 다니며 성공의 비결을 다룬 강연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의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다음의 두 문장이다. 사람마다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단 하나의 분야가 있다. 그것에 몰두하는 것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이보다 더 심플할 수 있을까.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저자 자신도 정리가 안 된 듯 횡설수설하거나 본인의 상념에 너무 심취해 글이 길어지는 책이 있는데, <원 씽>은 제목처럼 작가가 주장하는 바가 간결하고 글도 명료해서 굉장히 잘 읽혔다.
사람에게는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가 있다,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므로 단 하나의 일에 집중하라, 초점을 좁힐 수 있는 통찰이 바로 탁월함이다… 이렇게 일관된 메시지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저자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분야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직관적인 마인드 세팅을 하게 한다. 세계적인 투자자답게 책 곳곳에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관점이 묻어나서 배울 점이 많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능력과 의지를 과신하고, 습관대로 살아가려는 관성이 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중요한 일 단 하나에만 매달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리는 시간과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모든 일을 잘할 순 없다. 중요한 일만 파고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무언가를 포기해야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다재다능함, 멀티태스킹은 하나의 미덕처럼 추켜세워지곤 하지만, 저자는 멀티태스킹은 그야말로 허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여러 일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내에 너무 많은 일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업무 속도를 늦추고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시장에 떠도는 ‘효율’, ‘가성비’, ‘단기간 달성’ 따위를 맹신하는 것이 사실은 상황을 더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특히 도미노 효과에 관한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는 과정은 내 인생의 보물을 채굴하는 중요한 시간이며 그러한 과정을 한 번 겪으면 다음의 일들은 도미노를 넘어뜨리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주 작은 도미노로 시작해도 그 관성을 이용하면 조금 더 큰 도미노, 그보다 더 큰 도미노까지 쓰러뜨릴 수 있다. 우리는 성공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을 너무 크게 생각해서 어떤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목적을 가지고 아주 작은 조각부터 하나씩 하나씩 넘어뜨리다 보면 아주 큰 조각도 넘어뜨릴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당연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 도미노 조각을 찾았다면 삶에서 도미노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 연쇄반응은 습관 형성과 작은 성취로부터 시작한다. 지금의 습관이 내 미래를 만든다는 대목을 다시 한번 되뇐다. 다음 조각, 또 다음 조각… 인내를 가지고 계속하기는 어렵지만 그럴 때마다 또르르 경쾌하게 이어지는 도미노를 생각하면 좋은 습관을 유지하며 더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헛된 믿음과 거짓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이건 마치 투자할 때의 자세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 종목, 소문, 분석들… 이런 것에 흔들리기에 앞서 스스로 뉴스를 알고 미리 예견하고 어떤 영향들이 오갈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내 삶에 진짜 영향을 줄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흔들리거나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목표도, 사람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오직 단 하나의 목표, 단 하나의 사람이 내 인생을 결정한다. 책의 많은 부분에 ‘단 하나’에 집중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특히 기업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게 와 닿았다. 특정 기업을 떠올렸을 때 단 하나의 키워드가 떠오른다면 그 기업은 성공한 것이다. KFC의 치킨 조리법,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스타벅스의 커피, 구글의 검색 기능처럼. 책을 펼치기 시작해서 덮을 때까지 내 인생의 단 하나는 무엇이며, 나는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설계도를 그려야 할지 조금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후반부에서 책의 전체 내용을 정리하며 인생의 반전을 불러오는 단순한 세 가지 진리를 설명한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 자기 인생에서 무엇보다 강하게 원하는 단 하나를 가지라는 것,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르라는 것,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 생산성을 가지라는 것이다. 생산성에 대한 저자의 조언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성공한 삶이라고 하면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야 할 것 같지만 인생은 장기전이다.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일을 벌이기보다 초점을 좁혀서 집중하고, 계획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바쁘게 사는 삶, 많은 것을 하며 사는 삶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성공에 관한 수많은 말들이 떠돌지만, 저자의 조언들은 가장 중요한 문을 연 것처럼 강렬하게 느껴졌다. 웅장하고 화려한 문이 아닌, 작고 평범한 모양의 문. 그러나 열어버린 이상 더 이상 그전의 모습으로는 살 수 없게 되는 그런 문 말이다.
인생의 지향점, 선택과 집중, 성취의 습관들에 대하여 핵심적이고도 명확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좋은 이야기지만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는 조직에도 의미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공부나 사업을 막 시작한 사람이나 뭔가를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나의 단 하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당장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아마 이것만으로도 삶의 지도가 좀 더 심플하고 뚜렷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었다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제 남은 건 전진뿐이다.
성공은 생각의 크기에 비례한다.
- 게리 켈러, 제이 파파 <원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