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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애 Apr 30. 2024

모래 알갱이가 짙은 제주 바닷가

어쩌면 흔한 제주풍경

“엄마! 진짜! 정말 신나요!”

“보세요 보세요! 몸이 떠요! 바다가 이렇게 신나는 곳이었어요?”     

밤이 깊도록 아이들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주밤바다 수영 - 봄날애가 찍다

 

처음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하늘과 검게 변한 바다 뒤로 반짝이는 불빛들. 

바다에 엎드려 찰방찰방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딸과 눈이 마주쳤다.

눈물이 났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삶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뭐야 갑자기. 웬 눈물이야. 

이 삶.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뚝!    

 


아이들은 놀다 보니 다이빙을 하고, 스노클에, 

심지어 잠수해서 소라까지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딸이 잡은 소라는 아끼고 아껴서 남편이 제주에 오는 날 같이 나눠먹었다.

“허어, 참. 내가 살다 살다 딸이 잡은 소라를 먹어 보는구나. 허허허”

소중한 일상들. 남편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제주도를 선물해 준 남편에게 늘 고마웠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밤이 깊도록 우린 신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맞춰놓고 늦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어야 했을까.      


‘딸. 더 많은 시간 지칠 때까지 자유롭게 날아봐.’

‘너의 곁에서 내가 버티고 있어 줄게.’     


하늘이 보고 싶으면 고개를 들고는 이내 누워버리는 아이들.

그곳이 바다이든, 모래 위에든, 운동장이든, 눈이 펑펑 내린 날에는 눈 위에도.

어디든 눕방 - 봄날애가 찍다
제주도에서의 첫눈 - 봄날애가 찍다



누워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깔깔거리기가 일상인 아이들.

그때의 아이들은 스스로가 지금을 살아가는 든든한 힘이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바다와 함께 하는 동안 나도 바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닷가 출신이라고 말하지만 물에 뜨기는커녕 잠수조차 하지 못하는 나에게 

제주살이를 함께한 그녀들은 프리다이빙이라는 생소한 것을 안내해 주었다.

‘가라앉으면 어쩌려고!! 물에 뜨는 것도 힘들단 말이야!. 절대! 절대로! 안해!’  

   

그러나 어느새 물속에 들어가 있는 나를 보았다.

슈트를 낑낑대며 끼어 입고 오리발을 신고 팔자걸음으로 어기적어기적.

호스를 입에 물고 숨을 참으며 발을 동동거리는 훈련을 받고 있었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도전.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지만 숨을 참고 들어간 바닷속은 고요했다.

형형색색의 산호와 노랑, 파랑 물고기, 문어, 소라까지. 아름다웠다.

그녀들이 아니었다면 바다? 생각이나 해봤을까? 

그때는 우주의 모든 기운(?)들이 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것 다 해 보라는 듯 날 움직이게 했다.

해녀체험아니고 프리다이빙 - 봄날애

이 사진만 보면 나의 어깨는 하늘을 찌른다.

찐한 사골국 끓이듯 평생을 우려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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