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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왈JS Jul 10. 2023

당신의 커피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향기로운 지식,

서평. 커피 세계사_탄베유키히로

가히 커피의 시대다. 로스팅 전문 카페부터 저렴하고 양 많은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원하면 어디서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요즘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인식도 높아져서 동네 카페에서도 여러 가지 원두 타입으로 즐길 수 있다. 소문난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특별히 큐레이션 한 커피로 구독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17세기에 유럽에 전해질 당시 
커피는 호사가나 귀족 등 일부 사람들만 마시는 음료였다. 
- 커피세계사 中




나도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학업을 위해 각성제처럼 커피를 마시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매일 마시는 만큼 커피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커피의 기원과 사람들이 커피를 향유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지만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커피 세계사>라는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생활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커피가 주인공인 역사 이야기다. 커피의 기원과 커피가 각국으로 전파된 세계사적 사건들, 음용 방식과 수입 수출 재배 등의 커피 산업 이야기까지… 잘 블렌딩 된 커피 향처럼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커피 세계사>의 저자 탄베 유키히로라는 의학 박사다. 미생물학을 가르치는 의학박사가 커피에 관한 책을? 처음에는 의아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대학교 1학년, 우연히 핸드드립 커피에 입문한 후 그 매력에 빠져 커피의 향미 원천에 대해 가열차게 연구했다. 논문을 구해 읽고 온갖 실험을 하는 등 그의 정밀하고 방대한 호기심은 추후 <커피 과학>이라는 책으로 엮였는데, 그중 일부 언급되었던 커피의 역사가 반응이 좋아서 아예 그 부분을 따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그게 바로 <커피 세계사>다. 




커피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커피는 전쟁과 인연이 깊다.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예멘의 모카항을 거쳐 오스만투르크로, 또 유럽, 미국으로 전파된 배경에는 국력 다툼이 있었다. 전쟁이 없었다면 커피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카페 모카’의 ‘모카’가 세계 최대의 커피 무역항이었던 예멘의 모카항에서 따온 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역시 알고 즐기는 것과 모르고 즐기는 것은 천지 차이다. 


미국의 커피 변천사도 재미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 커피는 그 값이 폭등하면서 기존의 기호식품의 영역을 넘어서서 세계교역량 2, 3위를 다투게 되었다. 당시 이런 영향으로 세계 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노동자들이 물처럼 마시는 묽게 탄 커피가 유행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아메리카노다.


네덜란드의 커피 가문에서 자라온 사람이 미국에 와서 그것을 보고 충격받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좋은 커피’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스타벅스 창업자의 스승이라 불리는 알프레드 피트로, 저자는 책에서 그를 ‘스페셜티 커피의 조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쟁을 통해 커피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음용되어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쟁과 같은 맥락으로 커피는 식민지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향기와는 달리 커피는 식민 지배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수익이 보장되는 커피 교역이 확산되자 유럽의 강대국들은 이 음료를 상업 수단으로 삼고, 자신들이 정복한 땅에서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프리카를 제외한 나라들이 이에 해당한다.





커피 품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다음으로 커피 무역량이 많은 나라가 베트남이다. 베트남 원두의 대부분은 로브스타인데, 이 품종은 병충해에 강하고 평지에도 잘 자라며 재배환경이 까다롭지 않아 대량 재배가 가능하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났는데 로브스타가 이에 제격인 원두였던 것이다. 이에 더해 브라질은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긴밀히 받을 수밖에 없지만 베트남은 그보다 영향을 덜 받아 엄청난 생산량을 보이면서 브라질에 필적할 만한 커피 생산국이 되었다.


 


이처럼 커피를 단순 식음료로 보기에는 인문학적으로 너무 많은 의미가 있다. 유럽에서 커피가 대중화된 과정을 보면서 그것이 한 문화로서, 사람들을 테이블에 모으는 사회적 기능을 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유럽에 커피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카페에서 사람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인데, 각성효과가 있는 커피는 취하지 않으므로 건전한 토론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국민들이 모여 앉아 정치와 나라의 수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위협을 느낀 중세 시대 국왕들은 커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커피 한 잔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니 놀랍다.


 


저자는 일본의 커피 역사에 대해서도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자국의 커피 문화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우리나라보다 먼저 커피를 받아들인 일본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해 왔는지 보는 것도 좋았다. 이웃 나라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커피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


 


책장을 덮으며 “이야기를 알고 마시면 맛이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에 200% 공감했다. 커피의 기원부터 전파되는 과정, 세력 다툼과 새로운 문화의 발현, 21세기 일본과 한국을 필두로 한 동아시아 커피 트렌드까지… 커피로 인류 문명사를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심도 깊게 배울 수 있었다. 


일상에서 떼어 놓기 어려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커피. 이 책을 읽기 전의 커피와 읽은 후의 커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잘 아는 만큼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나중에 해외여행에 가게 되면 나라마다 로컬 카페에 들러 새롭고 다양한 커피를 경험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커피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함께 인문학적 소양까지 더해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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