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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Dec 12. 2023

체코에서 1년 유학하기 [1]

왜 그리고 어떻게



공지했듯이 눈수술로 인해 당분간 글 길이가 짧습니다





스물한 살, 프라하에서 반년 [2] 에서 여러분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다. 저 글에서 그 때 일어난 모든 일을 다 말하기에는 주제가 중구난방이 되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게 무엇이냐면, 바로 프라하에 간 지 한 달 만에 나는 체코에서 일 년 더 체류할 계획을 했다는 부분이다. 왜?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독립해서 살아 보고 싶은 나의 의지와 해외 경험을 풍부하게 시키고 싶었던 어머니의 의지가 합쳐진 결정이었다.




어떻게 일 년 더 체류한다는 걸까. 나는 한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2020년 2학기와 2021년 1학기 - 그러니까 총 2개 학기 동안인 1년 과정의 체코 정부초청장학생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코로나가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신청할 때가 됐을 때는 코로나가 이미 유럽에도 퍼지기 시작할 때였다.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 앞에서 나는 슬금슬금 편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나 한국 토박이인데 영문 자소서 쓸 수 있을까? 코로나 때문에 유럽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헛수고 하지 말고 신청 그만둘까?




그런 나에게 어머니가 해 주신 말은 "이거 다 경험이니 떨어져도 한번 해 봐." 였다.

"붙으면?"

"붙으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되지."

그렇게 나는 핑계 찾는 걸 실패했다. 안 될 것 같으면 시도조차 안 하려는 나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신청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알아봐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체코에는 아직 적응도 못 했는데, 2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 때는 아직 어학당에 오프라인으로 등교할 때였다. 학당에서 체코어를 공부하고 돌아오면 또 틀어박혀서 신청서를 썼다.




장학생이 되면 어쨌든 1년 동안 체코에 있는 특정 대학교의 학생이 되는 거라서, 학과를 골라야 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림은 그릴 줄 몰랐고, 글쓰기도 좋아하지만 체코어로 글쓰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실력이었기 때문에 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서 찾아낸 웃긴 점은 내가 체코어과인데도 여기서는 체코어과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나느 체코어 이외의 다른 길을 계속 찾고싶었나 보다.




그림을 안 그리면서 그림을 짝사랑했던 나는 기이한 형태로 그것을 표출했다. 바로 미술사 책들을 탐독하는 것이었다. 서양미술사 책을 펼쳐 놓고 그림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 줄글을 읽어 왔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사실 언어학과가 아니라 미술사학과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미술사학과는 다 내 수능 점수로는 들어갈 수 없는 학교에 있어서 들어가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때 가지 못한 한을 풀고 싶은 마음으로 미술사학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 학과로 신청했다. 신청은 무사히 했고, 나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결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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