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Sep 03. 2024

개똥 밭에 굴러도 한국이 좋다

한국여행



아이들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거의 1년 만에 한국을 잠깐 다녀오게 되었다.

하루하루 가는 날을 세어가며 어찌나 설레고 좋던지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한국 가기 위한 첫 번째 목적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사실 식자재를 많이 인도로 가져와야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인도 뭄바이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우린 방콕을 경유하는 타이항공을 탔고 뭄바이 공항에서 밤 12 시행 비행기를 타고 5시간 30분을 비행해서 방콕공항에 도착했고 3시간 정도 기다리다 드디어 인천행 비행기를 타서 오후 3시 30분쯤 도착했다. 리무진 택시를 타고 부모님이 사시는 서울에 거의 7시쯤 돼서 도착했다. 주말이라 차가 어찌나 막히던지.


긴 여정 무척이나 피곤했는데도 인천공항에 쓰여있는 ’어서 오세요 ‘라는 글자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고 공항에서 풍겨오는 고향의 향기에 취해 피곤함이 한순간에 싹 달아나는 듯했다. 피곤하다 징징대던 아이들도 눈을 반짝이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연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힘들다던 둘째는 가장 먹고 싶었던 뿌링클 치킨을 공항에서부터 외쳐대는 통에 웃음이 쿡 나왔다. 그렇게 우린 짐을 찾고 리무진택시를 타고 친정집에 도착했다. 보고 싶었던 부모님과 여동생가족을 만나니 눈물이 핑 돌았다.


꼬박 하루를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피곤해서 배고픈지도 몰랐는데 식탁에 정성껏 차려놓은 저녁 식사를 보니 식욕이 샘솟으며 군침이 돌았다. 평소에 먹고 싶었던 닭발, 편육, 갈비찜... 오 마이갓 정말 흡입했다는 말이 딱 맞을 듯 게 눈 감추듯 우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인도에선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니 어찌나 맛있던지 아직도 한국에서 첫날의 저녁식사는 잊지 못한다. 인도에서 먹고 싶은 한국 음식들 리스트를 써놓았었는데 2주 동안 정말 야무지게 다 먹고 온 듯하다. 특히 순댓국, 대게, 곱창, 즉석떡볶이, 소고기, 살살 녹는 회종류 들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지금 글을 쓰며 자꾸 상상하게 되니 배가 고프다.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며 행복한 시간도 보내고 아이들과 계곡도 가고 롯데월드도 가고 정말 알차게 보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어디 가던 내 의사를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도에서 생활했을 때의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아이들 때문에 해외에 나가도 아이들 다 키워놓으면 다들 한국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역시 내 나라! 대한민국 최고! 모든 것이 빠르고 맛있는 것도 많고 말도 잘 통하고.



마지막날 마트에서 인도에 가져갈 식품들을 사는데 눈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인도에선 식자재 구하기가 쉽지 않아 도시락을 매일 싸야 하는 나에게는 재료가 없다는 것이 그동안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기에. 냉동식품부터 밀키트까지 어찌나 잘 되어있는지....

이것저것 욕심부리며 사는 나를 보며 엄마와 여동생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인도에서 얼마나 먹을 것이 없어 고민이었으면 저렇게 욕심을 부릴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며 나중에 이야기를 전했다. 꿈같았던 한국 여행이 끝나고 새벽에 짐을 싸고 인도로 다시 가기 위해 공항에 가서 짐을 부치는데 짐이 많이 초과되었다며 처음에는 200만 원을 내라는데 기절초풍할뻔했다. 혹시나 짐이 너무 초과돼서 빼야 할 수 도 있겠다 싶어 여동생과 공항에 함께 왔는데 안 왔으면 큰일 났을 뻔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짐들을 다 빼고 다시 정리하느라 식은땀이 줄줄.


우여곡절 끝에 30만 원 정도로 초과 짐 비용을 내고 인도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온 뭄바이 생활은 한동안 멘붕이었다. 한국에 가기 전에는 심하지 않았던 향수병이 생겨서 어찌나 무기력해지던지.. 2주 정도 지나고서야 다시 뭄바이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나의 루틴과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제 파견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다시 한국으로 가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후유증도 정말 컸던 이번 한국여행. 그래도 당분간 먹을 음식들이 남아서 위안이 된다.

아이들과 일본에 이어 인도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고 그만큼 보는 시야도 커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애국심까지 많이 생겼다.  남은 앞으로의 인도 생활도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한 끼에 18만 원? 인도의 빈부격차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