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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Oct 16. 2024

투고 이메일 주소를 알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고단하다


투고 준비 중이라, 출판사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다.

한국에 있는 분들은 서점에 가서 결이 맞는 책을 집어 들고, 판권 쪽을 펼쳐서 옮겨 적는 방식으로 한다 들었다. 내 몸은 텍사스 하늘 아래 있으니 인터넷을 이용해야 했다.


먼저 에세이를 출간한 출판사들을 구글시트에 적었었다. 한국에 출판사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금방 70곳을 채울 줄은 몰랐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간단했다. 네이버를 열고, 출판사 이름을 치고, 홈페이지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나와있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원고 투고 할 이메일을 옮겨 적는 일.


나는 이 일이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검색에 바로 나오는 출판사도 있다. 그런 경우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원고 투고 안내도 쓰여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어렵게 알아낼 수 있는 경우도 양반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다.


검색하면 책은 나온다. 사람들이 쓴 서평도 주르륵이고, 기사도 보이고, 어딘가와 협약했다는 내용까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와 연결할 수 있는 링크는 찾을 수 없다. 오기가 생겨서 파고 또 팠지만 역시나다.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적어도 어느 하나라도 링크 정도는 있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런 곳이 꽤 많았다. 찾다 찾다 지쳤다.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메일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물색했다. 세 사람을 찾았다.

1. 얼마 전 출간한 지인 작가에게 출판사 100곳에 대한 이메일 리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분 말로는 50%는 반송되어 왔다고 한다. 일단 신뢰에서 무너졌다. 게다가 내가 찾아 놓은 리스트와 너무 달랐다. 책의 방향이 다르기에 그럴 수밖에. 포기했다.

2. 검색을 하다 브런치에 출간 과정을 올리고 있는 작가의 글을 봤다. 어느 출판사를 통해 300개 리스트를 받았단다. 출판사 이름도 쓰여 있었다. 받은 걸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해당 출판사에 연락했다. 하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3. 네이버에 검색하다 보니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는 분을 만났다.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 관련 출판사 250개 리스트였다. 공손하게 부탁하고, 잘 받았다. 다행이었다.






그냥 마지막에 받은 250개 이메일을 그냥 믿고, 보내는 것도 방법이었다. 근데 내 성격이 좀 그렇다. 진짜 나랑 결이 맞는 출판사인지 찾아봐야 했다. 엉뚱한 곳에 굳이 숫자 채우듯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검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출판사는 불교 서적만 다루고 있었고, 어떤 곳은 아무리 검색해 봐도 출간한 책이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곳은 경제 도서만 출간하고 있었다. 학습지, 성경 등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신뢰가 무너졌다. 다시 오기가 생겼다. 중간중간 에세이 출간하는 곳도 있어 포기하기는 아쉬웠다. 쥐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대략 10개 중에 2개 정도만 내가 보낼 만한 곳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심호흡이 필요했다. 짜증도 조금 났다.
이번에도 또 멀리 생고생하며 돌아가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아무나 조언이 필요해 스레드에 푸념 섞인 글을 올렸다. 찾기가 어렵다고!  
몇 분이 답을 주었다. 1) 찾기 어려운 이유가 투고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도 있었고, 2) 미리 보기로 판권 쪽을 볼 수 있다는 분도 있었다.

1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계획이 없거나, 너무 많이 온다는 이유로 원고를 받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원고를 받지 않더라도, 홈페이지 정도는 운영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적어도 마케팅에 조금의 의지라도 있다면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이라도 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출간하면 그 정도 홍보는 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니었나?

2번은 시도해 봤지만 앞쪽만 미리 보기가 되어 판권 쪽을 볼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130여 개의 출판사 리스트를 만들긴 했다. 고생고생했지만 그중 이메일 주소를 끝내 찾지 못한 곳도 상당히 많다. 다들 100곳, 200곳 등에 뿌렸다는데 어떻게들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그냥 아무 곳이나 채우기만 해서 그렇게 된 건지, 내가 모르는 쉬운 방법이 있는지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 찾아보면서 느낀 건 두 가지다.
- 검색해서 바로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노력하지 말 것. 시간을 아주 많이 버리게 되므로.
-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는데도 이메일 주소가 없다면 받고 싶지 않은 거니 포기할 것. (여러 곳에 DM을 보냈고, 이메일 주소를 보내준 곳도 있다) 






만약 말이다.

내가 출판사를 운영한다면, 적어도 여느 링크는 바로 갈 수 있도록 네이버에 등록해 두었을 거다. 적어도 출간하는 책 소식은 그렇게 공유했을 거다.


만약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같이 운영한다면, 인스타그램에 홈페이지로 갈 수 있는 링크 정도는 올려둘 거다. 출간한 책 리스트만 주르륵 올려 둘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는 그 링크 정도는 넣어줄 거다.


지금 내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인스타그램에 원고 투고받는 이메일과, 어떤 방향의 책을 선호하는지 적어둔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을 보여주는 건, 독자에게도 출판사를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한때 UX를 공부하고, 기획자로 살았기에 이번에 더 답답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내가 하면 잘할 텐데 의지가 솟아올랐다 꺼지길 반복했다. 한국이었으면 나는 어디든 이력서를 냈을 거다. 답답한 곳을 찾아서. 뻥 뚫어 역할 좀 하고 싶어서.

어쨌든 나는 출판사를 운영하지도 않고, 직원도 아니다. 그저 받아줄 곳을 찾아 헤매는 초보 작가이니 지금은 조용히 어딘가 나와 인연이 닿는 곳이 나타나기만 바라고 있다.

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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