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일본식당 이야기
인도에 온 지 9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여기서 물론 집에서 해 먹지 않는 이상 한식을 먹는 것도 쉽지 않지만 초밥류의 일본음식을 먹는 것도 쉽지는 않다. 얼마 전 일본에서 먹었던 초밥이 너무 그리워서 주말에 아이들과 우리가 살고 있는 뭄바이 포와이 지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의 반도라 지역에 위치한 일본음식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가게 되었다. 식당은 2층에 있었는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본스럽고 고급진 인테리어에 넋이 나갈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여기가 인도 맞나 싶을 정도로 맛도 분위기도 최고였다.
우리는 아침도 먹지 않고 와서 배가 무척 고팠기에 메뉴판을 보면서 연신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참으며 각자 먹고 싶은 메뉴들을 정하는데 다들 입가에 계속 미소가 지어졌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초밥세트와 라멘, 돈카츠동, 야키토리등을 주문해서 먹었고 기분 좋게 다 먹고 난 후 계산서를 부탁했는데 직원이 가져온 계산서를 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점심 한 끼 가격이 무려 18만 원이라니! 연어 초밥 2피스에 거의 10000원?? 이건 뭐, 초밥에 금가루라도 뿌려져 있나! 아니 인도에서 초밥이 이렇게 비싸다니? 물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니 조금은 비쌀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여기서 웃긴 일화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신랑이 회사 인도직원에게 반도라 일본식당에서 점심 먹은 이야기를 하자 인도직원이 “그 돈이면 여기서 한 달 동안 먹고살 수 있어.”라고 했다고.....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길거리의 작은 음식점에서는 몇 백 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이 경험을 통해 인도의 물가와 빈부 격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인도는 정말 흥미로운 나라이다. 초밥집에 인도사람들이 꽤나 많은 편이었는데 이는 인도 내 일부 계층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반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하루하루를 생존을 위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집 근처만 돌아다녀 봐도 구걸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집도 없어 릭샤에서 쪽잠을 자는 운전기사님들도 많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인도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이 모든 계층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현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 고급 일식당은 대부분 인도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인도의 심한 빈부 격차와 경제적 현실을 바라보며 인도의 다양성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내 나라의 대한 애국심은 덤으로!
인도에서 초밥을 먹고 싶다면 신중하게 예산을 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