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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뮤연뮤 Jul 19. 2024

21. 뮤지컬 <프리다> 리뷰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EMK 뮤지컬 컴퍼니

EMK 뮤지컬 컴퍼니

2023.08.01 ~2023.10.15

coex 신한카드 artium

김소향, 알리, 김히어라, 전수미, 리사, 스테파니, 임정희, 정영아, 이아름솔, 최서연, 박시인, 허혜진, 황우림


1. 들어가며

2. 스토리 라인

3. 프리다,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

4. 인생의 LAST SHOW

5. 나오며



1. 들어가며

어릴 적 어떤 미술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 그림 속 인물은 몸이 갈라지고, 사람 대신 기계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그림은 보는 사람도 고통을 느끼게 하는 매우 거칠고 아픈 그림이었다. 그림의 작가는 프리다 칼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화법을 구사하던 작가였다. 그림에는 사연이 있었다.

@yeonmyu_0113

2. 스토리 라인

프리다 칼로는 어릴 적에 평범한 소녀였다. 학교를 가고, 집에서는 사랑을 받고 좋아하는 소년도 있었다. 하지만 온몸의 뼈를 다시 맞춰야 하는 교통사고로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사고로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 다시 이어 맞춘 프리다는 다행히 살아났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지내야만 했고 좋아하던 소년도 볼 수 없었다. 침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만이 프리다가 볼 수 있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간호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스케치북을 주었고 프리다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고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해 결혼도 한다. 같은 예술가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가 싶었으나 남편은 끊임없이 불륜을 저질렀고, 심지어 프리다의 동생과도 불륜을 저질렀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은 그녀에게 아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신에 예술가로서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성공이 모든 걸 충족시켜줄 수 없듯이 프리다는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프리다는 자신이 디에고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디에고와 프리다는 다시 재회한다. 처음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프리다에게 끝이 다가왔고 그녀는 조용히 숨을 거둔다. 


3. 프리다,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

<프리다>에서는 4명의 프리다 칼로가 등장한다. 그들은 한 가지 역할만 하지 않고 여러 역할을 겸한다. 이 4명은 모두 프리다 칼로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넘버와 안무, 혹은 소품을 이용해 나타내는 것에서 그치기보다는 아예 인격을 부여했다. 그들은 프리다가 겪은 상황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녀가 느낀 감정이기도 하다.


레플레하는 ‘반사하다’, ‘반영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레플레하는 디에고 리베라가 되어 프리다를 위하 격정적인 사랑의 춤을 췄다. 반영하다라는 뜻의 레플레하가 디에고 역할을 겸한데 에는 거울 앞에 서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듯이 디에고가 프리다와 같은 예술가이면서, 그의 엄청난 바람기에 고통받았던 프리다 칼로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운명’의 데스티노는 죽음으로 나타나 프리다를 유혹한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데 인간은 언젠가 죽음에 이르니 거부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면서도, 그 시간을 앞당기려 할 때도 있지만 빨리 가기를 거부하는 프리다의 선택은 인간 모두에게 찾아오는 시련과 동시에 인생을 스스로 정하는 주체적 모습을 보여준다.

메모리아는 ‘기억’이다. 메모리아는 프리다의 이상향적인 모습을 연기한다. 메모리아가 연기하는 모습은 프리다에게 불가능하다. 전신을 찢은 큰 사고를 겪은 지난 과거 때문이다. 과거에 프리다는 만신창이인 자신과 다른 메모리아와 같은 모습을 상상했고 그 상상을 기억하고 있다.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가 모여 프리다라는 인물이 되었다. 그들 덕분에 프리다와, <프리다>는 풍성해졌다. 



4. 인생의 LAST SHOW

@yeonmyu_0113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화가이니 미술 작품을 남겼고, 미술은 시각적 장르이니 프리다 칼로를 대표하는 수박, 벌새 등을 소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무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화지인 셈이다. 덕분에 콘서트처럼 무대나 연출이 화려하지만, 뮤지컬 <프리다>에서 언급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보통 어떠한 인물에 대한 작품이면, 해당 인물의 삶을 직접 보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방법은 재미를 위한 각색을 덜 했다는 느낌을 줘, 사실감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 <프리다>의 컨셉이 인생의 LAST SHOW라서 관객이 지루할 틈이 없다. 가수들은 새 앨범을 발매하면 음악 토크 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노래를 소개한 후 노래를 부른다. 그 과정에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봐와 익숙한 모습이다. 뮤지컬 <프리다> 또한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 참여형 쇼 뮤지컬에 해당한다.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에게 구애하는 장면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하는데 다양한 방법에서 관객이 수용하기 쉽고 시각적 재미까지 만족시켰다.


쇼 뮤지컬 형식은 ‘프리다 칼로’라는 인물의 삶을 그리는데 좋은 효과로 작용했다. 프리다 칼로의 삶은 쉽지 않았다. 같은 제작사 EMK에서 제작한 <베토벤> 또한 베토벤이란 인물이 겪었던 시련과 슬픔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뮤지컬 <프리다>를 보고 있으면 시련으로 명함 내밀기엔 번데기 앞에 주름 잡는 수준이라 말하고 싶다. 아픔과 눈물로 가득했던 그녀의 인생을 들으면 누구라도 착잡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쇼에 출연한 가수처럼 당당하게 인터뷰하고 공연하는 모습은 물감에 다양한 색이 존재하듯이 그녀의 인생이 어두운 슬픔으로만 가득했던 게 아니었음을 축제와 같은 쇼로 전달했다. 온몸이 으스러져도 어떻게든 일어서, 마냥 괴로워하지 않고 자신만을 길을 개척하며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도 했다. 죽을 때 본다는 주마등처럼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보는 디너쇼를 즐긴 우리는 알 수 있다. 슬픔보다는 기쁜 일이 훨씬 더 많은 축제와 같은 인생이었음을 말이다.


 

5. 나오며

뮤지컬 <프리다>는 EMK 뮤지컬 컴퍼니에서 제작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안무, 작품과 어울리는 넘버, 개연성까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프리다 칼로가 겪은 알록달록한 색을 잘 전해졌다.

시련, 고난, 슬픔, 괴로움으로 가득했던 삶. 그러나 사랑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기쁨도 있었던 삶. 그녀는 누구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겪었다. 죽고 싶을 만큼 인생이 괴롭더라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즐거움도, 고통도 있는 것이 삶이다.


프리다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그렇기에 그녀는 미련이 없다. ‘코르셋’을 채워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고, ‘허밍버드’처럼 사랑의 노래도 들었다. 그녀의 삶에 대해 멋대로 동정하는 건 올바르지 못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어느 누구도 타인의 삶을 평가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가 남긴 유언은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이다. 그녀는 삶이라는 격정적인 축제를 즐기고 또 다른 외출을 떠났다. 고통 가득한 삶이라도 의미 있고 좋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인생은 축제처럼 알록달록한 것이다. 프리다 칼로는 이렇게 말했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산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경이롭고 의미 있다.

@yeonmyu_0113


*  STRAW - 뮤지컬 <프리다> 리뷰 (c-straw.com)  에 게시된 글입니다.

https://c-straw.com/posts/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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