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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un 18. 2024

책과 글이 만나는 순간, 아이들의 꿈은 현실이 되다.

논술 선생님이 된 이유


한국에서 나는 논술선생님이었다.

큰아이4학년, 작은아이 7살 때 논술자격증을 따게 되었고  자격증을 따서 정식으로 논술 선생님이 되고 아이들을 막 가르치기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일본에 갑자기 가게 되어서 비록 더 이상 한국에서 수업을 이어갈 순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큰아이가 5학년때부터 1년 동안 친구와 함께 했던 논술수업을 일본에서도 이어 갈 수 있었다.


일본은 한국과 시차가 없어서 어렵지 않게 줌으로 수업을 대체할 수 있었기에 거의 10개월 이상 수업을 했다. 하지만 인도에 와서는 시차 때문에 큰아이와 친했던 친구와의 수업을 줌으로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어 아쉬웠다. 그나마 중학생이 된 큰딸은 2년 동안 논술수업을 진행했었지만 논술수업을 해 보지 않았던 이제 초3학년이 된 아들에겐 지금이 수업을 하기 더없이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고 마침 위층에 살고 있는 한국인 4학년 형이 있어서 함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니 시너지도 생기며 작은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게 된 엄마가 해주는 논술수업을 기다리고 좋아한다.




아이들이 해외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아마 한국책을 읽는다거나 한국어로 글을 쓰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문해력, 독해력이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받아쓰기를 무척 어려워했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수업을 하며 맞춤법을 배우고 한국말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며 글을 쓰고 있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다. 눈을 반짝이며 골똘히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너무 이쁘다.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과 하는 책 수업은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통해 생각들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또한 동화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직접 물어서 듣지 않아도 슬쩍 훔쳐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내가 10년 이상 해왔던 직업은 영양사였다.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이었고 책을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거의 읽지도 않았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논술선생님이 되었는지 아직도 신기하지만 논술자격증을 따기 전에 가족독서모임을 500일 이어가고 있는 분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었고 책을 읽으라 해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화내지 말고 이제는 실행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슬기로운 독서생활”이라는 가족독서모임을 만들게 되면서 일주일에 1번씩 가족이 모여 각자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100일 이상 이어갔었다. 처음엔 싫다는 아이들을 설득하느라 힘들었지만 책을 읽으라 해도 전혀 읽지 않던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고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소극적이었던 딸이 가족독서모임을 100회쯤 했을 때 부반장이 되어 너무 놀랐는데 아이와 축하파티를 하면서 들려줬던 아이의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이가 가족독서모임을 통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래서 부끄러워 나가지 못했던 반장선거에도 나가게 되었다고 하면서  선거유세도 혼자 글로 적어 연습했다고 하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그리고 처음엔 엄마가 가족독서모임을 하자고 해서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독서모임하기를 너무 잘했다며 감사하다고 얘기하는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와 함께 책을 통해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했다면 과연 아이들이 책을 읽었을까...? 사실 나의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나 보고만 책 읽으라고 하시는 부모님께 짜증이 났고 더 읽기 싫어져서 책을 아예 안 읽었던 기억이 가득하다. 독서습관을 물려주는 것만큼 좋은 유산을 또 있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그렇게 100일 이상을 가족독서모임을 했었고 이왕이면 좀 더 아이에게 책을 통해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논술수업과정에 등록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줌으로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 독서 논술선생님이 되었고 글을 쓰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며 강요가 아닌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가지게 해 주었는데 그것이 그 어떤 유산보다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한 두 달 만에 큰 변화를 이루기는 어렵다. 초기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잘 버텨낸다면 그 후의 변화들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하며 지루함과 지친 마음은 곧 자신감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책과 글을  통해 아이의 삶이 그리고 나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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