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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뮤연뮤 Aug 18. 2023

7. 연극 <만선> 리뷰

파멸을 부르는 만선과 그 안에 내재된 복합 갈등

파멸을

파멸을 부르는 만선과 그 안에 내재된 복합 갈등

 부르는 만선과 그 안에 내재된 복합 갈등파멸을 부르는 만선과 그 안에 내재된 복합 갈등

포스터 - 국립극단

2023. 03. 16 ~ 2023. 04. 09

장소 : 명동예술극장

제작사 : 국립극단

배우 : 김재건, 김종칠, 박상종, 김명수, 정경순, 조주경, 김경숙, 정나진, 황규환, 문성복, 강민지, 성근창


1. 들어가며

2. 줄거리

3. 끝내 좌절되는 희망, 만선

4. <만선>의 복합 갈등

5. 연출

6. 마치며     


1. 들어가며

희망이 될 거란 믿음이 절망으로 바뀐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희망이었던 만큼 더 큰 절망이 된다. <만선>은 그런 내용이다.      


2. 줄거리

곰치네는 대대로 뱃일로 먹고사는 집안이다. 마침, 부서(부세 조기)가 철이라 만선이라 행복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배를 빌려준 주인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배가 묶여 싱싱한 부서 떼들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어부로서 자부심이 강한 곰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곰치와 도삼은 뱃주인과의 불공정한 노예계약에 벗어나기 위해, 연철은 곰치의 딸 슬슬이와 결혼하기 위해, 여자를 3명이나 두고도 슬슬이를 노리는 범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부서로 만선을 이뤄야 했다. 각자의 사정 때문에 만선이 더더욱 절실했다.     


며칠 사라졌던 곰치와 도삼이는 다른 작은 배에 얻어 타 아주 작은 돈을 구해온다. 그리고 곰치는 배의 선주와 도박이나 다름없는 계약을 하게 된다.     


곰치와 도삼, 연철은 배를 뛰워 부서를 잡으러 나간다. 하지만, 그날따라 거친 태풍이 배를 덮친다. 살을 시리게 만들고 정신을 빼놓을 정도의 많은 비와 거친 파도에 남은 사람들은 바다로 나간 사람들이 죽지 않을까 걱정한다.     


날이 개고 곰치는 육지로 돌아온다. 하지만 배는 산산조각 나버려, 곰치에게 배를 빌려준 선주는 손해를 입는다. 하지만 연철과 도삼이는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연철을 잃은 슬슬이는 자신을 겁탈하려는 범쇠를 죽이고 말아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다.      


곰치와 곰치 처에겐 결국 갓난쟁이만 남는다. 그런 와중에도 곰치는 이 아이가 자라면 그물 손질법을 배울 거라며 또 배에 태우려 한다. 그러나 이미 자식들을 줄줄이 잃은 곰치 처는 막내마저 배에 태울 수 없었다.     


결국 곰치 처는 제명에 살다 가길 원해 갓난쟁이를 육지로 향하는 배에 멋대로 태워 보낸다. 곰치는 다시 아이를 되찾아오려 하나 이미 불가능한 상태였다. 가난으로 기운 집, 곰치, 곰치 처. 꿈과 희망 무엇도 가진 게 없는 그들에게 다시 모진 비가 내린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현실이 알아줄 리 없었다.     


3. 이루고 싶고 이뤄야 하지만 끝내 좌절되는 희망만선     

곰치와 그 주변 인물들은 만선이 절실하다. 절실하다 못해 반드시 해내어야 한다. 생선을 가득 잡아 빚을 갚아야 집이라도 지킬 수 있고, 연철은 슬슬이와 결혼할 수 있다. 부서를 가득 잡지 못하면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곰치는 위험한 날씨에도 배를 물리지 않고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그 결과 연철과 도삼을 잃는다. 부서 한 마리도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곰치는 불행한 현실을 타파해 주리라 믿어 반드시 만선을 해내려 했다. 그의 욕심이 불행으로 되돌아왔다. 슬슬이와 결혼하려 했던 연철도, 집안 사정 때문에라 도삼도 곰치 못지않게 만선이 절실했다. 그러나 <만선>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바람은 그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못한다.     

사진 - 국립극단


4. <만선>의 복합 갈등과 곰치의 욕심     

<만선>에 나타난 갈등은 여러 가지로, 그중 몇 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건 곰치와 선주의 갈등이다. 이 갈등은 곰치 네를 불행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며 이야기를 흘러가게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곰치와 자연의 갈등이다. 이는 헤밍웨이의 <모비 딕>을 연상케 한다. 곰치는 막강한 자연과 싸웠고 패배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이다. 하지만 곰치는 가정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거대한 자연과 맞서 싸웠다는 점, 그의 책임감을 높이 살만하다. 

    

또 곰치는 현실과 대립한다. 작게 보면 곰치와 선주의 갈등은 크게 보면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갈등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가온 새로운 시대에 구시대의 곰치는 저항한다. 도삼이 요즘은 다 기계를 이용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곰치가 그 예시다. 곰치가 오랜 경험이 축적된 노련한 노익장임을 부정할 건 아니지만, 도삼의 말대로 기계를 이용한다면 고생을 덜 했을 거다.


설사 곰치 네가 그런 최신식 배를 이용할 돈이 없었다 해도, 도삼의 말대로 뭍으로 가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그마저도 거부한다.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곰치에겐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운명과 숙명 간의 갈등이다.

곰치는 막내인 갓난아이도 자라면 배에 태울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건 뱃일로 살아온 곰치 가문의 핏줄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주어진 숙명이었다. 곰치와 곰치의 처는 이 때문에 말싸움을 한다. 처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삼킨 바다에 막내마저 바다로 보낼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 곰치의 처는 이 숙명을 거부해 아이를 뭍으로 보냈다. 단지 주어진 제 나이대로 살고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 어부로 죽을 숙명을 피해 운명으로 바꾸었다.  

   

<만선>을 보다 보면 모든 원인이 곰치의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가 무리하지 않고 배를 돌려 돌아왔다면 아끼는 사람을 잃는 비극을 겪지 않았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가 과했던 건 사실이지만 곰치를 그렇게 만든 건 세상이다. 집안의 모든 걸 빼앗아 갈 선주와의 노예 계약이 아니었다면, 빚만 없었더라면 날씨를 보고 배를 돌렸을 터였다.     


곰치의 욕심을 단순히 과하고 어리석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의 욕심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5. 연출

<만선>을 관극 할 가치가 있음을 제일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다.     

곰치네가 사는 집은 기울어져 있다. 가세가 기울었고 집은 똑바로 세울 수도 없고,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는 위태위태한 그들의 상황을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곰치네는 기울어진 집처럼 쓰러질 일만 남았다.     

@yeonmyu_0113

또, 비의 연출이 <만선>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보통 폭풍이나, 비 내리는 장면의 경우 조명을 어둡게 하고 비 내리는 소리, 천둥 번개가 치는 시각적, 청각적 효과 선에서 끝낸다. 아니면,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리는 영상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 <만선>에서는 실제로 무대에 물과 바람을 이용해 풍경 상황을 나타냈다. 심지어 그 물도 조금이 아니라 많은 양의 물을 이용해 억세게 내리는 호우를 뿌렸다. 경사진 무대에 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었다.     


영화 쪽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만큼 믿을 수 없는 사실적이면서 현실적인 연출이었다.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보슬비가 내릴 정도로 많은 비를 뿌렸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만선>에서 폭우가 내리는 장면이 두 번 있는데, 이 두 번의 장면만으로도 국립 극장에서 올리는 <만선>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었다.     

보통의 제작사나 극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선>을 올리는 곳이 국립 극장이자, 전용 극장인 명동예술극장이라 가능한 연출이라 생각된다.     


6. 마치며

<만선>은 60년이나 지난 작품이다. 그럼에도 대사가 전부 방언이고 토속성 진한 작품이 2023년에 만난 관객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만선> 속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꺾인다. 그 이유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도 곰치에게 배를 빌려준 선주처럼 악(惡)의 존재가 도사리기도 한 탓도 있다.     


더불어 오랜만에 방문한 <만선>은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 외적으로도 생각을 들게 한 공연이었다.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자막이었다. 관극 했을 때 자막이 제공됐다. 사실 많은 공연들 중, 자막이 제공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그 밖에도 온라인 상영회 등 문화 예술을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다른 제작사들과 다르게,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존재의 필요성을 느꼈다.

@yeonmyu_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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