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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Feb 12. 2024

체코에서 인턴하기 [2]

회사, 체코인





지난 게시물 체코에서 인턴하기 [1]에서는 브르노에서 돌아온 후 휴학을 하며 첫 번째 소설을 완결했고, 다시 체코로 가 인턴 생활을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게시물에서는 저번에 예고한 대로 체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발견한 체코인 특징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회사 문화, 성격, 기타 특징으로 나눠서 설명할 것이다.


1. 회사 문화

1) 생일이 되면 당사자가 베푼다.

집에서 케이크를 구워오거나 흘레비첵이라는 체코 전통 간식을 만들어 온다. 흘레비첵은 자른 바게트 위에 감자+마요네즈 스프레드, 오이피클, 계란, 파프리카 피클, 햄을 얹은 형태다.



2) 이름 축일에 당사자가 간식을 들고 온다.

체코는 매일 매일 이름 축일이라는 게 있다. 매일 매일 기독교 성인의 이름이 배정되어 있고, 해당 날 성인의 이름을 가진 체코인은 간식거리, 초콜릿, 사탕을 회사에 가져온다. 예를 들어 11월 25일은 Katerina의 축일이다. 카테리나라고 발음하는데, 영어식으로 바꾸면 캐서린이다. 카테리나는 11월 25일 아침에 회사로 초콜릿을 들고 온다.

유럽에는 이렇게 여러 언어권에 걸쳐 공유하는 이름이 있는데, 기독교와 관련이 깊거나 그리스-로마 문명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Mary메리(영어) - Maria마리아(이탈리아어) - Marie마리에(체코어)

Francis프랜시스(영어) - Francois프랑수와(프랑스어) - Frantisek프란티셰크(체코어)

Charles찰스(영어) - Charles샤를(프랑스어) - Karel까렐(체코어)



3) 대부분 정시퇴근한다.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오히려 그날 일처리를 다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느낌.



4) 아프면 무조건 쉬는 분위기다.

연차 눈치 안 보고 쓰는 역사가 한국보다 길다. 또한 정책상 체코가 한국보다 정해진 휴가 기간이 더 긴데, 체코인은 눈치를 덜 보며 휴가를 쓰며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5) 회식 문화가 없다.

회사 동료들과 지나치게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집에 가면 기다리는 가족이 더 중요하고, 다들 존중해 준다. 애초에 회사 끝나고 늦게까지 술 마실 식당이 별로 없다.



6) 눈을 맞추며 소통한다.

일상적으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할 때, 감사를 표할 때, 미안하다고 할 때 모두 눈을 맞추는 게 예의다. 또한 문을 지나갈 때 남성이 여성에게 문을 잡아주려는 게 하나의 문화인데, 기사도 때문인 듯하다. 물론 동성끼리도 잡아 주고, 여성이 남성에게 잡아주기도 한다. 어쨌는 잡아주면 감사하다는 말을 눈을 마주치며 하는 게 예의다.





2. 성격

1) 그리 사교적이지 않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대화하는 건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일년 중 여름 빼고는 날씨가 우중충해서 햇빛을 별로 못 보기 때문에 체코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별로 웃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용히 소곤소곤 대화하고 대체로 감정 기복이 적다. 그래서 사람이 여럿 있어도 사무실이 조용하다. 길 가는 사람들 중에 웃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기쁘지 않은데 왜 웃어야 해? 라는 마음가짐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 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다. 애초에 없다



2) 여유롭다.

범유럽적인 태도다. 한국인보다 훨씬 릴렉스되어 있다. 좋게 말하면 여유로워서 서로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경쟁심이 적다. 그러나 나쁘게 말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일을 미룬다. 개인주의와 연결되어 자신의 일이 아니면 나서서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이건 공중질서, 보건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코로나 때 마스크를 한국에 비해 잘 안 쓰고 다녔다는 것 정도.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3) 개인 존중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 대화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막 늘어놓다가 맨 뒤에 ~어쨌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이것 역시 범유럽적인 사고인 듯.

개인의 개성 존중해 주는데, 쨍한 색상의 옷을 입거나 상하의 색깔 매치가 아무리 이상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여성의 경우 과감한 프린팅(엄청 큰 꽃무늬라던가, 형광노랑 형광주황이라던가)의 원피스를 입고 와도 그러려니 한다. 물론 칭찬에는 언제나 기뻐한다.

머리를 길게 길러서 집게로 고정하고 다니는 남자부터 올빽에 진한 아이라인을 그리는 여자, 수염을 길게 기른 사람, 팔다리에 문신한 사람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4) 과시하지 않는다

개인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플렉스 문화는 없다. 한국은 좋은 가방을 메고 다닌다던가, 유명 로고가 박혀 있는 외투를 입는 사람이 많다. 그에 반해 체코는 거리에서 그렇게 로고 박힌 건 잘 안 들고 다닌다. 애초에 고가의 물품을 들고 다니면 소매치기 당한다. 대신 위에서 말했듯이 쨍한 색상의 옷으로 자기 표현을 많이 한다.




3. 기타 특징

1) 블랙 코미디. 은근 자부심 있는듯

2) 나이 든 여성도 슬리브리스를 자주 입는다.

3) 모두들 체코의 수돗물은 깨끗하고 먹기 좋다고 굳게 믿고 있다. 나는 배가 아픈 전적이 있어서 물을 사다 마셨지만... 물은 깨끗할지 몰라도 노후한 수도관을 교체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4) 비빔밥과 삼계탕을 좋아한다.

5) 휴일에는 자연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6) 휴가 때는 서유럽이 물가가 많이 비싸니까 폴란드나 남유럽으로 간다. 크로아티아, 그리스, 터키 쪽.





이러한 체코인들을 만나면서 개인주의의 장점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편은 그래서 내가 유럽에 남을지 안 남을지 어떻게 결정했는지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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