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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y 23. 2024

무엇이든 마음먹기 달렸다

인도가 내게 준 선물

내가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변화가 있다. 인도는 사실 아이들 때문에 오게 된 곳이었다.

인도에서 나는 그냥 엄마로서 부모로서 희생이지 내가 즐거울 만한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인도에 온 나는 첫 몇 달간은 그 생각이 더욱 뚜렷해졌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야 하는 수고로움, 도시락을 싸고 나면 저녁에 대한 걱정, 이렇게 거의 음식 만드는 것에 시간을 써야 했고 힐링할 만한 곳은 고작 집 앞 스타벅스가 다였다. 워낙 혼자 이곳저곳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일본과 너무 다른 이곳 생활이 진저리 나게 지루하고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거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 짜증이 많이 났다. 희생이라 생각하니 자꾸 대가를 바라게 되었다.


너희들 또 유튜브 봐? 또 게임해? 엄마가 너희를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는데.. 그렇게 공부 안 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자!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면 그것은 곧 남편에게 돌아갔다. 해외에서 의지할 사람은 남편밖에 없고 지금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기에 화풀이 대상이 남편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인도에 온 지 8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처음 4개월 정도는 무척 힘들었다. 물론 음식을 손수 해야 하는 육체적 힘듦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또 그런 엄마를 아이들이 창피해할까 봐 자꾸 주눅 들어가는 마음의 힘듦이 상당했다. 일본어도 영어도 잘 못하는 나는 어딜 가나 이방인일 뿐이었다. 영어를 잘해서 인도에 살고 있는 여러 나라사람들과 소통하며 친하게 지내는 한국엄마들을 보면 많이 부러웠다.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당당함이 멋져 보였다.


부러움은 절실함이 되었고 슬럼프가 와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 날 때마다 언어공부를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하던 일본어 공부에 생활영어까지!!! 사실 공부하면서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좌절하고 자괴감까지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분명 몇 번이나 반복해서 외운 단어, 외운 표현들인데 왜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말로 나오지 않는 건지..... 그래서 처음 4달 정도는 종종 울기도 했다. 내가 굳이 이렇게 애를 쓰며 언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만하자라는 생각이 수천 번도 더 들었지만 계속해 나갔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것, 40이 넘은 엄마의 나이에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마음이 제일 컸고 간절했던 것 같다.




처음엔 한 언어만 공부해도 힘든데 일본어에 영어까지 공부할 수 있을까 의심하며 시도하지 않았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장착하고 두 언어를 공부한 것이 2달 정도 넘어간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번 시작하기는 어려워도 시작하고 나니 모든 것이 처음과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마음먹기 달렸고 편안하고 익숙한 상황에서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나는 이곳에서 언어를 배우며 써볼 수도 있는 최고의 곳에 와있다. 최악이었던 곳을 최고의 곳으로 마음을 바꾸니 놀라운 일이 생겼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영어표현을 마트나 식당에서 조금씩 써보고 일본어의 표현은 아이들 학교 엄마들에게 말해보며 희열을 느낀다. 물론 버벅거리고 틀려서 식은땀 나는 상황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내 안의 열정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지속할 힘을 준다. 꾸준히 해내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졌으며 희생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니 더 이상 아이들과 남편에게 짜증을 예전처럼 내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인도의 생활이 너무 즐겁고 기대된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훗날 아이들이 엄마가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도에서의 지난날을 함께 떠올리며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인도는 나에게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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