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과 주식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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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부터 7위 중 6개의 기업이 미국 서해안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S&P500으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정말 많은 대기업이 미국 서해안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천천히 같이 알아보자.
미국의 정식 명칭은 'United States of America'.
여러 개의 주가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룬 형태이다. 50개의 주는 사실 국가라고 보아도 될 정도의 면적과 인구, 경제력을 갖추었다. 이런 사실상의 50개 국가가 연합하여 하나로 뭉치니 압도적인 지구 1 황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그 50개의 주를 하나하나씩 살펴보면 사실 각 주마다 편차가 존재한다. 50개의 주가 골고루 비슷한 경쟁력을 갖춘 건 아니라는 의미이다. 어느 곳에나 빈부격차는 존재하듯이, 미국 50개 주 내에서도 주끼리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미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동부, 중부, 서부.
동부의 대표적인 주를 뽑으면 당연 뉴욕주가 될 것이다.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D.C.이지만 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뉴욕은 수도 이상의 주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뉴욕주와 뉴욕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뉴욕주 안에 뉴욕시가 위치해 있지만 우리가 아는 '뉴욕'은 사실 '뉴욕시'를 의미한다. 뉴욕주의 핵심은 뉴욕시인 것이다. 그렇다면 뉴욕시의 핵심은 어디일까? 맨해튼이다. 흔히 오리지널 뉴욕이라고 부른다. 센트럴 파크, 타임스퀘어, 각종 마천루, 그리고 전 세계 금융의 수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맨해튼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고 1인당 GDP가 약 $489,243으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참고로 한국 1인당 GDP는 $34,653 정도 된다. 그리고 맨해튼은 내가 존경하는 유대인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서 차차 풀겠다.
중부의 대표적인 주를 뽑으라면 텍사스가 있을 것이다. 텍사스는 최근 성장세가 높은 주이기도 한데, 뉴욕주는 맨해튼 빼고는 사실 별 볼일 없고, 캘리포니아는 높은 세금과 비싼 집값 때문에 고소득자도 살기 힘들어하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텍사스로 향한다고 한다. 낮은 세금과 싼 집값으로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중이다. 기업의 사정도 비슷한 편이다. 기업들도 법인세가 없는 텍사스로 본사를 많이 옮긴다. 최근에는 테슬라가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겼다.
서부의 대표적인 주는 단연 캘리포니아일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주이며, 세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고, 총 GDP는 미국에서 가장 높다. 캘리포니아 단독으로만 세계 5위의 GDP를 가진다. 빅테크의 성지 실리콘밸리도 여기에 위치해 있다. '시'로 따지만 뉴욕시가 미국 최고이겠지만 '주'로 따지만 캘리포니아가 미국 최고이다.
미국 동부는 미국 건국 당시부터 미국의 핵심 지역이었다. 지금도 미국의 핵심지역인 것은 분명 하나, 사실상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이라는 최고의 시장과 교역도 용이했지만 요즘 유럽은 예전만 못하다. 유럽도 미국처럼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유럽연합이 출범한 이후에도 유럽은 예전의 위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그래서 미국 동부의 중요성이 미래에는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말이지 미국 동부는 맨해튼이라는 금싸라기 땅에 의존하는 느낌이다. 아무리 최고의 맨해튼이라고 해도 한정된 면적으로는 더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앞으로도 미국의 동부는 몰락이 있을지언정 맨해튼의 몰락은 없을 것이다.
중부는 사실 과거나 현재나 미래 모두 미국의 핵심이 되기에는 사실 많이 모자란다. 바다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가 성장하려면 필연적으로 수로를 이용한 해상교역이 필수이다. 과거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강에서 출발하여 해상교역을 했지만 지금은 기술적인 부분이 보완되어 바다와 접한 지역에서 바로 해상교역이 가능하다. 중요도가 강에서 바다로 진작에 이동한 상태이다. 텍사스가 일부 멕시코 만에 접해 있지만 정말 '일부'일 뿐이고 그마저도 멕시코 만은 대서양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태평양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일까?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듯한 미국 중부는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많이 띠는 것 같다. 반면 큰 바다에 접한 미국 북동부와 서부는 진보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는 정치와도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부는 미래가 밝다. 현재 최고의 주인 캘리포니아가 존재하지만 미래에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또한 현재보다 높은 경제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캘리포니아가 포화가 되면 오리건이나 워싱턴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태평양과 접한 주는 정말 이점이 크다. 유럽의 경제력은 이제 아시아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호주의 성장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태평양의 시대이다. 미국 서부는 아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고 아시아 이민자들 또한 많이 받을 것이다. 똑똑한 아시아인들은 실리콘밸리의 브레인이 될 것이고 그것이 곧 미국의 힘이 될 것이다.
나는 본사의 위치가 곧 그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 서부에 본사가 위치한 기업들은 미국 내수시장을 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핵심 지역인 아시아와 교역을 중요시하는 회사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런 똑똑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 물론 캘리포니아는 땅값이 비싸고 세금이 세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지리적인 이점을 알아보는 똑똑한 기업이 향후에도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괜히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나는 투자에 원칙이 있다. 본사가 미국 서부(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혹은 맨해튼에 위치한 기업만 투자한다. 언뜻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하다. 지리학의 중요성을 아는 기업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이다. 미국 최상위 시총을 가진 기업 6개가 모두 미국 서부에 위치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