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돈의 속성_김승호
이십 대에 미국으로 건너간 후 빈민촌에 살며 사과 박스를 나르던 사람. 식료품 가게부터 컴퓨터 조립회사, 주식 거래, 편의점까지 17년 동안 일곱 번이나 사업에 실패했던 사람. 그리고 여덟 번째 사업에서 거둔 성공이 인생의 반전이 되어 글로벌 외식 기업의 회장이자 수천억 자산가가 된 사람. <돈의 속성>의 저자 김승호 회장의 이야기다. 그가 2005년 설립해 세계 1위로 우뚝 선 도시락 업체 스노우폭스가 지난 6월 8,000억 원에 일본 외식 그룹에 매각되면서 최근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투자에는 예금, 적금, 부동산, 주식, 채권, 현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한 시장 안에서 이런저런 상품을 사놓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격언에 따랐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돈의 속성 中 -
경제경영서 추천 리스트에 항상 올라와 있는 책, 2020년부터 4년 연속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머물고 있는 김승호의 <돈의 속성>은 최근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무일푼 이민자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저자의 돈에 대한 철학과 돈을 끌어당기는 비법 등을 담고 있는 책이다.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사업을 키우고 부를 축적한 그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직관적인 제목 탓에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기적이고 뾰족한 비법을 알려주는 ‘비법서’라기 보다는 자산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철학’이 담긴 글이다. 저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돈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다루어야 할지 소개해 준다.
책 초반부터 인상적인 말이 나오는데, 바로 ‘돈은 인격체’라는 것이다. 돈은 정교하고 구체적인 인격체라서 돈을 함부로 대하면 돈도 그 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반대로 소중히 여기면 붙어있는다는 것, 자신을 합당하게 대우하는 사람 곁에서는 자식(이자)을 낳기도 한다는 것.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돈을 벌고 싶어서 투기를 하고, 가짜 뉴스에 속고,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저자가 강조한 ‘돈은 인격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돈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대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는 돈도 감정을 가진 실체처럼 응답한다. 거듭 사업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김승호 회장이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진솔함 때문일까. 빠르고 거짓된 방법을 멀리하고 우직하게 돈을 벌고, 모았으며 성실한 계획과 공부로 투자해 왔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이다.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를 들여다보면 결국 강조하는 바는 비슷한 것 같다. 성실할 것. 기본을 지킬 것. 믿고 기다릴 것. 앙드레 코스톨라니, 워런 버핏 등의 투자 기본서에서도 강조된 내용들이 이 책에도 담겨 있었다. <돈의 속성> 역시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으며, 돈과 상하 관계가 아닌 깊은 존중의 관계를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부자가 되려면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고 종잣돈을 마련해 복리와 투자를 배우고 경제 용어를 배워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자본이익이 노동에서 버는 돈보다 많아지는 날이 바로 당신이 부자가 된 날이고 경제적 독립 기념일이다.”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빨리 부자가 되려는 욕심이 생기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많은 수익에 현혹되어 마음이 급해 리스크를 살피지 못한다는 것. 혹시 운이 좋아 성공을 거두더라도 무리한 투자나 많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서 힘이 약한 재산만 가지게 된다. 투자를 하든 사업을 하든 계획하고 공부하며 주인의 마음으로 임할 때 ‘건강한 돈’을 맞이할 수 있음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또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꼼수와 운이 아닌 공부와 계획이 필요하다. 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투자가 이에 해당), 쓰는 능력이 그것이다. 개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면 자신이 번 수입을 아껴서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 소득 대부분을 자산이 아닌 소비재에 사용한다면 평생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소득으로 자산을 만들고 또 그 자산이 다른 자산을 낳아서 내 노동 급여를 앞지르는 날이 바로 개인의 독립기념일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부자로 사는 마인드란 이런 것일까. 일시적인 소득과 소비가 아닌 스스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인 기초 공사일 것이다. 꼭 사업가나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도 학생부터 직장인,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까지 기초 공사를 튼튼히 하고, 건강한 경제생활을 위해서 한 번쯤 새겨야 할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 이야기는 결국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책에서 돈을 끌어당기는 7가지 비법을 소개하는데, 앞서 말했듯 돈은 사람을 따라가기 때문에 ‘돈을 다스릴 만한 사람의 자세’를 이야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일곱 가지 비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품위 없는 버릇들을 버리라는 것이다. 욕하고 투덜거리며 남을 비웃는 것, 지저분한 차림새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태도가 품위 없는 버릇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구하라는 것. 분명히 어딘가에는 물음에 답을 주고 도움을 반기는 사람이 있다. 세 번째는 공부를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 희생할 각오를 하라는 것. 작은 목표에는 작은 희생이, 큰 목표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네 번째는 투자내역부터 정보, 아이디어, 명함, 구매기록 등을 기록하고 정리하라는 것. 이 모든 것은 재산이 되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다. 그 외에도 저자는 즉각적인 자극에 유혹당하지 말고 평생 지킬만한 가치, 장기 목표를 가지라는 것과 모두에게 사랑받을 생각을 버리라는 것,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 것 등의 인생 조언을 이어간다.
그러고 보면 돈의 속성은 인생의 참된 가치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욕심을 부리면 되레 가질 수 없고, 운으로 거둔 것은 쉽게 나가거나 값을 치르고, 성실하게 쌓은 것은 든든하고 선한 가치가 된다. 전에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큰 자산을 일궈낸 사람들은 성실한 삶의 자세와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마음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 유명한 김승호 회장은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나은 삶,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멘토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미 많은 부를 이룬 사람이 굳이 할 필요 없는 활동이지만 그 배경에는 젊은 날의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삶의 이치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 밖에도 책에는 정수가 아닌 배수로 늘어나는 재산 증식의 과정, 주식을 할 때 가져야 할 주인의 마음 등등 돈에 대한 마인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술술 읽히지만, 그 안의 내용은 일곱 번 넘어지고 또 일어나며 재기한 저자의 조언이 한 구절 한 구절 진주알처럼 숨겨져 있으니, 곁에 두고 자주 펼쳐봐도 좋을 것 같다. 경제 경영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돈’이라는 키워드 말고는 남는 게 없어 헛헛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잘 살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든든했다. 진정한 돈의 속성부터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진솔하고 현실적으로 이야기 해주는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인생과 자산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부터 사업가, 투자자, 학생까지… 투자의 기본 마인드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물론 돈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