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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29. 2024

가지는 싫지만

버섯 가지 토스트 먹기

요즘 무리를 해서인지 몸이 좋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밥을 먹어야 한다. 그냥 밥을 먹으면 되는데 또 밥은 먹기 싫다. 그럴 땐 빵이다. 보통 간단하게 토스트를 만드는데 바게트나 치아바타 같은 담백한 빵에 채소나 버섯을 같이 곁들여 먹는다.




나를 챙기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몸이 피곤하면 다 하기 싫어진다. 예전 같으면 대충 라면을 끓여 먹거나 떡볶이를 사서 먹고 때웠을 테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건강을 지키기로 다짐한 이상 아무리 귀찮아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뭐든 조금이라도 몸에 덜 부담되는 것으로 먹어야 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 남은 가지가 보였다. 가지라니. 아프기 전이라면 입도 안 댔을 재료다. 채소라면 달달한 맛이 나는 양파나 파정도만 사용했고 애호박이나 당근은 그저 색내기용으로 사용하곤 했는데 냉장고에 가지가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놀라웠다. 사실 지금도 가지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보라색 겉껍질이 우선 맛이 없어 보이고 스펀지 같은 식감도 별로다. 익히면 숨이 죽어서 이상한 빛깔로 변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다른 재료와 섞어먹으면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가지와 가까워진 건 샌드위치나 토스트를 만들면서 활용할 일이 많아져서다. 아직 빵에는 어울리지 잘 모르겠지만 레시피가 그러하니 억지로라도 만들게 된다.


우선 가지를 반달모양으로 썰었다. 그리고 약불에서 살짝 볶아서 덜어냈다. 다시 팬에 채 썬 양파와 버섯을 같이 볶았다. 소금 간도 조금 했다. 여기에 가지를 넣고 볶으면 거의 완성이다. 빵은 한 번에 사서 얼려두기에 먼저 전자레인지에서 해동을 했다. 빵이 녹아 말랑해지면 마른 팬에 올려 노릇하게 구운 후, 빵 윗면에 홀그레인머스터드와 마요네즈를 살짝 바르고 볶아둔 재료를 올리면 된다. 마지막에 발사믹식초와 통후추를 뿌려주면 풍미가 좋아지고 조금 더 보기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


아직 적응되지 않는 가지 비주얼, 하지만 다른 재료와 같이 있으면 괜찮다.


맛을 보니 담백했다. 아프니 입안도 까끌한데 걸리는 것 없이 잘 넘어가서 좋았다. 버섯 덕분에 고소하고 양파 때문에 달큼했다. 가지는 물컹하긴 하지만 다른 재료들과 어울려서 괜찮았다. 먹다 보니 약간 밋밋한듯해서 토마토를 잘라 옆에 올렸다. 토마토를 샐러드나 토스트로 먹을 땐 후추와 소금을 약간 뿌려주면 요리 같은 느낌이 나서 자주 애용한다. 어쨌든 이번 토스트로 가지 반개를 클리어했다. 남은 가지도 아마 빵과 함께 먹을듯하다. 가지도 먹다 보면 좋아질 날이 오겠지. 오늘도 든든히 식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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