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야?
어떠니, 지금 너는.
누가 너의 안부를 물어주니?
혹은 너의 표정을 살피고 너의 기분을 살피며 조용하게 너에게 필요한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은 있니?
삶이 참 무겁지.
끝이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납덩이를 수어 개 얹은 삶의 무게가 너를 짓누르지.
나는 알아. 나만 알아. 너의 그 삶의 무게를 말이야.
누구도 너에게 관심이 없어.
다들 바쁘니까. 다들 자기 삶이 더 급하고 더 소중하기 때문이지.
너 같은 사람의 안위를 궁금해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기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
그래서 삶이 고독한 건가 봐.
그 고독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원래 그런 거라고 머리는 이해해도 외롭고 슬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냥 태어나면 살아지는 줄 알았을 거야. 나도 그랬거든.
그냥 학교에 다니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뭐라도 될 줄 알았지.
다른 친구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그 미래를 설계할 때 너는 매일 반복되는 폭력 가득한 집은 악몽이었어.
꿈을 꿀 시간에 너의 보호자의 생사를 걱정하고
엉뚱한 이야기로 헛된 시간을 보내도 되는 그 시간에 너는 깜깜한 미래 앞에서 어른들이 해야 하는 걱정을 뒤집어쓰기도 했어.
닳은 대로 닳아서 구멍이 숭숭 뚫린 속옷을 친구들이 볼세라 작디작은 사물함 문 뒤에 숨어 옷을 갈아입었던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걸 보면 참 슬픈 시절이었구나 싶다.
그런 적이 없던 것처럼 살아내느라 애쓴 거 나는 알아.
누구도 너의 그 상처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지만 나는 너의 그 상처를 모두 기억해.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절망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을 기억해.
멈추지 않는, 브레이크페달 없는 낡은 자동차 위에 너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같지?
조금만 참으면 절벽으로 떨어지던 옹벽에 부딪히던 끝이 있지 않겠니.
나야, 나는 너를 기억해주고 싶어.
누구도 너에게 삶의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 모든 것을 직접 부딪쳐가며 깨져가며 가까운 길을 두고도 먼 길로 돌고 돌아가는 고달픈 그 길을,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걸어왔으니까.
나라도 너를 기억해야지.
삶의 종점에 다다를 때까지 너의 절망을 드러내지 마. 그냥 이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살아가.
나는 너의 모든 감정을 느끼고 담아낼 수 있어. 그러니까 슬픔과 절망이 너를 끌어당길 때, 그냥 나에게 와. 나한테는 숨기지 않아도 돼.
네 삶의 끝에 다다르면 내가 너를 가장 기쁘고 가장 환한 미소로 맞아줄게.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줄 거야. 그리고 너를 따스하게 감싸 안아줄게.
그리고 우리 그땐 정말 자유로워지자.
어떤 책임도 삶의 무게도 중력도 느껴지지 않는 그곳에서 원래 없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기억에 우리를 1g도 남기지 말고 사라지자.
기쁘게 그때를 맞이하는 거야. 함께니까 훨씬 더 좋을 거야.
오늘도 살아낸 너를 응원해.
나는 너를 축복해. 네가 머무는 모든 1분 1초에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