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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Nov 27. 2023

굳이 굳이 낭만 찾기

LA여행, 시작은 다소 괴로웠다.

 "나 미국여행은 안 갈래. 니 후기 듣고 나니까 환상이 확 깨졌어."

나의 이번 첫 LA여행후기를 들은 친구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어쩌다 이런 후기만 남기게 되었을까? 결론적으로 생각하면 은근히 재밌고 색다른 여행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항상 여행을 할 때 공항 접근성을 1순위로 둔다. 여행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날 혹시나 차가 밀려서 또는 대중교통이 늦게 도착해서 등의 이유로 귀국을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또한 여행 첫걸음부터 복잡한 이동경로로 초행길을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면 시간낭비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지도를 통해 공항의 위치를 확인하고 여행사 어플을 이용하여 여러 민박을 검색했다. 당연히 한국인이 많은 한인타운을 먼저 검색했는데, 한인타운이 생가보다 공항에서 멀기도 했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 넘겼다. 그다음이 마음 한편 로망이 가득한 샌타모니카 해변 쪽이었는데 일단 공항이 가까워서 합격이었다. 하지만 관광지답게 숙박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 도저히 일주일을 지내기에는 무리였다.(지금 생각해 보면 1박 정도는 휴양하는 마음으로 지내볼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곳이 잉글우드라는 지역의 한인민박이었는데 공항 셔틀 환승을 잘해서 버스로만 이동해도 30분이면 충분하고 Lyft(리프트: 우버와 리프트 편 참고)를 이용해도 22달러(약 27000원) 정도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한인타운 쪽에서 이용하는 경우는 7-8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어 동행을 구하기도 한다.) 공항 접근이 쉽고 숙소 후기도 나쁘지 않으며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동네에 대한 조사는 안 하고 그곳을 예약했다. 동네에 대한 조사보다는 메트로(LA에서 운영하는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을 통틀어 칭하는 말. 지하철도 버스도 모두 메트로라 말한다.)로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색만 했을 뿐이다. 상상 이상으로 노선이 복잡했고 그만큼 이동할 수 있는 위치가 꽤 많았다. 또한 살고 있는 부산처럼 동네가 복잡하지 않고 창원과 같이 정돈된 구역으로 분리가 되어있는 동네라 어디든 걸어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창원은 계획도시라 구역 구분이 깔끔하게 되어 있고 걸어서 이동이라는 생각은 무지했기에 가능했다.) 사람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떻게 걸을 생각을 했을까? 


 첫날 숙소 근처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1층짜리 주택이 널리 퍼져 하늘이 잘 보이는 동네의 모습, 그것이 다였다. 정말 뭐가 없었다. 우리나라 시골도 이보다는 뭐가 많은데 말이다.(요즘은 시골을 안 간 지 오래돼서 물정을 모르겠다.) 문득 사이판 여행 때가 생각이 났다.

"여기서는 걸어서 어딜 간다는 생각을 하면 안 돼. 특히 들개들이 많아서 위험하기도 하고, 차 없이는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야."

 사이판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 친구가 한 말이었다. 물론 사이판이야 하도 시골시골 하니까 그곳이 시골이라 그런 줄 알았다. 아니다, 그곳은 시골이 아니었고 평균적인 미국 동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는 본토이기에 부산과 같은 느낌일 줄 알았다.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어도 5분 내에 편의점이 있는 것은 당연 무리지만 그래도 20분 거리 이내에 마트 하나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멍청한 생각이었다. 계획했던 헬스장을 목표로 지도를 보며 계속 걸었는데 10분 이상 걸으니 보이는 타코가게와 길 한복판에서 운전자들에게 무언가를 판매하는 사람들, 20분 이상을 걸으니 그나마 보이는 것은 동전 빨래방, 30분 이상을 걸으니 보이는 것은 어린이 의원과 음침한 분위기의 술 판매점, 40분 이상을 걸으니 차량용품판매점이 보였고 50분이 되니 여러 가게가 모여있는 구역과 목적지가 나왔다. 그때에는 교통카드도 없었고 동전도 한 푼 없어 버스를 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일단 걷자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고 20분가량을 더 걸으니 친숙한 스타벅스와 인 앤 아웃버거 그리고 타깃이라는 마트가 보였다. 인 앤 아웃 버거에 가서 첫끼를 해결하게 되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미국은 드라마에서 볼 법한 운동복을 입은 건강한 성인들이 조깅을 하는 모습과 개 산책을 시키는 중년들이 길을 걷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길거리 폭주족, 창문에 기대서 환각증세 때문에 휘청이는 사람, 버거를 먹고 있는 나에게 종이컵을 내밀며 돈을 달라는 노숙자,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미국의 심각한 비만률'에 대한 기사에 비친 거구의 성인들이었다. 뉴스는 거의 과장이 심한 매체라는 생각이 강했던 나는 그제야 가끔은 현실로 받아들여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발전이나 우리 직종과 관련해서는 당장 현실화할 수 없는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마치 당장 가능하다는 듯이 보도를 하니 우리 직원들이 거의 매일 환자로부터 스트레스를 꼭 받는다. '피 한 방울이면 검사 다 된다면서요?'라는 말 때문에 채혈이 힘들다. 아무튼 그런 미래 지향적인 기사를 마치 현실에서도 가능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일반인들이 문제인 건지 그것을 그렇게 보도하는 뉴스가 문제인 건지 일단 시작한 뉴스를 불신했던 나는 '변수'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외국에 대한 내용은 가끔은 진실이구나.' 노숙자가 생각보다 많았고 비만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처음 숙소로 가는 버스에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나는 동전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아 30분가량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갔다.(LA여행: 버스와 지하철 편에도 있지만 흑인들의 고함과 블루투스 스피커는 나에게 그 당시에는 꽤 위협적이었다.) 남은 6일이 너무 걱정이 되었고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피곤이 몰려와서 얼른 씻고 일찍이 잠들었다.

 (사실 4일 차 즈음에 방문한 세탁소에서 직원 또한 나에게 '잉글우드는 여행하기 좋은 곳이 아닌데 왜 여기로 왔어요?'라는 질문까지 들을 정도의 열악한 동네인데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또한 여행지가 아닌 주거지 지역은 여행할 만한 곳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지 않나?)


 다음 날, 사장님께 메트로를 이용하기 위한 탭카드 구매방법을 설명 듣게 되었고 개운한 몸상태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인 앤 아웃 버거. 버거는 개인적으로 이곳이 제일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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