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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쓰는 홍보강사 Mar 13. 2024

봄 도다리와 가을 전어, 스토리로 펄떡이다

가을 전어 이야기

 

요섹남은 아니지만, 필자는 가끔 집에서 음식을 만듭니다. 며칠 전에는 도다리쑥국을 끓여 봤습니다. 쌀을 세 번 정도 씻어낸 쌀뜨물을 받아서 무를 넣어 끓인 후에 도다리를 넣고 다시 끓이다가 국물이 우러나면 쑥과 파, 마늘을 넣고 끓이면 됩니다. 역시 봄에는 도다리죠. 가만히 보니 도다리가 쑥과 썸을 타서 ‘봄 도다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네요.     


‘봄 도다리’ 하면 다음에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가을 전어’가 저절로 따라오는데요. 3월에서 5월에 이르는 봄을 대표하는 도다리처럼 10월, 11월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는 전어입니다. 이렇게 연상되는 것은 가수 ‘송대관’ 하면 ‘태진아’가 떠오르게 하는 라이벌(?) 효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로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방송에서 두 가수는 서로 약 올리고 험담하면서 상승효과를 내며 더욱 유명하게 되었죠.     


도다리의 라이벌 가을 전어에는 도다리보다 더욱 강력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필자가 브랜드스토리텔링 강의 중에 교육 참가자들에게 전어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며느리’라고 합니다. 바로 이 며느리 스토리가 지금의 가을 전어라는 유명세를 만들었습니다. 가을 전어의 출세에는 이 며느리가 일등공신인 셈이죠.     

전어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인물은 며느리입니다. 그런데 이 며느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사고를 칩니다. 바로 ‘가출(家出)’이라는 사건을 만듭니다. 그리고 다시 ‘귀가(歸嫁)’합니다. 이 스토리 구조를 보면, 스토리의 3요소인 인물, 배경, 사건이 나타나 있습니다. 인물은 며느리고요, 배경은 말로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시월드(시댁을 말하는 신조어로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을 말함)가 되겠죠. 또 사건은 가출과 귀가입니다.    

 

여기서 브랜드스토리텔링 구조를 본다면 ‘결핍과 해결’ 구조가 있습니다. 바로 ‘가출과 귀가’이고요, 그 해결의 열쇠는 브랜드 메시지가 되어야 하는데, 바로 며느리 귀가의 열쇠가 ‘전어 굽는 냄새’가 됩니다. 한 마디로 이 브랜드스토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전어구이의 기가 막힌 맛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입니다. 그래서 가을 전어는 브랜드스토리로써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던 셈이죠.    

 

이처럼 생선에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도루묵에 관한 그럴듯한 스토리도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사건입니다.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宣祖)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한양을 버리고 몽진(蒙塵)을 가게 되었습니다. 피난길에 먹을 것이 제대로 있을 리 만무하죠. 하는 수 없이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소식을 듣고 한 어부가 동네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선조에게 진상했습니다. 선조는 그 생선을 아주 맛있게 먹고는 그 맛에 반해 그 생선의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어부는 ‘묵’이라고 답했습니다. 선조는 그 이름이 촌스러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친히 ‘은어(銀魚)’라는 세련된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몽진 후에 환궁한 뒤, 선조는 ‘은어’가 생각나서 다시 은어를 요리해서 맛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피난길에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수라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때 먹던 그 생선 맛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선조는 ‘에이, 도루 묵이라 해라’고 하명했습니다. 이때부터 ‘은어’로 승진했던 ‘묵’은 다시 ‘도루묵’으로 개명되었습니다. 묵이 은어가 되었다가 도루묵으로 되었죠. 그래서 ‘말짱 도루묵’이라는 속담도 생겼습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상품으로 성공한 안동간고등어 스토리도 있습니다. 안동간고등어는 동해안 영덕항에서 잡은 고등어를 보부상(褓負商)들이 부패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안동까지 가져와서 먹었다는 데서 안동간고등어가 유래되었습니다.     


여기에 인물이 등장하죠. 바로 간잽이 이동삼 명인입니다. 간잽이는 고등어에 소금을 치는 염장(鹽藏) 처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소금을 얼마나 골고루 잘 뿌려주느냐에 따라 고등어 맛이 달라질 만큼 염장처리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50년 간잽이 이동삼 명인이 바로 이 스토리의 등장인물이 되었던 거죠. 이 명인이 고등어에 치는 소금은 그 수까지 똑같다는 믿지 못할 전설도 있을 정도입니다.     


브랜드스토리는 소비자의 인식 속에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물이 출연하고 배경이 그려지고 사건이 발생하면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가을 전어의 며느리는 발칙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더 기억에 남고, 도루묵은 선조의 변덕으로 말미암아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패랭이를 쓴 간잽이 이동삼 명인의 염장치는 모습은 잊지 못할 브랜드로 각인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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