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때서!
제목을 보는 순간 반해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와 같은 곰이라니!
흥미로운 책이구나!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늘 새로운 생각을 하는 말코손바닥사슴이 말했어요.
“우리, 낚시하러 가지 않을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곰이 말했어요.
“난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
늘 졸고 있는 오소리가 말했어요.
“그래, 얼른 가자!”
그러고는 곧 잠이 들었지요.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곰 중에서 -]
요즘 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는 것 같다.
순전히 아이들의 방학이 어마무시하게 두 달이나 된다는 사실이
하나의 핑계라고 살포시 던져두고 싶다.
어떤 날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 꼼짝하지 않은 채
넷플릭스를 몰아서 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그런 내가 싫어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날도 있다.
비 오는 날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SNS를 염탐하던 중 집 정리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세상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매일 먼지 한 톨 없이 정리정돈 착! 착! 착. 정말 부럽다.
이런 거 보면 우리 남편, 아이들에게 감사해야 하나?...
지저분해도 그저 그러려니 한다.
깨끗하게 쓸고 닦고, 정리해도 아이들이 집에 오면
도로아미타불인건 이제 우리 집 아이들도 아는 사실이라.
한 번씩 내가 퍼져있으면 남편이 청소기를 들고,
아이들은 발 빠르게 각자 자기 물건들을 정리한다.
왜냐하면 아빠의 잔소리 폭탄이 같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아빠의 잔소리 폭탄은 엄마보다 훨씬 길~~ 고! 강하니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누군가!
아이들을 대신 케어해 주는 누군가!
살을 대신 빼주는 누군가!
경제적 책임을 대신해 주는 누군가!
완전!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이 그림책에서 누군가는 바로 말코손바닥 사슴이다.
늘 새롭고 멋진 생각으로 친구들에게 활력을 준다.
나에게도 이런 멋진 친구가 있었다.
2022년 제주도.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셋이 함께라면 우린 멋진 '짱짱 걸스'였다.
어디든 가고, 도전하고, 경험하고, 하루가 짧았던 우리였다.
지금은 단톡방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인스타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한다.
한 명은 제주도, 한 명은 해외살이, 한 명은 경상도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우리에게 말코손바닥 사슴 같았던 그녀가 해외살이를 간다고 해서
우린 또 제주도에서 뭉쳤다. 짜릿한 만남이었다.
내년이 되면 만나서 끝없는 수다의 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그녀가 아닌 내가 말코손바닥사슴이 되어 짜릿한 일상을 만들어 가고 싶다.