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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y 14. 2024

언제 길을 건너면 될까요?

인도에는 신호등이 없다

인도에는 신호등이 없다. 내가 인도에 와서 가장 놀랐던 사실이다. 신호등이 없으면 사람이 어떻게 길을 건너는 거지??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매번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날 때가 있다. 아직도 나와 아이들은 쌩쌩 달리는 차와 릭샤를 피해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길을 건넌다. 우리에게 길을 건너는 일은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엄마, 언제 길을 건너야 하는 거야?”

“차가 안 올 때 후딱 건너야 해. 지금이야 뛰어! “


신호체계도 신호등도 없는 인도....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신호등이 없는데도 사고율이 거의 없다는 것!!  


무질서가 자리 잡은 인도는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 길거리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들을 수밖에 없는 인도의 자동차 경적소리 인 혼소리가 신호등을 대신하고 있고, 그것은 인도인들만의 암묵적인 대화이다.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 한 동안은 혼소리의 환청이 들려 머리가 어지럽고 지끈거렸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자고 있는 인도의 길거리 개들, 40도가 넘어가는 온도에도 에어컨이 없는 자판가게에서 손으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차가 쌩쌩 달리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인도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상상해보지 못한 풍경이지만 그곳에서 나는 조금씩 적응해 갔고 이제는 벽에 기대 다리를 벌리고 세상 편하게 자는 개들을 보면 우습고 귀엽기도 하다. 인도는 더럽고 무질서하고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인도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갇힌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나름대로 살만하다. 물론 나도 인도에 오기 전에는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내가 살던 곳이 가장 편할 수밖에 없지만 인도에서 하나씩 경험하고 직접 느끼며 배우는 것들도 많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배웠으면 했던 것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점이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인생의 길도 여러 갈래기에 넓은 시각을 갖고 자신들의 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but.. 지금도 길 건널 때는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사람이 건너는 신호등은 좀 있었으면..


#인도 #뭄바이 #인도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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