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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Feb 19. 2024

그럼 유럽에서 살 생각 있어? [1]




자, 이 주제까지 왔다는 것은 내가 이 앞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 후투티라는 사람의 초중고생 시절, 대학교 초반의 우울했던 시절을 여기에 썼고, 이후 대학교 3학년이 되어 프라하에 머물고, 그 다음 브르노에 머물고, 다시 오스트라바로 가서 인턴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여러분이 나의 글을 처음부터 읽었다면 내가 대학에 가기 전 어떤 학생이었는지 알 것이다. 고등학생의 나는 한국은 헬조선이다, 나가서 살 거다, 그런 말을 하며 한국을 싫어했다.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결국 외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체코를 포함한 여러 국가를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어느 곳에도 낙원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글 체코에서 인턴하기 [2]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체코의 공업도시 오스트라바에서 6개월 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체코인의 특징에 대해서 말했다. 체코인은 대체로 조용하고 여유롭고 개인을 존중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예고한 대로 이번 편에서는 내가 체코에 계속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고민한 것과 그 대답에 대해 쓸 것이다.



체코에 왔다갔다 하다 보니 지인들이 물었다. "그럼 유럽에서 살 생각 있어?"



글쎄.

체코어를 전공하고 체코에 대해 알아 가면서 이 나라가 분명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게는 한국이 더 나은 선택지였고, 결국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왜 체코가 아닌 한국에서 살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 말해 보겠다.



< 한국에 돌아오기로 한 이유 >

1. 한국에서는 이방인이 아니다

2. 한국은 꽤 살기 좋은 국가다

3.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1. 한국에서는 이방인이 아니다.

체코는 다민족 국가지만, 다인종 국가는 아니다. 체코인, 슬로바키아인,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 독일인 등이 살고 있는데, 열거한 이들은 전통적으로 백인이다. 창백하고 입체적인 얼굴, 밝은 색깔의 눈과 모발이 특징적이다. 그 사이에 검은 머리, 검은 눈, 노란기 섞인 얼굴색을 가진 나는 시각 차원에서 이질적이다. 그 사이에 언어까지 익숙하지 않는 채로 살면 나는 아무리 체코에 재밌는 게 많다 해도 근본적인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체코에서 지내면서 한국의 별 게 다 그리웠다. 한국의 습기부터 산이 곳곳에 우뚝 솟은 도시, 나와 비슷한 얼굴의 사람들.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게다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의 의도가 보다 잘 전달될 거라는 믿음은 사람을 예민하지 않게 만든다.





2. 한국은 꽤 살기 좋은 국가다.

헬조선을 외치던 내가 한국이 살기 좋은 국가라고 말하는 날이 오다니.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해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은 왜 살기 좋은 국가일까? 체코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스)를 여행하고 미국에서 두 달 살아보면서 선진국이라는 국가들과 한국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1) 물이 깨끗하다

샤워할 때 석회수의 까끌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일단 유럽 대부분 국가의 수도에는 석회수가 지나기 때문에 한국에서 씻을 때보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 샴푸로 머리를 감아도 물이 뻑뻑해서 샴푸칠을 제대로 한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샤워 후에는 아주 건조하다.


2) 습기

한국의 여름 습기는 물론 심하긴 하나, 그래도 건조한 것보다 습한 게 좋다. 기후적으로 유럽에 비해 한국이 덜 건조하다. 한국인 피부가 좋은 건 물 좋고 습해서 피부 건강을 지키기 좋은 환경이라는 게 내 가설이다. 한국에서 살 때는 잘 일어나지 않던 손톱 거스러미가 체코에서는 항상 달고 사는 게 되어서 힘들었다. 그 밖에도 얼굴이 계속 건조해 점점 주름이 생기는 느낌...


3) 치안이 좋다

도시의 경우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많기 때문에 거리가 상대적으로 늦은 시간까지 안전하다. 그리고 CCTV를 설치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CCTV가 나를 지켜주는 기분이다. 무슨 일을 당해도 증거를 찾을 가능성이 높겠지, 라는 믿음이 있다. 반면 체코는 밤이 되면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다. 일단 밖에서 뭔가 할 게 없을 뿐만 아니라 거리가 깜깜하고 CCTV도 적다.


4) 직업윤리, 시민의식이 높다

여러 나라의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한국보다 시설이 깨끗한 곳은 못 봤다. 그건 분명 한국의 청소 노동자와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의 합작일 것이다. 추가로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것도 좋다. 나는 내향인이라서 공공시설 내에서 자유롭게 떠드는 것을 계속 듣고 싶지 않다. 필요한 대화를 하는 것과 공공시설이 자신의 소유물인 양 떠드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3.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이 세 번째 이유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어쩌면 이 매거진을 연재하기 시작한 이유가 되는 문장이다. 여러분은 끔찍하게 생각이 많은 후투티의 머릿속을 구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걱정은 마시길. 생각이 많은 덕에 글감도 많은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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