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고집하는가..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우린 언제나 착해야 할까?”
머뭇거리는 아이들. “엄마는요?”
음.. 나는 나의 아이들이 늘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바르다. 아!
'바르다'
1. 겉으로 보기에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가 없다.
2.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들어맞다.
3. 사실과 어긋남이 없다. 네이버 국어사전의 뜻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않는 것.
그걸 나는 좋아하고 있구나.
왠지 그래야만 어느 조직에서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도 계속 바르게 자라기만을 나는 또 바라고 있구나.
왜 나는 이토록 바르게 자라는 것에 집착(?) 하고 있는 걸까.
한참을 생각하다 과거로 과거로 돌아가보니
내가 그렇게 자랐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초등학생 때의 나는 혼자서 집안일을 하기도 했었고
늦은 밤, 일하러 가는 엄마를 붙잡지 못하고 긴긴밤을 보내기도 했다.
어찌 어린 나이에 깜깜한 밤을 혼자서 자고 싶었겠는가. 그저 그때는 그래야 했다.
찡찡대지 않기. 보채지 않기.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어 그때의 엄마를 떠올려 보면 늘 갚아야 할 빚도 있었기에.
낮에도 밤에도 일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해야 했고,
엄마에게 짐이 되는 일, 엄마가 신경 써야 하는 일 생기지 않도록
그저 칭찬받기 위한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른다.
뭐 그렇다고 줄곧 바르고 착하게 자란 건 아니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나쁜(?) 물도 많이 들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첫째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둘째가 있다.
첫째는 우리 딸과 닮아 있었다.
어떤 때는 답답하리만큼 자기 것도 못 챙기고 당하기만 하는 딸에게
'나쁘게 좀 살자!'라며 일장연설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엄마. 뭔가를 나쁘게 하면 제가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세상에는 이런 아이도 있고, 저런 아이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 맞지.. 알지. 그런데 딸. 휴우..
엄마 마음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딸은 가끔 화내기도 하고,
아주 조금 싫은 내색도 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줌 수업은 메이트와 목소리가 변할 정도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마음심리부터 시작해서 행동심리, 그리고 MBTI까지.
착한 게 뭘까?
‘착하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네이버국어사전의 뜻)
언제나 착하기만 하면 왠지 손해 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안타까운 바보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착한 것이 좋다고 한다.
고마워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또한 착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위한 나만의 질문이 남겨져있다.
나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요즘 ‘우리 아이 첫 인문학 사전’이라는 책으로 시간을 내어 잠깐의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아직 막내의 마음은 고마워할 줄 마음과 착함의 어느 한 구역에 있는 것 같다.
딸의 마음은 나쁘게 변화하기를 바라고, 막내의 마음은 아직 지켜 주고 싶으니
이 엄마가 곧지 못한 줄기를 가지고 있구나.
내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아이들을 길들이고 있으면서
가끔은 세상을 탓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 탓만 하기에는 조금 억울하니깐!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