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다 적어보려고요
10월 16일에 올린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는 '출판사 이메일 얻기가 더럽게 어렵다'라고 꽤나 궁시렁거렸었다. 궁시렁궁시렁. 부글부글. 악! 그런 느낌이었지만.
그 뒤로 한 달여가 지났고,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때로 빠른 길을 눈앞에 두고 굳이 돌아갔고, 힘들게 들어간 길이 막다른 곳이기도 했다. 길로 보이지 않아 발도 들이밀지 않았다가 나중에서야 찾은 길도 있다. 한마디로 몹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 완결은 아닙니다만)
투고 과정만 말하는 게 아니다. 처음 책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빼곡히 해온 일들을 말하는 거다. 아 이랬어야 하는구나, 혹은 아 그러지 말걸, 아 왜 그랬을까, 후회도 많이 했다. 그 시간들이 필름처럼 되감기며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찬 것처럼 갑갑해지기도 했다. 아주 뻘짓 대잔치다. 하......
울분을 토할 데가 없어서 아는 작가님을 붙잡고 하소연도 했다. 해소되지 않았다. 역시 나는 글로 풀어야 풀릴 것 같아서 이러고 있다. 나의 뻘짓을 공개하고, 누군가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손모가지라도 붙잡고 싶으니까.
좋게 생각하면 이렇게 몸으로 치열하게 부딪혀보니 스킬은 향상되고, 내성도 생기며 레벨도 올라간다. (투고 두 번만 했다가는 이걸로 책 한 권 쓰겠다 큭큭) 어쨌든, 그래서 지금 나는 할 말이 많다. 앞으로 하나씩 꺼내 놓을 작정이다.
오늘은 '출판사 이메일 모으는 법'부터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국에 있는 분들을 위한 글은 아니다.
한국이라면 서점에 가서 내가 내려는 책과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책을 집어 들고 뒤에 적힌 출판사 이메일을 찾아 적으면 끝이다. 대부분의 책에는 친절하게 적혀있으니까. 신간이나, 돈을 좀 더 쓴 가로로 누워있는 책을 우선적으로 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해외는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한국책은 귀하고, 주변을 수소문해 모으더라도 오래된 책이 많으며, 내 원고랑 카테고리가 맞는 책은 더 드물 테니까. 그래서 오늘은 나같이 해외에서 글 쓰는 동포 여러분들을 위한 작은 팁이다.
지난번 글을 쓴 이후에 조금은 팁이 생겨서 말이다. 해외에서 맨땅에 혼자 헤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거다. 고작 처음 투고해 보고 이건 좀 오버 아닌가 싶었지만, 분명 나같이 헤매는 분이 한 명이라도 있을 거라 믿으며. (사실 읽어보면 '이게 다야?' 싶을 겁니다만, 고작 이거 알기까지도 시행착오를 겪더군요. 더 알게 되는 부분이 생기면 글을 보완할게요!)
01
내 원고와 같은 카테고리의 책을
최근에 출간한 출판사를 찾는다.
출판사가 중간에 출간 방향을 틀기도 하고, 더 이상 책을 출간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므로 최근까지 활발하게 책을 내고 있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것도 내가 투고하려는 원고의 카테고리에서 말이다.
YES24를 연다. (교보문고 말고 'YES24'를 추천한다) 에세이로 예를 들어보자. 사이트의 카테고리에서 [에세이]로 들어간다. 에세이 카테고리 내에는 19개의 세부 카테고리가 있다. 나는 이 중 내 원고와 결이 맞는 '감성/가족 에세이, 여성 에세이, 명상/치유 에세이, 삶의 자세와 지혜' 쪽을 먼저 살폈다.
세부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상단에 정렬 방법이 나올 거다. 가격이나 판매량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중 '신상품순'이나 '등록일순'을 선택해 정렬하면 된다.
리스트에는 책 제목, 저자뿐 아니라 출판사 이름도 나온다. 구글시트를 열고 출판사를 재빨리 적자. 나는 추후 참고하기 위해 책 제목도 긁어다 붙여 넣기 했다. 그러면 자동으로 링크까지 들어간다.
만약 이 출판사가 어떤 책들을 냈는지 궁금하다면, 출판사 이름을 클릭하면 된다. (만약 리스트에서 출판사 이름에 링크가 걸려있지 않다면, 상세페이지로 들어가면 링크가 잡힙니다) 해당 출판사가 어느 쪽에 힘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굿이다.
다시 에세이 카테고리의 첫 페이지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조그만 글씨로 '새로 나온 책'이라는 버튼이 보인다. 그걸 누르면 마찬가지로 에세이 카테고리 전체에서 신간 도서들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 하면 출판사 리스트가 만들어진다. 사실 출판사 리스트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출판사는 어마어마하게 많고, 파도 파도 계속 나오니까. 문제는 지금부터다.
02
간절히 바라며
인터넷에서 1차로 검색한다.
일단 나오길 간절히 바라되, 너무 기대하지는 말자. 그래야 실망하지 않는 법이다.
네이버를 열고 출판사이름, 또는 출판사이름 + 출판사로 검색한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홈페이지 등이 나오면 땡큐다. 홈페이지가 있는 경우라면 이메일 주소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인스타그램은 상단에 이메일 주소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 리틀리에서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리틀리에 홈페이지를 연결해 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아쉽게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인스타그램은 있으나 홈페이지, 이메일 주소도 모를 경우 나는 이메일 주소 좀 알려주십사 DM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몇 군데는 친절하게 답을 주었다.
03
전자책을 찾아본다.
인터넷으로도 나오지 않았다면, 그다음은 책이다. 종이책 말고 전자책. 해외에서 종이책은 구하기 어렵지만, 전자책은 볼 수 있으니까. 나는 '밀리의 서재'를 이용했다.
출판사 이름을 밀리의 서재에 넣어보자. 책 이름으로 검색할 필요가 없다. 출판사 이름을 넣고, 가장 최근 책을 다운로드하여 마지막에 나와있는 이메일 주소를 살포시 떠다 시트에 담아놓으면 된다. 때로는 책 제목으로 검색되기도 하니, 출판사 이름이 맞는지 확인은 필수다.
하루에 다 하지는 못한다. 지난번에 신나게 다운로드하였더니 24시간 후에 할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다운로드도 제한이 있나 보다.
여기까지가 이번에 제가 알게 된 해외동포 여러분의 투고 이메일 주소 찾는 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너무 열심히 찾지 말라는 거랍니다. 인터넷으로도, 전자책으로도 찾기가 어렵다? 깔끔하게 포기하세요. 제가 다 해봤는데, 붙들고 있어 봤자 나오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시간만 빼앗길 뿐이지요. 건승을 빕니다.
관련해서 혹시 다른 궁금한 부분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댓글 남겨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