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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Feb 28. 2024

그럼 유럽에서 살 생각 있어? [2]




 지난 편, 그럼 유럽에서 살 생각 있어? [1] 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대학생활 내내 체코를 왔다갔다 하는 나를 보고 지인들이 물었다. 그럼 유럽에서 살 생각 있어? 하고. 나는 이 질문에 결국 한국에 돌아옴으로써 대답했다. 일단은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였다.


1. 한국에서는 이방인이 아니다.

2. 한국은 꽤 살기 좋은 국가다.

3.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지난 편에서 1번과 2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이번에는 3번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3.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나는 무슨 일을 해 보고 싶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특히 한국 전통 문화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보존하며 발전시키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알고 싶었다. 한국 문화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가야 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게 된 걸까?

복합적인 계기가 있는데,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 한국 문화가 궁금해진 계기 >

1)유럽에서 동양인으로서 겪은 일들

2)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3)영국사와 미국사 수업

4)유럽의 잘 보존된 문화


각 계기에 대해서는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


1) 유럽에서 동양인으로서 겪은 일

 체코에서 동양인의 얼굴로 살면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호의를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악의를 보인다. 우선 악의의 몇 가지 실제 예시들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프라하에서 조금 늦은 시각에 친구들과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트램 정류장에 서 있었다. 술 취한 남자가 혼자서 떠들고 있었다. 그 사람이 왈, 나는 베트남인이 싫다. 그 정류장에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급히 바라보며, 이 상황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다행히 그 사람은 혼자서 어디론가 가 버렸다.


또 다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바게트를 먹으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어떤 백인 남자가 지나가면서 "곤니치와"하고는 가 버렸다. 정말 인사가 하고 싶었으면 나와 눈을 맞추고 대답도 들었겠지.


체코의 공업도시 오스트라바에서 인턴을 할 때, 어느 날 인턴 동료들이랑 거리를 걷고 있었다.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들 중 하나에 우리의 시선이 쏠렸다.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민 어린 남자아이들이 우리를 보며 칭챙총이라고 외쳤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반대로 순수한 호의를 받은 때도 있었다. 여기 몇 가지 일화가 있다.

프라하에서 거리 걷다가 누군가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어떤 가족이었다.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나와 친구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했고 우리는 놀란 채로 마주 인사했다. 그 분은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친구랑 내가 하는 대화가 한국말인 것을 듣고 인사해 보았다고. 그분과는 환하게 웃으면서 헤어졌다.


브르노에서 공부할 때 기숙사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다. 대부분 한국의 케이팝 시장에 관심이 있었다. 다들 아이돌 그룹을 하나씩은 알고 있고, 그 중 몇몇은 이미 아이돌을 깊이 좋아하고 나도 모르는 멤버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통계적으로 여자는 음악 이야기를 꺼내고, 남자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꺼냈다. 어쨌든 한국에 대한 적대감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한 케밥집에 들어갔다. 주인이 내 얼굴을 보고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 차이나? 라고 물었다. 내가 한국이라고 대답하자 눈에 띄게 환한 표정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한국은 좋은 나라지, 라며 혼잣말인지를 중얼거렸다.


나를 '동양인'으로 본 사람은 그리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게 되면 호의를 보이는 경우는 많았다. 나는 이것은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가리키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국과 체코를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이 주제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중국에서 왔다고 대답했으면 케밥집 주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국가로 인해 그 사람의 자질과 가능성이 판단당하는 것은 무슨 메시지일까? 국가란 뭘까?



2)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2020년에서 2021년, 체코의 대학도시 브르노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다. 그 때 한창 중국이 한복은 한푸를 따라한 거다, 라며 이상한 주장을 펼쳤다. 나는 한푸란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무엇이 먼저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김치도 자기네 파오차이라고 주장했던 때도 그 비슷한 시기였다. 체코에서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이것 저것 뉴스를 찾아보았다.


이후 2022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봤다. 중국의 여러 민족 대표가 나와 각자의 전통 복식을 입고 오성홍기를 들어올리는데, 그 중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도 있었다. 색동옷이나 북한식 쨍한 핫핑크색이 아닌 최신 남한식의 파스텔색 한복이었다.


중국이 다민족 국가이며 그 민족 중에는 조선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조선족의 뿌리가 조선에서 넘어간 사람들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조선족이 중국에 존재한다고 조선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이 한국에 산다고 중국 역사가 한국 역사가 되지 않듯이. 간단한 논리다.


하지만 만약 한국이 그저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중국이 굳이 조선족의 전통을 자신의 전통으로 선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무언가가 선전에 쓰인다는 것은 그 무언가가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또한 내게는 어떤 메시지로 느껴졌다. 한국 문화는 뭘까? 외국인은 한국 문화를 어떻게 느낄까?



이전 게시물들, 스물한 살, 프라하에서 반년 [1] 이나 체코에서 1년 유학하기 [1] 와 같은 시리즈 글에서 여러분께 전달했듯이, 체코에서의 체류 경험은 예전부터 의문투성이었던 나 자신에 대한 대답을 주었다.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체코에서의 경험은 나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주었다. 



아직 계기 3)과 4)가 남아있다.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해 보겠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도 아직 이야깃거리가 남아있으니, 계속 여러분을 만나러 올 것이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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