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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Aug 26. 2024

나의 삶에 조각들

39. 전시회를  가다.

 이른 새벽 힘겹게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고 휴식은 삶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아이들 등교를 시키고 나면 자유로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며칠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피로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하루 중 3분의 2는 잠을 자느라 다 보냈다. 피로의 누적이 무기력을 만들었다.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아졌다.


몸의 컨디션이 돌아오니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 전시회를 가는 것도 좋아했지만 가고 싶다고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유가 생기면 다 끝나 버려서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남해 바람흔적 미술관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비박물관을 가게 되면 꼭 들렀다 오곤 했다. 사람도 많이 없고 아이들이 돌아다녀도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았다.  

미술관 나들이가 좋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돌발 행동과 너무 빠르게 지나쳐 버린 그림들. 술래잡기하듯 사라져 버리는 아이들 쫓아다니다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포기하고 살았다.

꼭 가고 싶은 경우는 체험 미술관을 찾아서 다녔다. 지루하지 않게 만져 볼 수 있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왕복 5시간을 운전해서 다녀와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것 같다.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흥미로운 그림을 여러 각도로 보기도 하고 구도와 색채 등 다양한 시선으로 보게 된 것 같다.

두 아이다 그림을 좋아하고 스스로 선택했던 학원이 미술 학원이었다.

큰 아이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바꿀 예정이다. 패드로 그림 그리는 것을 배울 때가 온 것 같다.  작은 아이는 캐릭터만 그려서 정물화를 좀 시켜 보고 싶다. 다양하게 접해 보면 좋겠다.


아침 등교시켜 줄 때 라디오에서 일러스트 전시회를 한다는 광고가 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것 같았다. 남편도 전시회를 좋아하는 편이다. 토요일 오전 11시로 4장을 구매했다.

오랜만에 가는 전시회라서 마음이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남편에게 전시회 예매를 했으니 같이 가야 한다고 통보를 했다. 남편의 스케줄을 묻지 않았다.

육아 전담인 나지만 당연히 내가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시간을 내라고 했다. 조금 짜증 난 듯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4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니까.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였다. 주말엔 더 자라고 잘 깨우지 않지만 일주일 전부터 예고를 해둔 상태다. 어젯밤에도 일찍 자라고 당부를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조금 삐그덕 거렸다. 남편은 잠깐 일 보고 온다고 이른 아침부터 나가서 출발 시간이 다되어 가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하니까 다 왔다고 했다.

남편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 동안 차에 시동을 걸고 차 안 온도를 내렸다.

뜨거운 차를 타게 되면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으니까. 아침 먹고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큰 아이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옷도 안 갈라 입고 다시 자고 있고 작은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빨았다고 화가 났다.

참 자. 참을 인자를 여러 번 새기는 중이었다. 겨우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기분 전환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가려고 했다. 차에 블루투스 연동이 큰 아이 핸드폰으로 되어  있었다.

큰 아이는 버츄얼 아이돌을 좋아했다. 노래를 하도 듣다 보니 아는 노래가 많기는 했지만 음악취향이 넷 다 달라서 타협이 어렵다. 특히 리메이크로 부른 노래는 원곡이 익숙한 나와 남편은 뭔가를 중얼거리다가 입을 닫는다. 사춘기 아이와 싸울 순 없다. 리메이크가 원곡을 망치는 기분이 들어서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아니 편곡을 왜 저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블루투스 연동을 먼저 하겠다고 눈치 싸움 신경전이 대단하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을 했다. 10시 50분에 도착을 했다. 매표소에서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입장권과 안내서를 받았다. 나갈 때 잊어 벌릴 수 있으니 주차등록도 해 놓았다.

11시에 도슨트의 그림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할 수 있어서  빨리 움직여야 했다. 남편과 큰 아이는 도슨트를 따라 다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작은 아이와 나는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그림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레


                     1971년생 (미국)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어릴 때부터 밖에서 뛰어놀기보다는 식탁 밑에 들어가서 감정, 고민, 생각 등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브라이언 레는 항상 연필과 종이를 들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아이였어요.

사회에 나가서 첫 직장인 신문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주간 칼럼'Modern Love'의 고정 아티스트로서 칼럼에 들어가는 삽화를 십수 년간 그렸다고 합니다. 일러스트, 설치작품, 애니멘션, 벽화등 다양한 작품을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였습니다.


벽화로 시작되는 전시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 좋았던 것은 그림을 만지지는 못 하지만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했다. 색감이 너무 예뻐서 작은 아이가 많이 좋아했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그림을 따라 하기도 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LOVE STORIES'이다.

연인과 함께하는 일상, 장거리 연애의 고충 등등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 느껴졌다.

창원 전시를 위해서 브라이언 레 작가님이 특별히 그린 그림이 있다고 했다. 파란 양귀비 그림.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라고 했다. 사랑에서도 위는 필요하니까.

나도 도슨트를 따라다니면서 다양하게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많은 인파에 밀려다니기는 힘들었다.

작은 아이와 하나하나 찬찬히 보는 것도 나쁘지 았다. 그림에 설명이 붙어 있는 것도 있었고 그림을 보고 유추해 보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1층 관람하고 나서 2층으로 가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올라가는 곳이 안 보였다. 봉사자 분이 계셔서

"전시 여기가 끝인가요? 2층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찌 가나요?"라고 물었다.

"저도 처음 와서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뭐지.. 단순히 서서 그림을 못 만지게 하는 역할만 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봉사자 분들이 여러 명 계셨는데

다들 똑같은 반응이다.  입구 쪽으로 나와 관계자를 찾아 물어봐야 했다.

1층 전시장을 나와야 2층을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2층에 있는 설치작품이 작은 아이 마음에 쏙 들었던 것 같다.

만지면 안 되다는 주의를 주었기에 가까이 가서 사진만 찍었다.

도슨트의 설명이 끝났는지 남편과 아들이 뒤에서 서있었다.

유익하고 좋아 다고 했다. 설명하지 않고 지나간 그림도 몇 점 있어서 찬찬히 다시 보기로 했다.

작은 아이와 나는 사진도 많이 찍고 관찰하듯 그림을 봤다. 색감들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아이도 차분하게 하나하나를 보는 듯했다. 돌발 행동을 잘하지는 않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림을 다 봤다고 자꾸 나가자고 손을 끌어서 밖으로 나오다가 기념품을 하나씩 샀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마음에 드는 그림의 엽서를 한 장씩 사고 남편은 마음에 드는 그림의 포스를 하나 샀다.

나는 마그네틱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사지 못 했다. 조그마한게 많이 비싸기도 했고 내가 고르고 있는 사이 모두 나가 버렸다. 치사한 인간들 쳇..


오랜만에 창원에 온 김에 신랑친구 가게에 밥을 먹으러 갔다. 샤브샤브 집이라서 아이들 좋아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남편이 갑자기

"딸내미 이름이 슨트가 뭐꼬."

"응? 도슨트 말하는 거야?"

"성이 도 이름이 슨트라고 쓰여 있던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름표처럼 목에 걸고 있는 것에 도슨트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아~그거 도슨트는 그림 설명과 안내를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그라믄 해설사라고 써야지. 뭐시 어렵그로 써놨노."

"도슨트는 라틴어로 가르치다는 뜻 이래. 요즘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도슨트가 해설해 준다고 쓰여있더라고."

그러다 남편은 사람만 많이 없었으면 어디 도가냐고 물어볼 뻔했다고 했다.

자기 성이 도 씨라서 흔한 성이 아니라 집안일까 생각했다고.. 부끄러울 뻔했단다.

모를 수도 있지.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니까~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가게에 도착해서 문을 밀고 들어 가니 많이 놀란 것 같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자리를 잡았다. 준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를 했다. 1인 1 샤브샤브라서 자기 취향 먹을 수 있다.

가끔 오니까 아이들도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연애할 때부터 만난 인연이라 근 20년을 함께 했다. 같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같이 가면 편안한 친구였다. 와이프도 사람이 참 좋다. 모나지 않은 사람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이 하나인데 큰 아이와 한 살 차이가 나서 잘 놀았다.

배부르게 많이 먹었는데 음식 값을 안 받겠다고 해서 난감했다. 얼마 전에 농장에 놀러 와서 밥 얻어먹었다고

다음에 놀러 가면 그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했다.

내가 선물한 수리체리 나무도 열심히 키우고 이었다.  마크라메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만들어 선물한 드림캐쳐도 벽면에 어울리게 장식되어 있었다.

손님들이 밀려 들어오는 맛집이라서 길게 이야기를 하시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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