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뮤연뮤 Aug 11. 2023

6. 뮤지컬 <광염 소나타> 리뷰

인간을 불태우는 죽음의 소나타

 포스터 - 낭만바리케이트 / 연우무대

2023. 03. 13 ~ 2023. 06. 04

장소 : 드림아트센터 1관

제작사 : 낭만바리케이트 / 연우무대

배우 : 박한근, 문태유, 양지원, 김지철, 유현석, 김경수, 유승현, 김준영, 김수용, 이시안, 이현재     


1. 들어가며

2. 줄거리

3. <광염 소나타>가 가지는 차별화 요소

4. 인간을 나타내는 J, S, K

5. 윤리와 예술, 예술지상주의

6. 마치며


1. 들어가며

어떤 일이든, 금기는 존재한다. 그리고 어느 것보다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예술에서조차 금기가 존재하고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가 있다. 바로 예술과 윤리 중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무엇인가이다.

작가 김동인의 작품인 <광염 소나타>는 이런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작가는 아주 파격적이고 잔혹한 설정으로 의문을 던졌고 시간이 흘러 현대에 들어서도 보기 드문 잔인한 작품이 됐다.   

@yeonmyu_0113

  

2. 줄거리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작곡가 J가 새로운 곡들을 작곡하면서 벌인 잔인한 범죄와 그 속에서 탄생한 예술, 변해가는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다.


큰 상을 받았던 J는 문하생으로 K의 저택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수상 이력과는 다르게 형편없는 곡들만 작곡하자 K는 J를 몰아세운다. 술도 마시지 않는 K는 압박감 때문에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데 첫 일탈은 K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는 술김에 운전하게 되고 결국 사람을 치고 만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시기 전에 새로운 곡을 써낸다.


이 곡은 K에게 칭찬을 받는다. 자신이 지난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려 충격을 받지만, J는 끔찍한 행위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음을 알고 유혹에 시달린다. J는 결국 아직은 살아있던 음주 운전 피해자를 제 손으로 죽이고 만다. 예상대로 J는 훌륭한 곡을 또 창작해 낸다.


하지만 범죄행위에서 얻은 영감은 이내 오래가지 못한다. 마지막 5악장을 남겨두고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오지 않자 벼랑에 몰린다.


이런 J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S로 두 사람은 원래 친구였다. 하지만 S는 동시에 초라하게 느끼게 하는 높은 벽이기도 했다. 천재인 S가 너무나도 쉽게 음악 하는 모습에 참을 수가 없어 K로 도망쳐 온 것이었다. 결국 친구가 걱정되어 찾아온 S의 배를 칼로 찔러버린다. 결국 참아왔던 모든 게 폭발해 J는 불을 지르고 사망한다.


J가 죽고 K는 다른 사람의 음악을 훔쳐 명성을 쌓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S는 J를 죽게 만든 K가 증오스럽지만 죽이지 않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S는 질문한다. 윤리와 예술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는지.     


3. <광염 소나타>가 가지는 차별화 요소

<광염 소나타>는 자극적이고 섬뜩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방화, 음주 운전, 살인, 억압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연극, 뮤지컬 작품에도 불륜이나 사망 소재들이 있으나 <광염 소나타>가 유독 자극적이게 다가온다.


이유는 이런 범죄행위가 예술혼과 직접적인 대조를 이뤄서다. 보통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주어지거나, 행위에 대한 이유가 있는데 <광염 소나타> 속 J의 행위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도, 그랬어야 하는 이유도 타당하지 않다. 예술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원작대로라면 시간(屍姦)까지 저지르는 건 비정상적이며 측은지심으로 여길 일말의 여지도 없다.


또 J가 이런 잔악무도한 짓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저지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런 구성의 작품은 많지 않다.


물론 이런 반복으로 인해 이야기가 제법 간단해 읽기 어렵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범죄와 예술혼을 반복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을 작품의 주제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한다. 선택과 집중을 잘한 경우이며, 원작 <광염 소나타>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잘 적용했다.     


4. 인간을 나타내는 J, S, K

<광염 소나타>는 3인극으로 J, S, K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세 인물들은 아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인 J는 촉망받는 작곡가로, 큰 상도 수상했으나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결과물에 고민하는 인물이다. 흔히 예술로 고뇌하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예술에 대한 열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나, 정신이 약해 유혹에 흔들린다. 이런 면모들로 보아 J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람과 비슷하다.     


S는 J의 친구로, J와 다른 유형의 인물이다. 고뇌하고 어두운 J와는 다르게 S는 순수하고 선하며 재능이 넘친다. 둘은 대립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 동시에 K와 대립하는 인물이다.     


K는 J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J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인다. 그는 극단적 탐미주의, 예술지상주의자로 윤리적으로는 타락한 인물이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그 방법이 살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선하고 순수한 S와 악하고 잔혹한 K 사이에 J가 있다. 그러나 근묵자흑이라고 결국 K와 가까이 있으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만다. 인간은 선하기도 하면서도 악하다. 그리고 어느 한쪽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갈등하고 고통받는다. 범인(凡人)이라면 목적을 위해 살인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동시에 <광염 소나타>에서 J는 친구 S 때문에 괴로워한다. <아마데우스>에서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걸 쉽게 해내는 모차르트를 보며 살리에리는 질투로 고통받듯이 J도 그러하다. 지독한 질투는 자격지심이라는 독이 되어 결국 J는 불행해진다.     


<광염 소나타>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성격을 뽑아내어 세 명의 인물에게 부여했다. 덕분에 J, S, K는 극명한 차이를 가지는 캐릭터가 됐고 예술과 윤리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냐는 S의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5. 윤리와 예술예술지상주의

<광염 소나타>는 윤리와 예술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창작 활동은 힘든 일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오랫동안 작품을 만든 창작자도 항상 어려운 일이다. 예술 창작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J를 행적을 보면 느껴질 것이다. 만족스러운 음악을 만들지 못해 괴로웠다가 죄를 쌓아갈 때마다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내니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어한다.     


원작 작가인 김동인의 성향을 고려해 본다면, 그는 예술 쪽에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의문을 던지는 것도 질문을 제기하는 그 자체가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작가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도 범죄를 저지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창작자에게 예술적 영감은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다. 예술가에게 예술은 삶을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는 이런 탐미주의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계몽이나 선전 등의 도구가 되기보단 예술 그 자체에 집중하니 ‘아름다움’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낭만바리케이트 / 연우무대


6. 마치며

우리는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윤리가 예술보다 위에 있음을. 예술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예술을 위해 사람을 해한다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 목적을 위해 주변을 파괴하는 방식은 예술이 가지는 그 의미에 전혀 맞지 않다. <광연 소나타>가 품은 유미주의의 장점은 가지되, 탈선하지 않아야 함이 받아들이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일 것이다.     

@yeonmyu_0113


매거진의 이전글 5. 뮤지컬 <실비아, 살다>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