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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25. 2024

엄마의 계란말이

엄마의 마음이 담긴 대왕 부추 계란말이

엄마가 계란말이를 만들어주셨다. 아주 크고 뚱뚱한 계란말이다. 속은 부추가 가득해서 온통 녹색이다. 한 입 베어무니 행복함이 밀려왔다. 그동안 계란말이를 수도 없이 먹어봤는데 엄마의 손맛 때문일까, 유독 계란말이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엄마는 계란말이를 자주 만들어주셨다. 가장 구하기 쉽고 조리하기 쉬운 재료라서 계란말이뿐 아니라 각종 계란전도 많이 만들어주셨다. 지금은 나도 계란말이를 할 수 있고, 엄마는 내가 계란말이를 잘 만든다는 이유로, 어쩌면 계속 내가 하게 만들려는 엄마의 전략일지도 모르는 말 때문에 계란말이는 늘 내 차지였다. 다양하게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채소를 다양하게 넣기도 하고, 김을 넣어 색다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계란말이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엄마의 계란말이 하나에 모든 계란말이가 뒤로 밀려났다.


엄마가 오랜만에 계란말이를 만드셨다. 내가 만든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크기에 속재료가 아주 튼실했다. 내 계란말이는 어떤가. 작고 귀엽다. 계란을 적게 쓰기 때문이다. 계란을 많이 넣어야 계란말이가 먹음직스러운데 나는 계란 쓰는 게 늘 겁이 났다. 반찬으로 디저트로 사용하지 않는 데가 없고 나에게 계란은 밀가루 대신, 햄 대신하는 재료다. 그러다 보니 계란이 금세 없어져서 또 계란을 사용한다고 하면 망설여졌다. 그러나 엄마가 만든 계란말이는 달랐다. 아낌없이 계란을 넣으니 보기만해도 배가 부른 거대한 계란말이가 만들어졌다.


나는 조심해서 간을 하다 보니 싱거울 때가 많은데 엄마가 한 계란말이는 짭짤하니 간도 좋았다. 이게 연륜인가 싶었다. 그동안 내가 만든 계란말이는 비주얼에서도, 맛에서도 견줄 수 없었다. 한 입은커녕 두 개씩 먹어야 하는 내 계란말이와는 다르게 엄마의 계란말이는 두세 번은 나눠먹어야 했다.


엄마는 그저 배부르게 잘 먹으라는 마음 하나로 고민 없이 계란을 듬뿍 사용하셨을 것이다. 그 마음 덕분인지 계란이 더욱 맛있었다. 밥을 먹으려고 TV를 켜니 좋아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바로 시작했다. 거기에 계란말이 하나 물고 있으니 더 부러울 게 없었다. 많이 먹었는데도 또 많이 남았다. 계란으로 따뜻하게 하루를 채워준 엄마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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