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일본어 학습 도전기
인도에서 두 아이를 일본학교에 보내고 있기에 나 또한 꾸준히 일본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일본어 실력에 마음이 많이 위축되고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너무 재미있는 일본드라마를 발견했다.
2015년에 나왔던 드라마니까 벌써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드라마인데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산부인과 의료진들의 이야기였는데 생명의 탄생의 관한 내용을 감동적으로 잘 풀어놓았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아마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산부인과의 이야기, 아이의 탄생의 이야기가 더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10화까지로 되어있는 드라마를 단 이틀 만에 다 보았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과도하게 몰입이 돼서 눈물 콧물 흘렸고 다 보고 나서 마음에 많이 와닿는 대사들이 많아서 본격적으로 이 드라마로 일본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화까지 모든 대사를 노트에 쓸 생각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3화까지 대본을 노트에 받아 적고 있다. 1회당 거의 50분 분량이니까 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기에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1화씩 끝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며 뿌듯하다. 내 손으로 직접 일본어 대사를 적어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이었고 그렇기에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그만큼 일본어 공부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학습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언어를 배우든 모국어를 거치지 않고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이들을 일본학교에 보내고 있기에 시작하게 된 일본어지만 사실 세계 어느 곳을 가거나 통용될 수 있는 영어와 달리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영어와 비교하면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물론 지금도 나의 일본어 실력은 3살짜리 만도 못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서 조금씩 들리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나의 마음속의 열정을 꿈틀거리게 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낯선 문자와 말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이며 그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색으로 나를 칠하는 느낌이며 그것이 내면에 짜릿한 전율을 흐르게 한다. 일본어라는 낯선 언어가 내 안의 무언가를 조금씩 넓히고 있다. 그것이 열정이든 도전이든 간절함이든 상관없다.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의 아련했던 그 모습이 선명하게 다시 되살아났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이쁘다는 생각보다는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없이 순수하고 귀여웠던 아이들. 시간이 정말 빠르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어찌나 이렇게 금방 가는지..... 인도에 와서 일본학교를 다니며 누구보다 적응도 잘하고 밝게 지내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지만 조금 더 공부를 잘해줬으면 하는 나의 욕심에 아이들을 다그칠 때가 많은데 드라마를 보며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은 낯선 해외에서 어려운 일본어로 수업을 들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힘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엄마인 나의 역할은 나의 기준에 맞추어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믿고 응원과 사랑을 주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이 힘들거나 지칠 때 언제든 내게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주고 싶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테니까! 육아도 공부도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다.
올해,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무언가를 다짐하고 시작한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본다.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해 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시들시들해지고 있는지를. 그리고 지치지 말고 하나의 작은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듯이 천천히 차분히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