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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원 Sep 21. 2023

깜깜한 "동굴"을 향해

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저자 "모드 르안"을 소개합니다.

일곱 살의 나이에 탁아소에 맡겨져 사랑받지 못한 '착한 아이' 모드 르안

23살 사랑하는 남편을 뇌출혈로 보내고 1살 난 아들과 남겨진 '미망인' 모드 르안

남편을 보내고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된 모드 르안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아픈 사람들은 '치유'해 온 모드 르안

파리 사람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심리학자' 모드 르안


모드 르안은 파리의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과의 상담사례를 통해 동굴(과거)에 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줬다. 동굴에 들어갔을 때 마주하는 실체가 현재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현재를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했다.


왜 굳이 아픈 과거(동굴)와 만나야 하는 걸까?

책 발췌문 (47p~)

'사람들은 캄캄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그 동굴에 괴물이 살고 있다고 여겨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동굴 안에는 샘물이 있었습니다. 요리를 하고 작물을 키우려면 물을 길어 와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용감한 탐험가 한 명이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뾰족한 돌에 걸려 넘어지고 이끼에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동굴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등불을 비춰보니 작은 쥐 몇 마리가 과일을 갉아먹고 있지 뭡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괴물 소리란 바로 쥐들이 찍찍대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울려서 동굴 밖에선 괴물의 인기척처럼 크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


  무서운 동굴을 탐험하는 일은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일이었습니다. 용감한 탐험가가 동굴을 탐험하는 과정 중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도 했죠. 하지만 고난을 이기고 깊숙이 들어가니 무서움의 실체는 작은 쥐들의 찍찍대는 소리였죠. 이렇듯 과거의 고통을 재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두려운 일 일수 있습니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 자신의 삶이 불안하다면 괜찮은 것이 아니라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죠.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 상처를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회피, 불안, 분노, 우울 등 다루기 힘든 정서를 경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고통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쏟아내는 해소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원한을 씻어내는 실질적인 방법은 자신이 느꼈던 고통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고통의 기억에서 따라오는 분노, 슬픔, 절망, 원한을 온전히 쏟아낸 뒤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떨어뜨려놓는 것이죠. 궁긍적으로 인생의 주도권을 자신이 갖는 것으로 과거의 고통에 매몰되어 현재의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만드는 행위입니다.


나의 동굴로 향하는 부재중 전화

  임신 6개월 차, 새벽 6시가량 남동생의 부재중 전화에서 아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재발신을 눌렀고 동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했다. 난 그때 동생의 깊은 한숨을 아직도 생생하게 느낀다. 부정하고 회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난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충분히 울었고 쏟아냈다고 느꼈다. 아빠의 발인이었던 당일 어제까지만 해도 우중충하던 하늘이 맑고 높았다. 아빠를 보내고 난 후 슬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고 난생처음 해보는 각종 서류처리로 정신이 없었다.

  이 주간의 서류처리를 마무리한 후 집으로 돌아와 혼자 밥을 먹다가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울컥 쏟아진 눈물만큼 큰 소리를 내어 울었다. 한참을 쏟아낸 후 아빠가 정말 내 곁에 없고 보내줘야 하는구나 느껴졌다. 아빠와 있었던 슬펐던 일, 좋았던 일이 떠올랐고 곱씹고 되뇌는 과정 중에 애증관계였던 아빠와의 좋은 기억이 날 좀 더 어른으로 만들었다. 상처 줬던 아빠의 말과 행동에 매몰되어 있던 내가 아빠를 떠내 보내고 충분히 울고 나니 그제야 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빠는 나를 항상 얼굴만 이쁘지 하는 짓이 못났다고 말했다. 난 아빠가 하는 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쁘고 밉게 말했다. 내게 준 상처만큼 아빠도 상처를 받았으면 좋겠어서 말이다. 하지만 아빠도 본인의 상처에 매몰되어 제대로 된 사랑을 줄 수 없었고,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아빠의 동굴을 들여다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사실이 안타깝지만 이제는 아빠가 동굴에서 마주했을 고통이 가늠되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한다. 아빠 또한 결핍된 사랑 속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며 살았을지 생각하니 나의 행동이 후회스럽게 느껴진다.

  동굴을 탐험한다는 것은 과거의 고통과 원한으로부터 해소과정을 거치고 자신이 꾀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존감이 자라는 게 아닐까 싶다. 과거에 고통과 원한에 매몰되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미워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여러분도 자신의 동굴을 마주하고 충분히 감정을 느끼고 울고 말해보세요. 고통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더 이상 자신의 동굴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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