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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Jan 30. 2024

어서 오세요

쉽고도 어렵더라

‘어서 오세요’

책방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하는 인사말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었다.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연스럽지 않아서다. 지금껏 구매자나 이용자였지 판매자나 제공자가 아니었기에 듣는 것에 익숙했다. 마트나 가게에 가면 다른 이들이 하는 인사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았다. 그동안 흘려듣던 말이었는데 그들은 매번 진심과 간절함을 담아내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간절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절을 담아보려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음을 너무 높이지 않고도 경쾌하게 인사하게 되었다.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려면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망설여진다. 

‘어서 오세요’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환영’한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지 의사를 묻는 정도일 텐데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할지 감 잡기 어려워서이다.


환영이라면 따뜻하게 맞이하는 목소리나 눈빛이면 충분할 테고, 도움을 확인하기 위한 거라면 눈을 마주하며 한 걸음 다가서듯 더 적극적으로 몸짓까지 더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환영만으로도 충분한 건지, 도움을 받고자 하는지, 궁금한 것이 있는지 아직은 손님의 태도나 눈빛만으로는 알 수 없다. 손님의 의도를 먼저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한참 후의 일이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어서 오세요~’

    

인사말이 필요 없기도 하더라.

인사말에 시선을 어색하게 피하며 서가 안으로 총총히 들어가는 손님이 있었다. 한참을 서가 앞에서 의미 없이 서성이거나 의자에 앉아 있기를 반복하고 나갔다. 그냥 시간을 보내러 온 것이었다.

     

이럴 땐 아무 말 없이 무심하게 대해야 했다. 내 할 일에만 충실하여 인사를 건네거나 궁금한 눈빛으로 볼 상황이 아니었다. 할 일이나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았다면 들어오는 것도, 들어와 무엇을 하는지도, 나가는 순간에도 무심히 모른 척해야 한다.

     

문을 지나 들어오면서 내가 서 있는 계산대 쪽이 아닌 서가 쪽으로 시선을 두거나 몸이 향했다면 쉴 곳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입도 눈도 다물자~

     

바람이 생겼다.

어디에나 있는 책방이지만 이곳만큼은 무엇을 해도 좋고, 부담 없이 들러 마음껏 쉴 수 있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잠시라도 책을 본다면 더 기쁘겠다. 책방에 들어와 책장을 열어보지 않고 나가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으니 나는 이곳에 있는 동안 늘 기쁘다.


누구든 환영이다. ‘어서 오세요~~’  


<덧붙이는 글>

손님이 나갈 때 인사말로 ‘수고하세요’를 하면서도 한동안 이상하다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수고하세요’라는 말이 내 귀에 들리는 순간 아차 싶었다. 오랜 시간 이용자로만 살다 보니 입에 붙은 것이다. 상황에 맞는 인사말로 ‘감사합니다’나 ‘안녕히 가세요’라 말하려는데 ‘수’가 먼저 입에 맴돌아 한참 버벅댔다.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며 ‘어서 오세요’가 버릇처럼 내 입에 붙으면, 다른 가게에 들어가면서 ‘어서 오세요’라고 내가 먼저 말하면서 들어갈 수 있겠다는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어서 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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