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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Sep 19. 2024

내조가 별 건가? 결국엔 마음이다

남편 기 살리기


지금 인도에서 생활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나는 인도 생활이 얼떨떨하다. 내가 인도에 있는 것이 맞나 싶다가도 빽빽 클락션을 울려 되는 릭샤와 길거리개들, 인도의 사리를 입은 여인들을 보면서 ‘여기가 인도가 맞는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푹 나온다. 사실 우리는 여느 다른 가족들과는 다르게 한국회사에서 주재원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신랑이 한국회사에서 본사인 일본회사로 파견을 나간 건데 일본에서 하는 프로젝트 업무 중 인도에서 해야 하는 일이 생겼고 마침 인도에 가지 않겠냐며 신랑에게 제안이 들어와서 인도로 가게 된 케이스이다.


왜 굳이 한국에서 온 신랑이 그런 부탁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리는 주재원이 아닌 일본에서 재파견되어 인도로 나오게 된 케이스다.  일본회사에서도 처음 있는 정말 특수한 경우인 셈이었다. 인도에 와보니 한국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에서 주재원으로 나온 가족들이 있는데 정말 운동장 같은 넓디넓은 호화스러운 집에서 살며 아이들은 비싼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메이드와 아이가 어리면 아이를 돌봐주는 네니까지 둘 수 있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주어지는 혜택이 많은 점에 입이 떡 벌어졌다. 처음엔 굳이 왜 인도로 왔을까 싶었는데 이곳에 있어 보니 올 이유가 충분하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우리도 일본에 있을 때보다 주어지는 혜택이 파격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의 주재원들과 비교하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그래도 감사감사^^



일본회사에서 인도에 한국사람을 파견 보내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정확한 룰도 없고 우왕좌왕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서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고 작년 11월쯤 인도로 왔는데 신랑이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취소가 되면서 2년 정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4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위기에 놓였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고작 4개월을 있으려고 힘들게 이사하고 비자받느라 집도 없이 거의 한 달을 한국에서 맘을 조렸던가..... 어찌나 화가 나고 속상하던지 몇 날 며칠을 앓아누웠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다 내려놓고 그냥 한국으로 가자고 맘을 비웠을 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 갈 수 있겠냐는 오퍼를 받았고 그렇게 우리는 인도생활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제안을 해주신 분은 신랑이 일본에 처음 파견 나갔을 때 함께 일했던 상사분으로 아마 그때 신랑이 하는 일을 맘에 들어했었던 것 같다며 역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기회가 다시 오는구나 를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다시 합류하면서 1년 이상을 더 연장할 수 있었고 우리에겐 은인 같은 그 상사께 너무나 감사하던 중 인도에 일이 생겨서 일주일 정도 출장을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때다 싶어 나는 그분과 함께 동료분들 총 4분을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을 해 드렸다. 일본분들이라 한국음식이 입에 맞을지도 모르고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래도 꼭 대접하고 싶었다. 메뉴 고민이 되었지만 조금 덜 매운 한식으로 소고기미역국, 잡채, 칠리새우, 떡볶이, 보쌈, 카프레제 샐러드 오이와 무생채를 손수 다 만들어서 한상 푸짐하게 차려 드렸고 준비한 모든 음식을 다 드시고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음식준비하느라 온종일 서 있어 지쳤던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다 보상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저녁식사초대를 마쳤다. 다들 집에 돌아가시고 남편이 상사분을 배웅하는데 손을 꼭 잡고 고마웠다고 재차 이야기했다며 자신의 기를 살려줘서 고맙다는 남편의 진심 어린 말에 참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남편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갑자기 파견이 종료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를 인도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신 감사한 그분께 마음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본다.


내조가 별거냐!


남편 기 살려줬으면 그게 내조지! 그렇지 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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