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2023. 03. 08 ~ 2023. 05.28
연극열전
아트원시어터 2관
김수용, 원종환, 이경수, 주민진, 김지철, 황휘, 임규형, 황순종, 김지웅
1. 들어가며
2. 스토리 라인
3. 윌리엄과 윌리엄
4. H 씨
5. 꿈을 꾸는 건 믿음을 갖는 일
6. 나오며
‘윌리엄’은 흔한 이름이다. 당장 셰익스피어만 해도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평범한 이름일수록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니 윌리엄이란 공통된 이름을 가진 사람들끼리 엮을 수도 있고,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들도 있을 것이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윌리엄이란 이름을 가진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헨리는 위대한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고와 관련해 법정에 선다. 사실 그는 아버지가 제발 학교를 졸업만이라도 하라고 매달리는 문제아 아닌 문제아였다. 그래서 헨리는 이번에도 집으로 돌아왔고 아버지 사무엘은 여행기를 쓰러 영국으로 가려던 때였다.
헨리는 판매용 셰익스피어 육필 원고 상품을 접하고 순간 자신도 모르게 셰익스피어 글씨를 흉내 내어 새로운 글을 쓴다. 이 글을 아버지 사무엘이 발견하는데, 그만 진품 셰익스피어 육필 원고로 착각하고 만다. 헨리는 사실 ‘H’라는 미지의 신사가 선물해줬다고 말하고 사무엘은 셰익스피어 육필 원고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헨리는 기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 계속 ‘H’ 씨가 줬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셰익스피어 위작품들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아버지는 사회적 위치도 올라간다.
그러나 위작 의혹이 제기되고, 법정에 서고 사람들이 모두 집중하는 일이 커져 ‘보르티게른’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사무엘은 작품을 제공해준 ‘H’를 증인으로 세워 위작이 아님을 입증 하려한다. 하지만 ‘H’ 씨는 사실 헨리가 만들어낸 인물이기에 그와 만나게 해줄 수 없었다.
사무엘은 기껏 얻은 인기와 부를 포기할 수 없어 가짜 ‘H’ 씨를 만나 형편없는 위작을 사는 중 비겁한 행동을 한다. 결국 헨리는 법정에서 자신이 위작을 만들었다고 사실을 밝히지만, 사무엘은 자신의 아들이 그럴 리 없다고, 왜냐하면 그런 실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매도해버린다.
결국 사무엘이 가진 원고들은 위작이 아니며, 헨리는 법정 모독죄로 추방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사무엘의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한다. 거짓은 언제가 들통나는 법이고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터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들에겐 한낱 유희 거리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추방당한 헨리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작품 제목이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다. 본 작품은 배우 3명이 무대에 서는 3인극으로, 그중 두 인물은 부자 관계로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는 아버지,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는 아들이다. (줄여서 사무엘, 헨리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글에 재능이 없는데, 하필 이름이 윌리엄이라 영국의 위대한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비교당한다. 이란 넘버는 셰익스피어와 비교되어 형편없으니 글 쓰는 걸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평론을 듣는 그의 서글픈 감정과 상황을 담고 있다.
윌리엄 헨리와 윌리엄 사무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인정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사무엘은 대중들에게 작가로 인정받길 원하고 헨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아들로 인정 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무엘은 위작임을 알아도 계속 진품이라 거짓말을 하고, 헨리는 위작을 만든 것이었다.
반면 아들 헨리는 대중들을 속일 정도로 글재주가 뛰어나다. 창의력도 뛰어나지만,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어 학교에서 학비까지 돌려줘 집으로 돌려보낼 만큼 아버지 속을 썩이는 문제아 아닌 문제아다.
w I L I a m
L이 하나 빠진 윌리엄
내게 없는 L 은 Good Luck의 L
행운을 전부 잃어버린 사람
우리 이름에 L이 하나 빠진 이유
그걸 내가 찾을 수 있다면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이야기
L을 잃어버린 그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에서는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L이 하나 빠진 윌리엄」
윌리엄 헨리와 윌리엄 사무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인정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사무엘은 대중들에게 작가로 인정받길 원하고 헨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아들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두 윌리엄은 보르티게른 사건에서 보이는 반응이 다르다. 사무엘은 위작임을 알아도 계속 진품이라 거짓말을 하고, 아버지를 위해 위작을 만든 헨리는 걷잡을 수 없는 거짓말에 괴로워하고 끝내 법정에서 모든 사실을 밝힌다.
하지만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은 H 씨를 사칭하는 가짜에게 위작을 사 거짓말을 거짓말로 모면하려 한다. 그리고 아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면서까지 끝내 위작이 아니라는 거짓말을 고수하고 유명세를 이용해 돈까지 벌었다. ‘윌리엄’이란 이름을 공유하니 둘의 다른 선택은 더 비교되어 다가온다. 이 부분은 기타 작품들과 차별화된 부분으로 다가왔다.
보통 뼈저리는 현실을 보여줄 목적이 아니면 사실을 밝힌 마음을 높이 사 낮은 형량을 받고, 가족과 화해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은 진지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더해져 환상적이고 다정한 분위기다. 그런데도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속 헨리는 추방당하고 아버지와 화해도 하지 못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결말이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에서 사무엘과 헨리, 그리고 윌리엄이 될 수 있는 우리 모두일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사무엘이 될 수도, 누구나 헨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H 씨는 사무엘, 헨리와는 다르게 리젠시 시대 의상으로 등장한다. 그가 사무엘과 헨리보다 다음 시대 옷을 입고 있는 이유는 그가 옛날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사람이자, 동시에 환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H 씨는 헨리가 처음 위작을 만들었을 때 허술한 부분을 지적해주었고,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데 많은 조언을 주었으며 작품을 만들 때 헨리를 응원한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H 씨는 사건을 위기로 향하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지의 신사는 왜 ‘H’ 씨 인가?
H 씨는 헨리에게서 기인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헨리 자신을 위로하고, 위작으로 법정까지 서게 된 이유도 모두 헨리가 저지르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셰익스피어 못지않게 재능있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파생됐다.
가끔 인생에는 환상이 필요해
환상이 가진 힘을 알고 있나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 있어
꿈을 꾼다는 건 삶에 대한 믿음을 갖는 일 -「쓸모없지만 아름다운 것들」
헨리는 좋아하는 건 있었으나 행동력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인 사무엘이 시키는 대로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야기와 글쓰는 걸 좋아했다.
H 씨는 헨리와 같이 노래 부르며 글을 쓴다는 건,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조언한다. 헨리는 실제로 사소한 물건들에 이름과 이야기를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사소함은 물건뿐만 아니라 헨리도 포함한다.
꿈을 꾼다는 건 삶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고 노래하지만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꿈이 있어, 그렇게 되고 싶어 생각하며 믿으면 힘을 가진다. 헨리는 그 힘이 생겨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작고 사소했던 헨리도 의미를 가진 한 인간이 된다.
추방당한 헨리가 그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앞을 걸어가는 헨리가 희망에 차 있다는 걸 관객들은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헨리는 더 이상 거짓으로 자신을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헨리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인격적으로 성장했다. 거짓으로 만든 환상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것이고 그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리는 가식이자 자신의 것이 아님을 깨달은 덕이었다. 「소네트 130」, 「헨리의 고백」 넘버로 헨리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난 그녀의 음성을 사랑하지만
음악보다 아름답진 않다는 걸 알고 있고
여신은 땅을 밟는 일이 없다는데
나의 여신 그녀는 씩씩하게 땅을 걷는다.
그러나 결단코 내 연인은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
거짓 비유로 포장된 이들보다 더
어떻게 아름답지 않은데 사랑할 수 있지? -「소네트 130」
https://youtu.be/o9fuRcVFpkI?si=CAtPjcW58SmNNAnr
내 안의 수많은 얘기들
그것을 속이고 위대한 작가를 흉내 내며
내 것이라 믿었던 얘기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냐
버려진 것들과 얘기하는 헨리
날 바보 같다 해도
보잘것없는 이야기 쓰는 헨리
쓸모없다 해도 그래도 괜찮아 이게 나니까
있는 모습 그대로인 게 아름다울지 몰라
난 그냥 그대로
그저 숨만 쉬면 돼
있는 그대로 내가 가진 얘길 해 –「헨리의 고백」
https://youtu.be/J_oUYDTkYaM?si=UaWi29bLBITgmbUz
헨리는 아름답지 않은 연인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헨리는 아름답지 않은 연인,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을 아버지와 화해하는 작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함과 성장에 관한 작품이었다. 헨리는 인정받고 싶었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선택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스스로 방향을 선택해 걷는 길은 힘들더라도 기쁘게 나아갈 수 있다. 꿈을 꾸는 건 믿음을 갖는 일이라는 말처럼 그는 꿈을 꾸며 새로운 믿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헨리도, 관객들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