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인천공항 가는 길.
나는 엄마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봤다. 하늘은 너무나 쾌청했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했다.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연락을 받고 2주 만의 대만행.
벌써부터 대만의 덥고 습하고 묵직한 공기가 두려워진다.
그렇다.
남편은 대만사람이고 우리는 국제결혼 7년 차 부부.
우리는 결혼기간 동안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나는 한국 친정에 와서 시험관아이 시술 중이었다. 1차 시험관 시술 실패 후 한 달의 휴식기를 거쳐 2차 시술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와야 하는 생리가 2달째 오지 않았다. 친정집에서 나름 맘 편히 지내고 생각했는데 몸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나 보다.
그래서 대만집에 다녀오려고 티켓을 끊었다.
원래 2주 정도 대만집에 있다 오는 일정이었지만 더 길어질 예정이다.
그동안 대만에 혼자 두고 온 남편이 걱정되기도 하고 미안했고,
보고 싶어서... 무엇보다 시험관 시술 실패의 위로를 받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남편을 보고 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離婚しよう。(이혼하자)"
(우리 부부의 공용어는 일본어이다.)
어제 남편의 이혼통보로 대만 귀국의 목적은 변경되었다.
아무래도 금방 한국에 다시 못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비행기표도 편도로 끊었다.
공항 가는 차 안.
엄마가 운전하면서 말한다.
“가서 남편한테 잘해주고 얼굴 보면서 이야기 잘해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먹던 안 먹던 잘 챙겨주고~ ”
“하~ 잘해줄 거야.. 근데 이혼하고 올 수도 있어… 카드도 못쓰게 하고 생활비도 안 줄수도 있어. 지난번에 싸우면서 이혼얘기할 때도 그랬거든.”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
“아니, 너가 지금 입고 있는 파자마 팬티 양복 셔츠 다 내 돈으로 산 거니까 앞으로 입지 말라 그랬지 ”
엄마가 귀엽다는 듯이 웃는다.
“지금이야 남편이 무슨 말을 못 하겠어~ 엄마가 대만달러 좀 바꿔서 줄 걸.. 아, 공항에도 환전할 수 있지?”
“아냐, 엄마 돈 안 줘도 돼.. 나도 조금은 있어.”
“만약에 돈 안 주면 정말 나쁜 새끼니까 그건 진짜 헤어져. 근데 한국도 그런 남자 많다~ 싸우고 화나면 당장 돈부터 안주는... 일단 가서 얼굴 보면서 얘기 잘하고... 힘들거야... 너~무 힘들면 잠깐 다시 한국 나왔다가 일주일 있다가 들어가고...”
몇 초간의 침묵 후..
엄마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죽을 것 같으면 이혼하고 와. 우리 딸이 살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