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내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다."
_ 팩트풀니스 서문(실제로 한스는 이 책을 끝으로 작고한다.)
● 내용
책 Factfulness(사실충실성)는 평생을 세상의 오해와 맞서 싸우는 데 바친 한스 로슬링과 그 뜻을 이어가는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세 전사가 쓴 책이다.
서문에 13가지 질문들을 던지면서 인간이 침팬지보다 못하다는 자극적인 문장으로 호기심을 끌고, 본문에서는 세상을 오해하게 하는 인간의 본성을 10가지로 나누어 설명함으로써 대중들이 읽기 쉽게 쓰였다. 각 챕터의 끝부분에 중간 정리가 있고, 결론부에서 총정리까지 해주니 세계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방법을 직접 떠먹여주는 수준. 세계적인 석학이 이렇게 쉽게 글을 써주다니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 소감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위해 삶을 바치는 이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인간과 세계를 논한다. 얼핏 건조해보이나 감동이 있다. 데이터를 보다 보면 세계는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희망을 마주하기 때문. 여전히 나아갈 길은 멀었지만 책에서 서술된 10가지 본능을 억제하면 보다 합리적이고 건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다급함 본능으로 인해 잘못된 정책을 집행하게 되거나, 비난 본능으로 구조가 아닌 오직 개인에 집중하여 핵심 원인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이 본능들에 저자가 휘둘리고 있지 않는지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책에서 자인한 바 누구도, 그러니까 그들마저도 10가지 본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팩트풀니스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습관화되고 꾸준히 검토되어야 하는 종류의 것임을 함의한다. 11장에 팩트풀니스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으니 수시로 읽을 필요가 있겠다.
끝으로 한스의 삶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그는 본능을 절제하고 사실에 충실히 따르는 인간과 세상을 꿈꾸며 끝날까지 싸웠다. 이런 세상은 아주 늦게 찾아올지도, 어쩌면 결코 이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생을 이 일에 몸 바쳐온 한스는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데이터에 기반해 점진적인 개선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는 합리적인 믿음을 지닌 채 나아가길 그치지 않았다. 인내와 끈기로 아득한 이상을 향해 가는 인간만큼 위대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