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_앙드레 코스톨라니
“우량주에 투자하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몇 년간 푹 자라.”
주식 좀 한다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명언이다. 유럽의 워렌 버핏이자 주신의 신으로 불리는 코스톨라니는 헝가리 유대인 출신의 투자가이다. 1999년 타계했으니 그의 인생은 벌써 20년도 전에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불리며 그 명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단숨에 백만장자 되기
단기간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부유한 배우자를 만난다.
둘째,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는다.
셋째, 투자를 한다.
물론 이외에도 상속이나 복권 당첨 등을 통해서 백만장자가 될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방법과는 달리 임의 조절이 불가능하다.
-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中
<투자는 심리 게임이다>, <실전 투자강의>, <사랑한다면 투자하라> 등 그가 쓴 투자 관련 책들은 모두 스테디셀러지만 그의 책 중 ‘완결판’이라고 할만한 책이 있다면 바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일 것이다.
80여 년의 세월을 투자의 대부로 살아온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이 책은 출간 즉시 독일 내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출간된 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투자 지침서로 꼽힌다. 자산운용, 투자 관련 일을 하는 나 역시 늘 책상 한쪽에 두고 잊을만하면 반복해서 읽는 책으로, 경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바다.
쓰인 지 20년도 넘은 책이지만 오늘날의 시장에도 그의 조언이 적용됨에 독자들은 놀라곤 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책에서 증권 거래와 투자 심리에 중요한 변수가 무엇인지, 시장의 근본적인 원리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비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다. 또 기회와 위험 요소, 상승과 하락 등의 변화에 대해서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리고 세계사적 금융 사건들, 투자에 실패하거나 성공한 사례들을 재치 있는 비유와 표현들로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값진 이유는 증권투자의 대부인 그의 경험이 전부 녹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돈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확실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을 어디까지나 ‘수단’으로 보았다. 여기서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라는 책의 제목이 비롯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기 자본을 가지고 원하는 바를 행하는 데 있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이 백만장자라고 한다. 돈에 대한 그의 관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말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시각, 인내, 그리고 확실한 자기만의 투자 인사이트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투기 심리가 있다. 그는 ‘증권 동물원’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의 다양한 유형을 설명한다. 주식 시장의 노름꾼이자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단기 투자자, 주식 등락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 그리고 세계 경제나 재정 정책, 금리 정책, 금융환경을 분석하고 진단을 내리며 장기적으로 전략을 짜는 순종 투자자... 우리는 순종 투자자가 되어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이런 유형이 되기 위해서 실패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두 번 이상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하겠는가. 실패 경험이 투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주식시장에는 많은 변수가 영향을 끼친다. 기업과 사람, 그리고 세계의 흐름이 다 그 안에 있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을 우리는 가히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유명한 ‘코스톨라니의 개와 주인 이론’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개(증권 시장)는 주인(경제) 보다 앞서거나 뒤서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1930년부터 1933년까지의 심각한 대공황을 겪은 미국 경제의 발전 과정이 그 예다. 주가를 움직이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이 모든 것들에 앞서 냉정하고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수급의 문제다. 매수가 매도보다 많으면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내린다. 장기적으로는 평화를 깨는 전 세계의 일련의 사건들, 중기적으로는 과도한 조세 정책과 규제, 자금난과 같은 요소들이 심리와 연결되어 시장에 파도를 일으킨다. 저자는 책에서 주식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중 심리를 파악해야 하며 이는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증권 시장에는 부회뇌동파와 소신파가 있는데, 소신파는 돈(Geld), 생각(Gedanken), 인내(Geduld), 그리고 행운(Gluck)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과 인내일 것이다. 소신파는 매수-기다림-매도의 순서로 행동하지만, 부화뇌동 투자자는 그 반대로 행동한다. 소신파는 하강 국면일 때 부화뇌동파가 급히 던진 물량을 매수하고 상승 국면에서는 조금씩 추가 매수하다가 투기하는 부화뇌동파들의 매수가 들어오면 물량을 매도해 수익을 실현한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넘실거리는 파동 속에서 소신파에 속해서 ‘남들과는 반대로’ 해야 한다고 그는 전한다. 비록 시세 하락 시에도 많은 거래량을 보인다면 이것은 많은 주식이 소신파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니 기다려야 한다.
투자 정보에 신중할 것을 강조하며 저자가 빗댄 표현도 인상적이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 나는 웨이터가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메뉴는 대개 그 레스토랑에서 빨리 팔아버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할 때 우리는 정보에 목을 매지만 참고할 만한 조언은 정말 드물다. 전문가의 조언, 추천 종목, 소문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사후 분석에 불과한 차트도 너무 맹신해선 안 된다.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뉴스를 알아야 하고 미리 예견해야 하며 어떤 뉴스가 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줄도 알아야 한다. 분석을 통해 좋은 산업을 선별하여 투자해야 한다. 때로는 위기에 처했지만, 큰 회복탄력성을 가진 기업에 투자할 필요도 있다. 그 예가 바로 크라이슬러로, 저자는 이를 ‘턴어라운드 주식’이라고 칭한다.
세계 대전도, 대공황도 겪은 코스톨라니가 80년 투자 인생에서 자기 경험을 써 내려가며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나는 다름 아닌 인내와 냉정함이라고 본다. 그것은 어쩌면 돈을 대하는 건강한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돈을 잃는 사람들은 비효율적으로 투자한다. 애초에 자신이 쥐락펴락할 수 없는 시장에서 예측하고 발을 동동거린다.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내해야 한다. 또 돈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냉정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투자를 ‘인간 심리를 기초로 한 예술의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글은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인사이트는 투자자라면 달달 외워야 할 만큼 깊이 있고 정확하다.
짧은 콘텐츠들이 유행하는 시대다. 아주 뾰족하게 대중의 필요만 짚어내는 추세로, 노하우도 간결하고 집약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단기적, 단편적 정보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잡다한 투자 원칙, 전략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 대부의 빛나는 관록과 연륜으로 금융시장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투자 입문자와 경험자뿐만 아니라 기본 경제 지식을 알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