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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필라테스 Jul 11. 2023

필라테스할 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시험을 앞둔 선생님들께 드리는 글


가 늘 교육생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필라테스는 과정중심의 운동이에요.
옆사람은 롤업(Roll Up)을 잘하는데
내가 롤업을 못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척추뼈 한 칸이라도 더 올라왔다면
오늘 나는 성공한 겁니다!
움직이는 동안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움직인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필라테스는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강조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필라테스는 "여정(journey)"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사용하죠.


여정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장거리 여행"이라는 뜻풀이가 나옵니다. 

여행자들은 힘들고 불편한 순간을 겪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도 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떠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많은 경험과 영감을 얻죠. 그 안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깨닫가치관이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필라테스 여정 역시 희로애락이 공존합니다. 

통증이나 부상, 시행착오 안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극복했을 때 오는 성취를 만끽하기도 합니다. 움직이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힐링합니다. 이런 순간이 겹겹이 쌓여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얻게 되죠.


지금 여러분의 필라테스 여정은 어떤가요?



고되고 지쳐있나요?

아님 행복하고 충만한가요?





현재 필라테스 교육체계는 과정보다는 결과중심입니다.


시험을 고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다양한 워크숍을 도장 깨기 하며 프로필을 채워야 하죠. 보이는 것이 너무 중요한 자극적인 세상 안에서 내실보다는 포장으로 겉모습을 부풀리며 살아갑니다.

강사들은 처음부터 이런 환경에서 배우고  살아나가니 회원의 과정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어렵습니다. 회원을 다그쳐서라도 원하는 결과에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죠. 쉴 새 없이 큐잉을 쏟아내고 지적하는 수업이 회원의 입장에서는 즐거울 리 만무합니다.


저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신과 철학을 지키기보다 상업적인 현실에 타협했었고

스스로 하는 수련보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타이틀을 갖기 위해 움직였었습니다.


물론 그 시간들이 의 커리어를 만들어 주었고 의미 있는 과정임에는 틀림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저는 

즐겁고 재미있게 필라테스를 하며 그런 에너지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십오 년 전, 회원으로 필라테스를 처음 배울 때

왕복 세 시간 거리를 오가며 받는 한 시레슨이 너무 소중했었어요.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것 깨닫는다거나 하는 인사이트 따위도 없었죠.


심지어 동작도 엉망이었어요.

척추가 뻣뻣하고 햄스트링이 짧아서 제대로 앉지도 못했고 선생님이 하는 큐잉의 절반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를 충만하게 했어요.


움직임은 그런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미국까지 가서 롤리타에게 배우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는 늘 힘들었고 불안했어요.

무려 조셉의 직계제자에게 내가 좋아하는 운동 메서드를 배우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저는 왜 즐기지 못한 걸까요?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를 굳게 했고 눈치 보고 주눅 들게 했습니다.

나의 움직임에 집중하기보다 롤리타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고 싶었어요.


결국 꾸역꾸역 과정을 마치고 졸업에 성공해서 그토록 바라던 2세대 제자라는 리니지도 받았어요.

하지만  번아웃이 왔고 한동안 필라테스가 예전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예전의 비슷한 환경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은 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하려는 마음에 무리하거나 자신을 혹사시키지 말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남이 보기에 어떻든 그 순간 나의 몸에 의식을 두고 집중해서 움직였다면 충분합니다.


혹시라도 기준점에 부족해서 떨어진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도전하되는 거고 그 역시 과정이에요.

시험결과가 나의 성패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여정 안에서 고된 지점일 뿐입니다.

그 힘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식사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부족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받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니까요.




필라테스는 기록을 측정하거나 순위를 정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결과를 내기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향해 꾸준하고 묵묵하게 나아가는 운동이에요. 이것이 필라테스의 숨은 가치이지요.


누군가가 나보다 빨리 간다고 해서 조바심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난 나의 속도에 맞춰 올바른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그만이에요.


우리는 "마인드 바디" 운동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겉모습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외면과 내면의 조화로움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움직임동안 나에게 오롯이 집중(concentration) 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나의 마음과 몸 그리고 영혼까지 통합되는 짜릿함을 느껴본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경험이 될 거예요.



언젠가 김창옥 님의 강연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어요. 합창대회가 끝나면 외국인들은 "즐겼어?"를 물어보고 한국인들은 "틀렸어?"를 물어본다고 합니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어요.


틀려도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 스스로 나의 과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세요!

저 역시 도전하는 여러분의 용기에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이 글을 읽은 한 명이라도 남의 시선과 경쟁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마인드 바디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는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피크필라테스 레벨1 34기

PS. 현재 시험을 앞두고 있는 피크 34기와 15기 그리고 앞으로 시험을 보게 될 모든 선생님께 이 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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