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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Aug 27.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40. 자꾸 욕심이 생긴다.

 휴식이 주는 여유를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늘 일에 쫓겨서 하루를 열고 닫는 일이 기계의 톱날이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어디라도 어긋나면 지체되는 시간만큼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내 하루의 시간은 총알 같은 스피드를 자랑했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버리는 일상.

그래도 시간은 잘 흘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게으름을 피워도 눈치 주는 이도 없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뒹굴 거려도 봤다. 보고 싶은 책도 보고 영화도 봤다. 전시회를 가고 싶었는데 마땅히 갈만 한 곳이 없다.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해도 3시까지 작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활동보조를 신청했다. 9월이 되면 다시 작기를 시작하는데 겨울에는 해가 짧아 일할 시간이 적다. 2시 30분에 일을 하다 나와 버리면 손해가 많다. 작은 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다만 주면 된다.

학원 앞에서 주차하고 기다리는 동안 공회전을 할 수 없어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더운 날에는 가까운 친정에서 시간을 보냈다. 추운 날에는 차 안에서 담요를 덮고 휴대폰을 보거나 잠을 자기도 했다.


활동보조 신청이 통과되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심사 기간이 무려 한 달이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비로 결제해서 사람을 구하려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이다.

목요일마다 언어와 미술재활을 하러 센터에 가는데 대기실에서 알게 된 활동보조사분은 아이가 다니는 학원 근처에 사신다고 했다. 자주 보고 이야기도 하다 보니 괜찮아 보였다. 3시에 시간이 빈다고 자기가 할 수 있다고 했다.

소속이 되어 있는 활동보조사들은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없단다. 아이와 안면도 있고 해서 딱인데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등급은 자폐 2급이지만 스스로 자립이 가능하다. 뭐든 할 수 있게 훈련을 해왔다. 의사소통도 잘 되는 편이다. 혼잣말을 하거나 자기 세계에 빠져 들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안하면 장애인 인지 아무도 모른다. 심사를 빨리 나오면 좋겠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몸이 편하니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내 주위에 책을 출간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

나도 출간을 하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 오지만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인스타 알고리즘이 계속 글쓰기와 책 출간에 대한 것들이 계속 나온다. 소설 쓰기 4주 완성 10주 완성 이라든가

너도 책 출간 할 수 있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마음을 흔든다.

글을 쓰면 쓸수록 단어 선택이 어려워진다. 사전을 들고 이게 맞는 건가 말이 되나 찾아보기도 하고 유사어 중에서 괜찮은 거 있나 찾기도 한다. 사투리를 표준어로 고쳐 주는 맞춤법 검사 때문에 그대로 둘까 고칠까 하는 것 까지도.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것은 뭐든 좋아하는데 요즘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쪼물딱 쪼물딱 만들 것을 좋아해서 리본 공예랑, 마크라메, 뜨개질 등등 여러 가지도 많이 했다. 만들어서 나누어 주는 게 즐거웠다. 엄청 잘하는 건 아니지만 흉내는 내는 정도는 된다.

아이들 어릴 때 책에서 익숙한 그림들을 그려서 한글 카드도 만들었다. 안 닮았다고 울고 그러지는 않았으니까.. 나쁘지 않았던 걸로~

꽃과 식물들을 사진으로 기록 남기다 보니 어느새 그려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끔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그려 보기는 하는데 재능이 없는 게 확실하다.  그래도 그리는 동안은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다이소 노트, 백합과 수국,스케치(작약과 장미)

수채화 캘리그라피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음~함 도전해 봐? 생각을 하다가 집에서 너무 멀었다. 이제 곧 일을 시작하는데 돈 만 내고 못 나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비용도 재료비도 저렵하지 않다.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수채화 물감은 있고 붓이 없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건 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선물도 주문해야 되고 그때 입을 원피스도 담겨 있다. 휴대하기도 좋고 실용적일 것 같은 붓도 있다. 가격은 착하지 않다. 애니멘션에 관심 많은 아이들 생각나서 담아 놓은 작가님 8컷 콘티 노트도 있고 비싸서 못 산 샌들 여름이 끝나고 있는 시점에 세일해서 담아 놓았다.

이유를 하나하나 붙여가면서 16가지를 주문했다. 택배 폭탄이 곧 온다.  통장이 자꾸만 비어 간다.

작기 때 열심해서 다시 채우자~


머리가 복잡해지면 수목원에 산책을 하러 간다.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 시끌벅적 하지만 그 나름대로 활기차 보여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구석에 숨어 있다. 넓어서 그런지 찾아보면 예쁜 곳이 많다.

함께 걷자~

인적이 드물지만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 걷다 보면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영감이 떠 오르기도 한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는다. 바쁠 때는 못 가지만 한 번씩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으로 그려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엄두가 안 나다.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면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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