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들은 흔히 배웠던 동작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피크필라테스 27기 레벨 1 교육 중 헌드레드(Hundred)를 처음 배웠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교육강사가 앞에서 동작의 목표, 움직임과 디테일, 주의사항,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법 등을 설명합니다.
교육생은 매뉴얼의 해당 페이지를 펴서 강사가 하는 말들을 받아 적습니다. 그리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죠.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클래스를 하거나 파트너와 연습하고 마무리됩니다.
난 정말 헌드레드를 알고 있는 걸까요?
매뉴얼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고 받아 적은 큐잉을 외우면 이 동작은 내 것이 될까요?
그것을 회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론만을 배우고 전달한다면 위 방법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움직임을 가르치는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움직임을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움직였던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행위입니다.
피크 필라테스 32기 레벨1 시험이 끝난 후
그래서 많이 움직여보고 때론 시행착오도 겪어보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강사에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필라테스 강사의 프로페셔널함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몸매가 넘사벽이어서 회원님들의 롤모델이 된다.
말발이 좋아서 세일즈를 잘한다.
성격이 좋아서 회원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모두 필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필라테스 강사의 본질은 "잘 가르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필라테스를 통해 일상을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움직임을 통해 힐링하고, 삶의 질의 변화한다는 것을 몸소 느껴야 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강사가 너무 이뻐서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성격 좋은 강사와 수다 떠는 게 재밌어서 필라테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몸의 변화가 없다면 회원은 금세 동기부여를 잃게 될 거예요.
강사 본인도 헌드레드를 할 때 목이 아파서 하기 싫은데 회원에게 이 동작을 티칭 하는 것을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통증 없이 동작하는 방법을 찾고 그 안에서 찾은 노하우를 회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바로 티칭입니다.
클래식 필라테스를 할 때 사전레슨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레퍼토리를 수 차례 반복하며 동작을 몸에 익히는 과정으로 회원의 입장에서 움직임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어나가게 됩니다.
가끔 이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시점에 동작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처음 하는 동작을 한 번에 잘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때 경험한 좌절과 현타는 앞으로 여러분의 강사인생에서 공감의 폭을 넓혀줍니다. 그리고 여러 타입의 바디를 마주할 때마다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직관의 밑거름이 되죠. 직관(intuition)은 로마나 선생님이 강조하셨던 가르치는 덕목 중 하나로 강사의 풍부한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보수적인 클래식 스쿨에서는 사전레슨을 받는 기간만 일 년이 넘기도 하고 바디가 준비되지 않으면 교육과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융통성이 없다 비난하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교육과정은 내가 어려웠거나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동작들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피크 필라테스 31기 레벨1 시험이 끝난 후 이때 생전처음 동작을 처음 접하게 되면 표면적인 것들밖에 배울 수 없게 되는데 교육을 마친 강사들은 코스에서 이미 다룬 내용이니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필드로 나가게 되면 실전이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닫죠. 그리고 그때부터 여러 가지 워크숍을 들으며 불안한 마음을 다독입니다. 저 역시 이런 과정을 겪었고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교육과 워크숍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난 지금 성장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안했죠.
워크숍과 교육을 듣고 스스로를 업데이트를 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과 비용이 진정으로 힘을 발휘하려면 개인 연습은 필수입니다. 배울 내용을 예습하고 배운 내용은 복습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내 것이 됩니다.
연습의 중요성을 교육생에게 강조하면 공통적인 답변이 돌아옵니다.
혼자 연습하는 것이 어려워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두 가지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한 명의 강사에게 레슨을 오래 꾸준하게 받는 것입니다.
출처 Pilateseunghee 인스타그램 내가 무언가를 질문했을 때 함께 고민하고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강사가 적합합니다. 롤모델로 삼을 수 있고 라포를 형성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필라테스 강사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가르치는 핵심은 같습니다. 더 큰 틀로 보면 필라테스뿐 아니라 요가나 무용 자이로토닉 웨이트레이닝등 움직임에서 얘기하는 홀바디는 동일합니다.
전달하는 방법이나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는 것뿐인데 교육생의 입장에서는 모두 다르다고 느끼고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고 했을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직접 운전할 수도 있고 버스나 기차, 비행기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직접 운전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대중교통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겠죠. 부산에 도착해야 하는 목표는 같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운동 메서드와 각각의 강사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이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필라테스가 어떤 운동인지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다면 나와 생각이나 결이 비슷한 한 명의 강사에게 꾸준히 레슨을 받아보세요. 처음에 너무 여러 사람에게 레슨을 받는다면 이 운동이 무엇인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레슨을 받다가 목적지를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본인이 하는 동작을 영상으로 찍어보세요.
레슨을 받을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핸드폰 카메라로 내가 동작하는 것을 찍고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해 보세요.
옆에서 훈수를 두는 것은 쉽지만 직접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나의 티칭이 훈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직접 부딪히면서 회원이 앞으로 겪게 될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보세요. 스스로 움직이는 영상을 찍어보면서 내가 남발하는 코렉션 큐잉을 내 스스로 지키고 있는지 체크하세요.
심한 현타가 올 수도 있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약한 움직임의 고리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할 기회가 생깁니다. 그것이 훗날 여러분들의 노하우가 되겠지요.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비교하며 가성비를 따집니다. 비용과 시간대비 알찬 교육과 워크숍을 서로에게 묻고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필라테스 스쿨과 강사를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최고의 선택은 없습니다.
선택한 이후의 나의 자세와 가치관, 노력과 행동들이 나의 선택을 베스트 혹은 워스트로 만듭니다.
어떤 교육이나 워크숍 강사를 선택했다면 나의 선택을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그 안에서 성실하게 임해 보세요.
내 몸으로 먼저 필라테스라는 운동이 가진 치명적 매력을 느껴보세요.
피크필라테스 26기 레벨1
필라테스라는 운동으로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필라테스의 매력을 전달할 수 없겠죠?
나의 첫 번째 클라이언트는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클라이언트에게 선보였던 매력덩어리 필라테스를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해 주세요!
저는 "수련"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조금 늦게 깨달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 중 한 분이라도 방황의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당신의 필라테스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